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서도 타인의 생명을 구하던 의사가 떠나면서도 선물을 남기고 갔다.

지난 7일 서울성모병원은 30대 의사였던 이은애 씨의 장기기증 소식을 전했다.

이 씨는 순천향대부천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로, 임상 조교수로 일했다.

고 이은애 교수 / 서울성모병원

그는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근처에서 친구들과 식사 중 머리가 아프고 속이 좋지 않다며 화장실에 가서 구토를 했다.

이후에도 어지러움을 느껴 화장실 밖 의자에 앉아있다가, 행인의 도움을 받아 근처 응급실로 이송됐다.

구급차 안에서 이송될 때 이 교수는 의식이 있었다. 다시 두통과 구토 증상이 시작됐는데, 응급실 도착 후 경련이 일어났고 곧바로 의식이 저하됐다.

검사 결과는 뇌출혈이었다.

전문의는 수술해도 예후가 안 좋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 씨는 중환자실에서 보존적 치료를 받던 중 결국 뇌사 상태에 빠졌다.

이 씨 가족은 슬픔을 삼키며 장기기증을 결심했다.

아픈 환자를 돌보려는 사명감으로 의사가 된 이 씨의 뜻을 받들기 위해서다.

이 씨는 부모가 결혼 7년 만에 얻은 딸이었다.중·고등학교 전교 1등 수석, 모교 최초의 의대생, 의대 차석 졸업, 전공의 전국 1등을 했던 딸이었다.

고 이은애 교수 / 서울성모병원

이 씨 아버지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맏딸이 하루아침에 이렇게 됐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며 “지켜주지 못한 죄스러운 마음에 딸아이 친구들 외에는 주변에 부고 소식을 알리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깨어날 것 같은 실낱같은 희망을 부여잡았다”면서도 “생명을 살리는 일을 업으로 삼던 딸이 생의 마지막까지 의사의 소임을 다하고 환자를 살릴 방법이기 때문에 마음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힘들고 아프지만 장기기증을 어렵게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 씨 여동생은 “언니는 훌륭한 의료인이자 내 인생의 모토였다. 의사 생활로 힘든 와중에 가족의 고민을 항상 들어주고, 마음도 헤아려주고, 가족을 늘 먼저 위했던 언니를 이렇게 보내야 하는 게 믿어지지 않고 보내기가 힘들다”며 가슴 아파했다.

이 씨는 지난 7일 5명의 환자에게 심장, 폐장, 간장, 좌우 신장을 주고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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