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7일 단행한 2024년 인사는 ‘세대교체’와 ‘위기 극복’에 방점이 찍혔다. 최태원 SK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을 그룹의 ‘2인자’ 격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에 선임하는가 하면, 주요 계열사 7곳의 최고경영자(CEO)를 변경하는 등 50대 리더들을 전진 배치하며 과감한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동시에 임원 승진자는 예년에 비해 대폭 줄였다. 대내외 경영환경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보다 효율적인 조직으로 변화에 선제 대응하고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최 회장이 ‘서든데스(돌연사)’를 언급하며 대대적인 혁신과 생존을 강조한데 따른 것이다.

SK에 따르면, 이번 인사에서 신규 선임 임원은 총 82명으로 최근 4년 내 최소 규모다. 2023년 인사 당시 145명과 비교하면 43%가 줄었고, 2022년 165명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2021년 107명보다도 적다.

글로벌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 조직을 효율화하고 임원 규모를 축소했다는 것이 SK그룹의 설명이다. 글로벌 복합위기 속에서 위기 타파를 위해서는 고강도 쇄신이 필수적이라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사장 승진자는 6명으로, 이 역시 2023년 8명, 2022년 7명보다 줄었다. 김양택 SK㈜ 머티리얼즈 사장, 오종훈 SK에너지 사장, 김원기 SK엔무브 사장, 류광민 SK넥실리스 사장, 김주선 SK하이닉스 AI인프라 담당, 정재헌 SK텔레콤 대외협력담당 등이다. 이번 인사에서 부회장 승진자가 없었던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SK그룹은 “전체 신규 선임 임원 수는 그룹 경영 전략인 ‘파이낸셜스토리’ 실행력 강화를 위해 각 사 별로 인사를 진행한 결과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규 선임 임원의 평균 연령은 만 48.5세로, 지난해 만 49세보다 소폭 젊어졌다. 최연소 임원은 최태원 회장의 장녀인 최윤정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으로 1989년생이다. 신규 관계사 사장단의 평균 연령도 55세로, 1975년생(48세, 김양택·류광민) 40대 CEO가 탄생하는가 하면, 가장 연령이 많은 사장도 1964년생(59세, 장용호·박상규)이다.

임원 승진자 폭은 줄었지만 여성임원 비중은 늘고 있다. SK그룹은 이번 인사에서 모두 8명의 여성임원을 새로 선임했다. 그룹 내 총 여성임원 수는 지난 2021년 34명에서 2022년 43명, 2023년 50명, 2024년 53명으로 늘었다. 2024년 기준 전체 임원의 약 5.6%가 여성임원으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룹의 ‘2인자’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에 최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대표이사를 선임한 것 역시 조직 효율화에 따른 위기 극복에 초점을 맞췄다는 평가다. 최 부회장은 재무 및 기획 전문가로 다수의 구조 조정과 사업재편 업무를 맡아왔다.

그룹전체의 사업 및 투자 전략을 짜는 SK㈜ 사장을 맡은 장용호 SK실트론 사장 역시 마찬가지다. 장 사장은 2016년에 SK㈜ PM2부문장으로서 OCI머티리얼즈(현 SK머티리얼즈) 인수를 직접 성사시킨 주역으로, SK머티리얼즈의 안정화와 확장에 기여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룹 전면에 나선 50대 CEO들은 반도체·배터리·바이오(BBC)에 활력을 불어넣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SK는 앞서 미래성장동력으로 ‘BBC’를 꼽고 오는 2026년까지 247조원을 투자키로 했지만, 주력사업인 반도체, 배터리 분야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은 그룹 내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전략기획과 현장 감각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다. 경영환경 변화 속에서 주요 사업분야 성과를 창출할 적임자로 꼽힌다.

‘반도체 소재 전문가’인 이용욱 SK실트론 사장은 반도체 소재분야 사업 다변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반도체 웨이퍼를 생산하는 SK실트론의 경쟁력을 강화할 적임자로 꼽힌다. ‘40대 CEO’인 김양택 SK머티리얼즈 사장은 첨단소재 관련 투자 경험을 살려 소재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신성장 동력 발굴을 가속화 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또, 에너지 마케팅 경험이 풍부한 오종훈 SK에너지 사장은 SK에너지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김원기 SK엔무브 사장은 사업 전반에 두루 걸친 전문성을 기반으로 SK엔무브의 경쟁력 강화와 성과 창출을 책임진다.

이석희 SK온 사장의 경우 SK온의 흑자전환이 최우선 과제다. 2018년 SK하이닉스 대표이사를 맡아 인텔 낸드사업부(현 솔리다임) 인수를 주도한 반도체 전문가로 SK온의 ‘구원투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SK하이닉스는 인공지능(AI) 메모리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AI인프라’ 조직을 신설했다. 해당 조직은 이번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김주선 SK하이닉스 담당이 이끈다. 역시 사장으로 승진한 정재헌 SK텔레콤 대외협력담당은 SK수펙스추구협의회의 거버넌스위원회 위원장을 겸임한다. 정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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