한국앤컴퍼니 조현범(왼쪽) 회장과 조현식 고문 [한국앤컴퍼니 제공]

조양래 한국앤컴퍼니그룹(구 한국타이어그룹) 명예회장의 장남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고문이 동북아 최대 사모투자펀드(PEF) MBK파트너스와 그룹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 지분의 공개매수에 나섰다. 동생인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하는 모양새다.

5일 MBK파트너스는 2호 스페셜시추에이션펀드를 통해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인수합병(M&A) 목적으로 한국앤컴퍼니의 주식을 공개매수한다고 밝혔다. 공개매수 기간은 이날부터 20일간이다. 공개매수를 위한 특수목적법인(SPC) 주식회사 벤튜라를 통해 공시했다.

공개매수 가격은 주당 2만원으로, 매수일 이전 1개월 및 3개월간의 가중산술평균주가인 1만4187원 및 1만2887원 보다 각각 41%와 55%의 프리미엄을 적용한 가격이다. 공개매수 공고 전일 종가 1만6820원보다도 19% 더 높다.

조 고문 측은 공개매수를 통해 총발행주식수의 최소 20.35%(1931만5214주)에서 최대 27.32%(2593만4385주)를 매입한다는 계획이다. 공개매수에 투입되는 자금 규모는 3800억원에서 52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점쳐진다.

공개매수 신고서에 따르면 공개매수자는 한국앤컴퍼니의 주요 주주인 조현식 고문 및 조희원 씨와 지난달 30일 공개매수 및 보유주식에 대한 권리행사와 관련한 주주 간 계약서를 체결했다.

계약서에는 ‘당사자들은 어떠한 경우에도 상대방의 동의 없이 직접 또는 간접적인 방법으로 최대주주 및 그 특별관계자(조현식 고문·조희원씨 제외)와 의결권(의결권의 행사를 지시할 수 있는 권한을 포함)을 공동으로 행사하거나, 공동으로 행사하기로 약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당사자들은 공개매수자의 동의 없이 보유 주식을 제3자에게 처분할 수 없다.

또한, 공개매수에서 최소 매수예정수량 이상의 주식이 응모돼 주요 주주 보유 지분 포함 50%를 넘는 지분에 대한 의결권을 확보할 경우 공개매수자가 한국앤컴퍼니 이사 총수의 절반을 초과하는 수의 이사를 지명할 수 있다.

조 고문의 현재 지분율은 18.93%다. 만일 공개매수에 성공한다면 조 고문의 지분율은 39.28%에서 최대 46.25%까지 늘어난다. 여기에 조양래 명예회장의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 지분(0.81%)과 차녀 조희원 씨 지분(10.61%)까지 우호지분으로 확보하면, 조 고문은 자기주식을 제외한 한국앤컴퍼니 발행주식 총수의 50%에서 57%까지 확보하게 된다. 이를 통해 한국앤컴퍼니의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의결권 획득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조 고문 측은 공시를 통해 “최대주주의 횡령, 배임 이슈로 사법 리스크가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일반주주들의 요구를 이사회에서 원활히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국내 1위 타이어 제조회사의 대주주 지위를 가진 대상회사의 경영권을 확보해서 이를 안정화하고,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 혁신, 주주 가치 제고 및 재무 구조 효율화를 추진해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고자 공개매수를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MBK파트너스 관계자는 “공개매수가 성공해 50%를 넘는 지분에 대한 의결권을 확보하게 되면 기업지배구조를 다시 바로 세우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해 즉각적으로 한국앤컴퍼니의 기업가치 제고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는 조 고문 측의 공개매수 성사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이란 반론도 나온다. 이미 조 회장이 한국앤컴퍼니 지분 42.03%를 확보한 만큼 더 높은 가격으로 공개매수에 나서 지분을 8% 이상 추가 확보하면, 과반지분을 가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조 고문과 MBK파트너스의 지주사 지분 공개매수 성사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한국앤컴퍼니 지분 30%를 보유한 한국앤컴퍼니 과반지분을 확보해 사실상 경영을 장악하겠다는 전략이겠지만, 조 회장은 지분 8%가량만 추가로 확보하면 경영권 방어에 성공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뿐만아니라 공개매수 결정으로 주가가 이미 공개매수 가격을 웃돌고 있는 것 역시 주주 입장에서는 부담요인이 될 수 있다”며 “두 가지 시나리오 가운데 현실 가능성만 놓고 본다면, 오히려 조 고문 측보다는 조 회장이 추가 지분 8%를 공개매수하는 쪽이 더 커 보인다”고 덧붙였다.

서재근·김성미 기자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
0
+1
0
+1
0
+1
0
+1
0

댓글을 남겨주세요.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