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혁신위원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제12차 전체회의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진·신현주 기자] 국민의힘이 사실상 김기현 지도부 체제로 내년 총선을 치르게 됐다. 김 대표의 거취 결단을 압박했던 국민의힘 혁신위원회는 활동 42일 만에 조기 종료를 선언했다. 당 내에선 현실정치의 벽을 넘지 못한 혁신위가 ‘반쪽짜리 혁신’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번 사태로 지도부의 공고함이 재확인됐지만, 총선 불안감은 어느 때보다 높다. 뒤늦게나마 일침을 날린 혁신위의 ‘수직적 당정관계 해소’는 숙제로 남았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혁신위는 오는 11일 최고위원회에 최종안을 보고하고 그간 활동을 정리하는 백서를 만든 뒤 활동을 종료하기로 했다. 이러한 결정은 김 대표와 윤핵관 등 당 주류에 총선 거취 결단을 압박하기 위한 ‘조기 해산’ 카드가 아닌 조기 활동 종료로 평가됐다. 당 주류가 거취 결단 요구에 침묵하는 사이 인 위원장의 설화(舌禍), 내부 갈등으로 혼란이 초래되며 혁신위가 한순간 동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인 위원장도 7일 “나머지 50%는 당에 맡기겠다”고 말해 미완으로 남은 혁신을 인정했다.

여권은 정치신인들이 다수 참여한 혁신위가 현실정치의 한계에 부딪힌 결과로 보고 있다. 정치 경험이 없는 인 위원장을 포함해 다수 전문직으로 구성된 이들이 초반부터 당 주류에 ‘총선 불출마 및 험지 출마’라는 강수를 던지면서 설득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한 중진 의원은 “인적 쇄신이 아닌 국정운영 방향 및 정치개혁에 더 초점을 맞추고, 마지막에 결단을 요구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인 위원장은 전날 열린 사실상 마지막 혁신위 회의에서 유난히 지친 모습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평소 거침없는 발언을 했던 것과 달리 취재진의 물음에도 말을 아꼈다. 하지만 “정치가 얼마나 험난하고 어려운지 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많이 배우고 나간다”는 공개 발언은 김 대표 등 주류를 향한 일침으로 해석됐다.

혁신위 퇴장에 따라 국민의힘은 공고한 김기현 지도부 체제로 내년 총선을 치르게 됐다. 최근 공관위원장 후보를 단수로 압축한 김 대표는 조만간 정식 임명을 거쳐 공천관리위를 띄울 계획이다. 김 대표가 신뢰하는 인사가 공천 칼날을 쥐게 되는 것이다. 일각에선 총선 직전인 올해 3월 말까지 여론이 나아지지 않을 경우 김 대표가 거취 결단을 내릴 가능성도 나오지만, 공천 작업이 당대표 승인을 받은 이후인 만큼 김기현 체제란 큰 흐름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어느 때보다 지도부는 안정적이지만 “이대로면 총선은 필패”라는 불안감은 짙다. 또 다른 중진 의원은 “총선 정국은 평시가 아니라 전시”라며 “당정관계에서 당이 주도권을 잡지 않고선 결코 과반 의석을 얻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전날 발표된 12월1주차 전국지표조사(NBS) 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국정수행 부정평가는 다시 60%로 상승했다. 내년 총선 여론조사에선 정부·여당 견제론이 11월 말 실시된 조사 대비 3%포인트(p) 오른 47%로 나타났다. 반대로 정부·여당 지원론은 2%p 내린 42%다. 중도층에서는 정부·여당 견제론은 54%에 달했다(응답률 16.8%,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이는 혁신위가 남긴 마지막 숙제와도 맞물려 있다. 인 위원장은 전날 조기 종료 발표 이후 비윤으로 분류되는 안철수 의원에게 만남을 청해 30분가량 비공개 대화를 나눴다. 안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인 위원장과 여러 공감대를 형성했던, 앞으로의 혁신 방향 4가지를 말하겠다”며 ‘건강한 당정관계’를 언급했다. 인 위원장은 “안 의원을 의견 생각을 잘, 특히 비판을 잘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앞서 당정관계와 관련된 안건은 ‘월권’이라 선 그었던 인 위원장이 뒤늦게나마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던진 것으로 여겨졌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과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면담을 하기 위해 회의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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