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국민의힘 혁신위원회 ‘조기 해산’ 사태로 김기현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 지도부가 ‘희생’ 요구를 무시했다는 주장을 들어 혁신 의지가 없는 김 대표가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면서다. 총선 위기론에 대한 우려가 반영됐다고 하지만, 공천 학살을 염두에 둔 ‘자기 정치’라는 주장이 나온다.

김 대표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혁신위의 ‘희생’ 요구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이날 종합보고를 끝으로 ‘조기 해산’한 혁신위에 대해 김 대표가 내놓은 입장이다.

특히 “일부 현실 정치에 그대로 적용시키기 까다로운 의제도 있지만, 그 방향성과 본질적 취지에는 적극 공감한다”며 혁신안을 곧 출범 예정인 공천관위원회 등 당 기구에 반영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동안 혁신위가 지도부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시간 끌기용’이라고 비판한 인사들의 의심을 거두기에는 역부족인 모양새다.

당장 하태경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기다리다가 숨넘어가겠다”며 “무작정 시간 끌기는 이제는 안 통한다”고 비판했다. ‘기다리다 숨넘어가겠다’라는 언급은 안철수 의원이 지난 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호흡이 길면 숨넘어간다”며 결단을 내리지 않는 김 대표를 향해 직격한 발언이기도 하다.

하 의원과 안 의원은 이번 혁신위 사태를 기점으로 ‘김기현 체제’를 흔드는 대표적 인물들이다. 5선 서병수 의원도 가세하고 있다. ‘당대표 사퇴론’은 중진 의원들이 주축이지만, 초선·원외 등 소위 비주류로도 번지고 있다.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이제 더 이상 시간 끌기 효과는 통하지 않고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때 무너졌어야 하는 것이 지금까지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가 유의동 정책위의장과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회폭거 대응 비상의원총회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반면 김 대표가 당직자로 임명하거나 김 대표 체제에서 등용된 지도부 인사들은 김 대표 방패로 나서고 있다. 김재원 전 최고위원 후임으로 입성한 김석기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대안 없는 지도부 흔들기를 멈춰야 한다”며 김 대표를 감싸고 나섰다. 같은 입장인 김가람·김예지 최고위원과 박정하 수석대변인도 비슷한 목소리를 냈다.

당내에선 비주류 인사들의 ‘당대표 흔들기’를 공천권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혁신위 실패’에 이은 ‘서울 6석 판세’를 빌미로 김 대표를 흔들어 공천 규정에 목소리를 내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더욱이 당무감사위원회가 하위권에 속하는 당협위원장 46명(총 204곳)을 공관위에 공천 배제 대상으로 보고하기로 한 것이 신호탄이 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장예찬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정부가 어려울 때는 잠잠히 침묵을 지키던 분들이 유독 당권과 관련해서는 한마음 한뜻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진정 혁신을 위해서인가, 아니면 한 번 더 공천을 받기 위해서인가”라고 꼬집었다.

한 당 관계자도 “대부분 발언을 강하게 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당협위원장”이라며 “‘서울 6석’ 보고서도 현재 여론조사 아닌 과거부터 이어져 온 내용을 반영한 것인데, 본인들의 잘못은 언급하지 않고 당대표 책임론만 얘기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또 “아무런 대책도 없이 당대표 사퇴론을 말하는 것은 본인들의 위기감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무엇보다 공천권에 영향을 미치려는 것이고 소위 혁신 공천이라는 이름으로 자기 목소리를 키우려는 전략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공관위가 출범하더라도 갈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공천 학살만큼의 대거 물갈이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갈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대변인·최고위 등 모두가 불만이 있는 분위기인데, 결국 공천 학살의 전조 현상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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