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은 한다’…96년생 민주당 전 비대위원장

“총선 전 대의원제 권한 축소? 어이없는 결정”

“병립형 회귀는 ‘민주당 역사·정신’ 정면 위배”

“李, 민주당내 ‘분열의 시그널’ 방치해선 안돼”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 전 위원장은 내년 총선에서 서울 송파을에 도전장을 던졌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 전 위원장은 내년 총선에서 서울 송파을에 도전장을 던졌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기업은 2류, 행정은 3류, 정치는 4류”라고 말해 큰 파장을 일으켰던 1995년 ‘베이징 발언’으로부터 30년에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과연 그 사이에 우리 정치는 4류에서 조금이라도 랭크가 올랐을까. ‘헌정사상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는 21대 국회의 모습을 보며, 일말의 기대마저 내려놓는다는 국민이 적지 않다.

과연 우리 정치, 우리 국회, 우리 정당은 무엇이 문제이며, 어떻게 해야 ‘4류 정치’를 청산하고 선진 정치로 나아갈 수 있을까. 데일리안은 ‘4류 정치 청산’을 주제로 하는 연속 인터뷰를 통해 그 길을 찾아보고자 한다. 서른 번째 순서로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났다.

1996년생(27세)인 박 전 위원장은 정치권에선 드문 케이스다. 지난해 불과 26세의 나이로 4선 중진 윤호중 민주당 의원과 함께 공동비대위원장직에 올랐다. 정치권에서 비대위는 정당 대표의 임기 종료 전 사퇴 등 궐위가 발생할 경우, 차기 당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치러지기까지 당 지도부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당대표의 직책과 비견된다.

박 전 위원장은 지난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성과 청년 등으로 지지층 확장을 도모했던 이재명 당시 민주당 후보에 의해 영입됐다. 20대 답게 거침없는 발언으로 종종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파격적 행보에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는 점은 괄목할 만하다.

박 전 위원장은 지난해 6월 민주당 지방선거 참패를 계기로 비대위원장직에서 물러난 뒤, 최근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송파을’에 도전장을 던졌다. 민주당 총선기획단이 ‘여성과 청년에 대한 공천 비중을 확대하겠다’고 밝히면서 박 전 위원장의 미래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본래 총선 출마 선언을 한 뒤에는 ‘공천권’을 쥔 당대표의 눈치를 보는 편이다. 그러나 박 전 위원장의 거침 없는 ‘쓴소리’는 여전했다. 2년 차에 불과한 청년 정치인이 ‘민주당의 역사와 정신’을 설명하는 모습, 자신의 소신을 밝히는 당돌함은 웬만한 민주당 현역 국회의원보다 노련한 듯 보였다.

다음은 박 전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Q. 민주당이 '여성·청년' 공천 비중을 높이겠다고 한다. 박지현 전 위원장도 지난 대선 때 여성·청년으로 지지층 확장을 도모한 이재명 당시 후보에 의해 영입됐다. 최근 민주당에 불거진 '비하 논란' 속 당이 여성·청년 공천에 힘을 싣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민주당 총선기획단에서 결정한 사안이지만, 과연 여성과 청년 공천에 힘을 실을 것인지는 지켜봐야 한다. 매번 선거 때가 되면 청년과 여성을 호명하고, 관련 정책 공약 등을 이야기 하지만, 선거 때만 그럴 게 아니라 평소에도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 민주당이어야 하는 게 당연한 것이다.

현재 많은 여성과 청년이 민주당에 불거진 ‘비하 논란’에 실망을 했고, 민주당이 그런 논란들을 잠재울 만한 행보를 보여줘야 했다. 그러나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들에 대한 적절한 징계나 사후 처리 방안이 적절하지 않았다는 건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다.

잘못을 저질렀을 때 가차 없이 떠나버릴 수 있는 이들이 청년이다. 민주당은 청년을 ‘귀한 손님’이라고 생각을 하고 대접을 해야 하고, 그러려면 당 전체의 분위기가 보다 젊고 역동적으로 변할 필요성이 확실히 있어 보인다.


지난 대선 상황만 봐도 그렇다. 당시 민주당은 ‘소수자와 약자 옆에 서겠다’ ‘민주당은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당이다’라는 그런 수 많은 약속을 했다. 그러나 지금 그 약속들을 지키고 있는가하면 체감하기 어렵다. 정치권에 팽배한 ‘적대적 공존’, ‘적대적 공생’ 관계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피로함이 극대화된 상황이다.”

