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제원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이 지난 4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아이뉴스24 DB]

[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당내가 혼란스러울 때마다 장제원의 결단은 빛을 내는 모양새다. 인요한 혁신위원회의 ‘희생’ 요구 좌초로 비주류 인사들의 불만이 고조된 가운데, 친윤(친윤석열) 핵심 장 의원이 ‘백의종군’하자 쇄신 분위기가 재점화되면서다. 문제는 김기현 대표가 선수를 뺏겼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그의 결단 시점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장 의원은 12일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역사의 뒤편에서 국민의힘 총선 승리를 응원하겠다”며 “윤석열 정부의 성공보다 절박한 게 어디 있겠나. 총선 승리가 윤석열 정부 성공의 최소 조건인 만큼, 제가 가진 마지막을 내어놓는다”고 밝혔다.

혁신위가 전날(11일) 당 최고위원회에 지도부·중진·친윤계 인사들의 총선 험지 출마 또는 불출마를 골자로 하는 혁신안을 전달하고 활동을 공식 종료한 지 하루 만에 결단을 내린 것이다. 장 의원은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제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이 되는 순간부터 모든 각오는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윤석열 정부 출범 당시부터 불출마 각오를 다졌다고 밝혔다.

장 의원의 소위 ‘백의종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특히 당내 쟁점이 내홍으로 치닫는 순간마다 그는 결단을 통해 중재를 시도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의 일등공신으로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에는 당선인 비서실장을 맡으며 새 정부의 청사진을 그리는 등 친윤 핵심으로서 영향력을 드러냈다.

그의 ‘선당후사’ 면모는 지난해 8월 당시 이준석 대표의 징계 사태 이후 지도체제를 둘러싼 내홍이 극심했을 때도 발휘됐다. 일부 의원들은 소위 ‘이준석 사태’의 원인으로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를 꼽았고, 이들의 2선 퇴진론을 압박했다. 이에 장 의원은 “앞으로도 윤석열 정부에서 어떠한 임명직 공직을 맡지 않겠다”며 백의종군을 선언했고, 내홍 확산이 멈춘 계기가 됐다. 또한 올해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형성된 ‘김장연대'(김기현-장제원)가 오히려 친윤계 지도부 장악이라는 경쟁 후보들의 비판이 이어지자, “차기 당 지도부에서 어떠한 임명직 당직도 맡지 않겠다”며 두 번째 ‘백의종군’을 선언하기도 했다.

당내에선 “역시 장제원 의원”이라는 지지 선언이 이어졌지만, 장 의원은 불과 한 달 전(11월 11일) 인 위원장의 ‘희생’ 요구를 겨냥해 “알량한 정치 인생 연장하면서 서울 가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당시 경남 함양체육관에서 열린 여원산악회 15주년 창립 기념식에는 버스 92대 4200여명의 회원이 동원되자, 당내에선 세를 과시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당내에선 장 의원의 심경 변화가 윤심(윤 대통령의 의중)에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6일 윤 대통령은 ‘2030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로 실망한 지역 민심을 달래기 위해 부산을 방문했고, 이 자리에는 장 의원도 함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만남이 희생 요구를 수용하게 된 계기라는 것이다. 당내에선 장 의원이 자신의 지역구에서 송년회 개최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갑작스러운 결정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가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그러다 보니 당내 시선은 자연스럽게 김기현 대표를 향하고 있다. 지난 전당대회 당시 ‘김장연대’ 한 축인 장 의원은 김 대표 당선에 ‘일등 공신’으로 꼽힌다. 혁신위가 ‘희생’ 대상자로 지도부와 친윤계를 지목한 만큼, 김 대표에 대한 결단 압박은 장 의원 불출마를 계기로 분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일부 의원은 비대위를 말하지만, 당원이 뽑은 대표인 만큼 거취를 압박하는 것은 반대”라면서 “현재 (장 의원 불출마에 따라) 김 대표 결단이 중요한 시점이고 혁신안에 일정 부분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당내 일부에선 장 의원이 김 대표보다 먼저 ‘백의종군’ 이미지를 확보하기 위해 선수를 친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당초 김 대표는 불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혁신위의 희생 압박에 소위 끌려내려 오는 모습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거기다 비주류 인사들의 비대위 체제 전환 압박에 결단 시점을 정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당내에선 ‘김장연대는 과거에 깨졌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들 간 미묘한 기류가 있다고 알려진 만큼, 이번 계기로 김 대표가 막다른 길에 몰렸다는 평가다. 실제로 장 의원은 불출마 선언으로 “정치적 리더십을 보여줬다”라는 반응까지 나올 정도로 당내 위상은 김 대표를 넘은 상황이다.

한 당 관계자는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 같지만, 불출마 시점은 김 대표를 일부러 겨냥한 것 같다”며 “김 대표도 결단을 내린다는 분위기가 퍼져있는데, 장 의원 이후에 결단을 내리면 결국 등 떠밀려 결정한 모양새밖에 안 된다”고 했다. 즉, 김 대표가 리더십에 상처를 입지 않고 당대표로서 영향력을 유지한 채 ‘백의종군’하는 모습을 찾고 있었지만, 이번 계기로 결단 시점은 더욱 불투명해졌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결국 김 대표의 불출마 시점을 떠나 공천관위원회장을 누구를 선임하냐에 따라 리더십 강해지는 결과가 될 것 같다”며 “더욱이 그동안 밝힌 것처럼 총선 승리를 위해서라면 불출마도 선언할 테지만, 비대위나 당대표를 끌어내리려는 여론 때문에 움직이진 않을 것 같다”고 했다.

당내 이목이 쏠린 김 대표는 현재 일정 소화 없이 거취 숙고에 들어간 모양새다. 당 관계자는 “김 대표는 현재 의원회관에도 없는 것으로 안다”며 “거취에 대한 고심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결단 시점에 대해선 불투명하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장 의원의 불출마 선언이 결단 시점을 압박하는 촉매제가 된 것은 맞지만, 당대표로서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있는 환경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른 관계자는 “비대위는 대안도 없는 대표 흔들기에 불과하다”며 “불출마 이후 선거를 지휘하는 것이 정상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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