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위 사라지자마자 지도부 퇴진론 분출

서병수 “이제 결단할 때 됐다. 결기 있느냐”

하태경 “조기 공관위, 또 꼼수 돼선 안돼”

지도부, 연말까지 원내 상황 들어 돌파할듯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가 공중분해되자마자 ‘김기현 퇴진론’이 기다렸다는 듯이 분출하고 있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혁신위’로 두 달간 시간을 잘 끌어왔던 국민의힘 지도부가 연말 공관위 출범까지 ‘징검다리’를 건너는 과정에서 기우뚱하고 있는 것이다.

‘김기현 지도부’는 예산안과 이른바 ‘쌍특검법’ 등 원내 상황의 엄중함을 내세워 정면 돌파를 선택할 것으로 보이지만,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결합할 가능성이 엿보이는 등 정치권 전체의 ‘판’이 흔들림에 따라 내우외환(內憂外患) 상황이 잠재워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5선 중진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은 10일 페이스북에서 “인요한 혁신위의 실패는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패배한다는 전조다. 국민의힘 패배는 윤석열정부 실패의 전주곡”이라며 “도대체 왜 혁신하겠다고 나섰는지 그새 잊었느냐. 국민의힘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때보다 더 큰 위기”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서울에서 참패한다는 분석에 놀랍단다. 나는 놀랍다는 반응이 더 놀랍다”며 “이제 결단할 때가 됐다. 진즉 내가 그런 결기가 김기현 대표 당신에게 있느냐고 묻지 않았느냐”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날 페이스북에 “전권을 주겠다던 혁신위는 결국 김기현 대표의 시간벌기용 꼼수였다”며 “인요한 혁신위와 당원, 국민 모두 속았다”고 성토했다.

나아가 “김기현 대표는 조기 공관위로 위기를 돌파한단다. 또 꼼수에 당해선 안될 것”이라며 “이대로 총선에 대패해 윤석열정부가 식물정부가 된다면 그 때는 모든 책임을 김 대표가 지게 될 것이다. 윤석열정부의 성공을 위해 김 대표의 구국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압박에 가세했다.

‘김기현 퇴진론’의 재부상은 놀랍거나 의외의 일은 아니다. 지난 10·11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김기현 지도부’는 당력을 총동원해 달려들었지만 참패했다. 지도부의 ‘티켓 파워’가 전혀 없었다는 뜻이다. 보선 참패 직후 무대책으로 있었더라면 비등하는 퇴진론에 버티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인요한 혁신위’가 출범해 ‘퇴진론’으로부터 시선을 돌렸다는 지적은 일정 부분 사실관계에 부합한다는 분석이다.

국민의힘 중진의원은 “혁신위 내부 관계자의 진실 고백처럼 혁신위의 성격은 결국 ‘시간끌기’였던 것”이라며 “혁신위라는 돌로 증기를 눌러놨었는데, 돌을 치웠으니 다시 증기의 압력에 뚜껑이 날아갈 듯 들썩들썩하는 게 당연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돌로 눌러놨는데 치우니 뚜껑 날아갈듯 들썩”
공관위 늦출 수 없는 상황…”계획대로 진행”
22일 이후엔 ‘김건희 특검법’ 본회의 자동상정
이준석~이낙연 접근에 판 전체 흔들릴 우려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사진 앞줄 맨 왼쪽)와 정세균(가운데)·김부겸(오른쪽) 전 국무총리 ⓒ뉴시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사진 앞줄 맨 왼쪽)와 정세균(가운데)·김부겸(오른쪽) 전 국무총리 ⓒ뉴시스

이에 ‘김기현 지도부’가 총선까지 이르는 ‘징검다리’상 혁신위의 다음 수순인 공천관리위원회 출범을 더 이상 늦출 수 없게 됐다는 관측이다. 공관위를 띄워야 ‘블랙홀’처럼 퇴진론을 빨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출입기자단에 발송한 메시지에서 “특검법 등 원내 상황으로 인해 공관위 구성이 늦어질 것이라는 일부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며 “공관위 구성은 당초 계획대로 진행 중”이라고 공언했다.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는 “지금은 공관위 구성까지 단 며칠도 파열음 없이 넘길 수가 없는, 극도로 지도력이 취약한 상황”이라며 “퇴진론에는 아무래도 여론의 공명이 있는 반면, 사수론에는 공명이 없어서 당최 탄력이 붙지를 않기 때문”이라고 바라봤다.


일단 국민의힘 지도부는 예산안 처리가 법정기한을 넘겨 표류하고 있으며, 민주당이 주도하고 있는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 특검법안’과 ‘영부인 김건희 여사 의혹 특검법안’ 등 이른바 ‘쌍특검법’이 180일의 패스트트랙 기간을 채워 오는 22일부터는 본회의에 자동 상정되는 등 원내 상황이 엄중하다는 점을 내세워 공관위 출범 때까지 구심력을 유지하려 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문제는 오는 27일 공식 탈당 선언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등 원심력을 높이고 있는 이준석 전 대표가 정부·여당의 ‘약한 고리’인 ‘김건희 특검법’을 치고들어오면서 판을 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뜻밖에 이준석 전 대표에게 적극 호응하고 나서면서 ‘제3지대’의 공간이 넓어지는 등 판 자체가 변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준석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다들 미쳤느냐. ‘김건희 방탄’ 프레임에 걸려들고 싶느냐”며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개인의 것이 아니고 그를 비호하는 당의 문제라고 공세하기 위해 ‘이재명 방탄’ 소리를 외치던 추억이 있다면,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거부권이 행사됐을 때 어떻게 될지 예측이 안되느냐”고 지적했다.

같은날 이낙연 전 대표는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준석 전 대표를 가리켜 “우리 정치를 변화시키는데 그분이 가진 장점도 필요하다. 우리 정치에 매우 드문 인재”라며 “대한민국 위기의 핵심이 정치 위기에 있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이를 타개하려고 몸부림치는 사람이라면 뜻을 모으는 게 당연하다. 시기가 되면 만나게 될 것”이라고 연대 가능성을 한껏 열어젖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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