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납치됐다 풀려난 이스라엘 어린이가 25일(현지시간) 이스라엘에 도착해 군인과 대화하고 있다. 하마스는 이날 가자지구에 붙잡힌 인질 중 이스라엘인 13명과 외국인 4명을 석방했고, 곧이어 이스라엘도 팔레스타인 수감자 39명을 맞교환으로 풀어줬다. [이스라엘 총리실 제공]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살해되고, 성폭행 당하고, 참수되는 사람들의 비명을 들었다.”

지난 10월7일 오전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조직원들이 일부 지역을 점거한 채 이후 닷새간 1200명 넘는 군인과 민간인, 외국인을 살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군 슈라 기지에서 피해자의 신원 파악 작업을 한 예비군 대위 마얀은 4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에 “시신에 남은 멍과 상처를 살펴보니 그들이 성적 학대를 당한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성폭행 등 흔적이 있는 시신 비율이 얼마나 되느냐는 말에 “아주 많다”며 “모든 연령대의 아주 많은 여성과 소녀들이 그렇다”고 해 충격을 줬다.

슈라 기지에서 검시 작업에 관여한 일부는 성폭행이나 신체훼손 등 흔적이 있는 시신이 최소 ‘수십’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피해자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이스라엘군에 의해 수습되기 전 이미 심하게 훼손돼 성폭행 여부를 알 수 없는 시신도 상당수였기 때문이다.

생존자들의 증언 내용은 더 참혹하다.

당시 네게브 사막에서 열린 노바 뮤직 페스티벌 현장을 공격한 하마스 조직원들로부터 살아남은 한 여성은 이스라엘 경찰에 한 피해자가 집단 성폭행을 당한 끝에 피살되는 모습을 봤다고 증언했다.

언론인들에게 공개된 진술 동영상에서 그는 하마스 조직원들이 피해 여성의 가슴을 잘랐고, 이윽고 군복 입은 남성이 성폭행 중 그녀 머리에 총격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현장에 있던 한 남성은 “살해되고, 성폭행 당하고, 참수되는 사람들의 비명을 들었다”며 “간절히 돕고 싶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고 했다.

심지어 시신 수습에 참여한 자원봉사자들은 임신부 뱃속의 태아까지 살해한 모습을 봤고, 침대에 사지가 묶인 채 끔찍하게 살해된 여성이 있었다는 증언도 했다.

일각에서는 자원봉사자 증언의 신뢰도에 의문도 제기되지만, 다수 여성이 성적 폭력을 당하고 살해된 건 사실일 가능성이 커보인다.

노바 뮤직 페스티벌에서 하마스에 붙들려 반나체 상태로 가자지구에 끌려간 독일-이스라엘 이중 국적의 20대 여성 샤니 루크 [사진=인스타그램]

실제로 노바 뮤직 페스티벌에서 하마스에 붙들려 반나체 상태로 가자지구에 끌려간 독일-이스라엘 이중 국적의 20대 여성 샤니 루크는 이후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한 뒤 머리뼈 일부만 발견됐다.

이 밖에도 테러 직후 하마스 조직원들이 SNS에 올린 영상과 사진에는 나체가 되거나 옷 일부가 벗겨진 여성을 끌고 가는 조직원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런 피해자 중 일부는 다량의 피도 흘리고 있었다.

NBC방송도 당시 수십명 여성들이 조직적으로 성폭행, 성적 학대, 신체 훼손을 당한 것을 보여주는 증거를 여럿 확보했다고 전했다.

내용을 보면 피해자들의 생식기 훼손과 관련한 증거가 가장 많았다. 여성뿐 아니라 남성의 생식기도 훼손됐다고 한 응급요원은 경찰에 전했다.

시신 가방을 열고 매장하는 일을 맡은 여성은 “조직적으로 (피해자들의)생식기 훼손을 한 것으로 보였다”고 했다.

야코프 샤브타이 이스라엘 경찰청장은 많은 생존자가 당시 경험을 되새기길 어려워한다며 “젊은 남녀 18명은 정상 생활을 할 수 없어 정신병원에 입원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을 기습공격하는 중 성폭력이 있었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의혹이 거듭 커지면서 하마스를 겨냥한 국제 사회의 비판 목소리는 커지는 분위기다.

5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뉴욕 유엔 회의에서 하마스 성범죄 증언을 공개한 자리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은 화상 연설로 “글로벌 공동체로서 우리는 성폭력 무기화에 확고한 규탄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어떤 정당화도, 어떤 이유도 있을 수 없다. 전쟁의 무기로 성폭행을 저지르는 건 인간성에 대한 범죄”라고 질타했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매사추세츠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하마스 테러리스트들은 여성과 소녀들에게 최대한도의 고통을 줬다”며 “우리 모두 강력하게 하마스 테러리스트들의 성폭력을 규탄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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