Q. 민주당 지도부의 '전당대회 당헌·당규 개정' 의결이 이슈다. '대의원제 권한 축소'가 골자. 총선을 앞두고 전당대회 룰 개정이 필요하다고 보나.

“어이없는 결정이다. 총선을 앞두고 전당대회 룰을 손 보는 것은 국민이 보기에 그만큼 (지도부가) 자신이 없다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최근 오랜만에 속담이 떠올랐다. ‘오얏나무 아래서 갓은 고쳐 쓰지 말라'(괜한 오해를 불러 일으키지 않도록 말과 행동을 할 때 때와 장소를 가려 행동하라는 뜻)는 것. 민주당이 돌연 전당대회 룰 개정에 나선 상황이랑 좀 어울리지 않나.”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 전 위원장은 내년 총선에서 서울 송파을에 도전장을 던졌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 전 위원장은 내년 총선에서 서울 송파을에 도전장을 던졌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Q. 강성 친명계 의원들이 '개딸'과 야합해 논란을 촉발한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의 똑 부러지는 '주의령'은 없다. 선거제 개편 논의가 한창인 가운데, 이 대표가 '병립형으로의 회귀'를 시사한 것과 맞물려 논란이 커지는 것 같다.

“얼마 전 이 대표가 페이스북에 ‘이게 당에 무슨 도움이 되느냐’며 강성 팬덤을 향한 자제를 요구했다. 하지만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행동이 부재한 상황에서 과연 진정성이 있을까. 당대표가 된 지 1년이 훨씬 지났는데, 이 시간 동안 어떤 변화와 혁신이 있었나라고 묻는다면 뭐라고 답할 수 있겠나.

민주당을 ‘대개혁하겠다’며 당대표가 되신 분이 대개혁은커녕 거꾸로 가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도 굉장히 아쉽다. 무엇보다 약속을 지키는 당대표의 모습을 저를 포함 국민들도 당원들도 원한다고 생각한다.

선거제 관련해서도 이 대표가 최근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라며 병립형으로의 회귀를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절대 해서는 안 될 말이다. 민주당이 수십년간 이어왔던 역사와 정신을 정면 위배한 것이라서다. 김대중 대통령께서 과거 하신 말씀 중 ‘원칙과 현실이 부딪히면 위험이 따르더라도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이 대표의 발언은 김대중 대통령의 정신을 정면으로 위배한 발언으로 굉장히 위험한 발언이었다고 생각한다.

만약에 민주당이 병립형으로 회귀를 하게 될 경우, 앞으론 ‘정치개혁’을 할 수 있는 명분이 민주당에서 영영 사라져버리게 된다. 다음 총선에서 질 것 같으니까 병립형으로 회귀한다는 것은 총선 승패 하나로 민주당이 그동안 다져왔던 역사를 거스르기엔 말도 안 되는 내용이다. 그렇기에 우리 당의 고문들(손학규 전 대표·김부겸 전 총리 등)도 모두 ‘그래선 안 된다’고 말씀을 하시는 것 아니겠나.

이 대표가 총선 승리를 위해 병립형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소탐대실’일 뿐만 아니라, 만약 병립형으로 여당과 야합을 하고 위성정당을 또 만들 경우 이 대표는 이제 못 믿을 사람으로 낙인 찍혀버리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이재명의 리더십’이 바닥을 치지 않을까. 진심으로 걱정된다. 이 대표가 ‘현행의 연동형으로 가겠다. 정치개혁의 약속을 지키겠다’는 입장을 밝혀야 그나마 총선에서 승산이 있지 않겠나.”

Q. 박 전 위원장처럼 당에 쓴소리를 하던 5선 중진 이상민 의원이 탈당했지만, 이 대표는 침묵 일관하고 있다.

“선거제 논의를 갖고도 민주당이 분열되는 시그널이 계속 나오고 있다. 이 대표가 분열의 시그널을 방치해선 안 된다. 최후엔 그 책임을 지게 되는 사람은 당대표다. 이 대표가 그런 사실을 모르시지 않을 것이기에 저는 계속 ‘민주당의 민주주의가 실종됐다’고 비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난국을 돌파해 나가려면 통합하고 혁신하는 모습을 국민께 보여드려야 한다. 이 대표가 혁신계 모임인 ‘원칙과 상식’ 소속 의원들도 만나고, ‘우리 당이 반성하고 혁신해야 한다’며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이들과 만나야 한다. 그래야 민주당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국민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되돌릴 수 있다고 본다.

민주당만 그런가. 정부·여당이 못하고 있는 것은 두 말하면 잔소리다. 이미 검찰부터가 공정한 수사를 하고 있지 않다. 검찰의 비상식적이고 공정하지 않은 수사 방식은 국민들도 다 아실 거라고 생각한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군부독재 인사라면 윤석열 대통령은 검찰 인사로 다 깔아뭉갠다. 정치권이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 이 상황을 처절하게 반성해야하는 부끄러운 상황의 연속이다.”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 전 위원장은 내년 총선에서 서울 송파을에 도전장을 던졌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 전 위원장은 내년 총선에서 서울 송파을에 도전장을 던졌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Q. 총선을 앞두고 열리는 북콘서트가 민주당의 '우범지대'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있다. 추미애·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일부 친명계 의원 등으로부터 '특정 계층 비하' '탄핵' 등 지속된 막말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북콘서트에서 이상한 말을 해도 같이 있는 사람들이 웃어주고 또 문제의 발언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 모습이 민주당에 해악을 끼치고 있다. 그런 발언이 계속 언론 보도로 나간다는 사실을 정치인이니까 알고 있을텐데, 그렇다면 좀 더 유념을 해야함에도 (지지자들이) ‘시원하다, 사이다다’ 이런 반응을 한다고 좋아할 게 아니다. 국회의원으로서, 정치인으로서 최소한의 품격을 훼손하는 그런 모습은 민주당에 있어 ‘해당행위’다.”

Q. 여야를 막론하고 제21대 국회에 대한 총평을 내려달라. 아울러 제22대 총선에서 당선될 경우, 지금처럼 '할 말은 하는 정치인'으로 스탠스를 유지할 것인가.

“21대 국회는 ‘적대적 공생 양당 체제의 결정판’이다. 전 세계가 기후위기, 인구위기 등의 문제들에 분투하고 있는 시기에 우리나라는 지금 뭘 하고 있나. 국민이 보시기에도 거대양당이 싸우는 모습만 비춰진다. 오직 기득권과 부패를 둘러싼 정치의 대결 구도만 지속적으로 보여지고 있는 것이 한 사람의 정치인으로서 상당히 죄송스럽다. ’21대 국회가 어떤 성과를 냈나’라고 생각해보면 떠오르는 게 뭔가. 없지 않나.

내년 총선에서 만약 초선 의원으로 당선되더라도 지도부를 비롯해 정부의 실책이 이어진다면 할 말은 할 것이다. 지금처럼, 늘 해오던 그대로다.”

Q. 내년 총선에 서울 송파을 출마를 선언했다. 어떤 '정치 키워드'와 '각오'를 갖고 임할 건지, 그리고 해당 지역 국회의원인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과 비교했을 때 유권자에 자신의 강점을 피력한다면.

“정치라는 건 지켜지지 못하는 사람들을 지키는 것으로 ‘박지현의 정치’는 ‘지키는 정치’, ‘미래를 위한 정치’라는 키워드를 쓰겠다. 다양한 비전을 제시해야할 정치권의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박지현은 미래를 말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정치인’이라고 자신있게 유권자들 앞에서 말씀 드릴 수 있겠다.

정치의 본래 의미가 애초 국민을 지키는 일이고, 변화를 만들어내는 일이며, 새로운 것들을 계속해서 만들어 내야 한다. 그래서 정치가 한 발짝씩 앞서 나아가면서 국민의 삶을 더 나아지게 만들어야 한다는 본래의 의미와 가치를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가지고 있다.

배 의원도 송파을에서 여러 활동을 하고 있고, 국민의힘에서도 비교적 좋은 정치를 하고 있다고 생각을 한다. 하지만 인생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어려운 일을 겪는다. 그때 ‘누가 과연 내 곁에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배 의원보다 제가 더 확신을 주는 정치인이 될 수 있다고 수없이 약속했고, 실제로 그렇게 할 것이다. 지켜봐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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