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와 윤석열 대선 후보, 김기현 원내대표가 지난 2021년 12월 오후 울산 울주군 언양읍의 한 식당에서 만찬 회동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윤석열 정부를 출범시키는 데 큰 공을 세운 두 명의 정치인이 모두 당대표직에서 불명예퇴장하는 초유의 사태가 불거졌다. 이들이 당내 갈등의 중심에 있던 만큼, 책임론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하지만 당대표 축출을 위해 당내 여론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던 동력은 ‘윤심'(윤 대통령 의중)밖에 없다는 관측에 ‘수평적 당정관계’는 앞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기현 대표가 일부 의원들의 압박으로 당대표직에서 내려온 이후, 당내에선 상반된 평가가 나오고 있다. 김 전 대표의 결단에 대해 대부분은 ‘선당후사’의 면모를 보여줬다며 호평하고 있지만, 일부 인사들은 김 전 대표가 내려온 시점에 대해 의문을 품는 상황이다.

특히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당대표 사퇴론’이 분출된 당시에는 내리지 않은 결단이 이 시점에 내려졌냐는 것이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사퇴 얘기가 처음 나온 강서구청장 선거 때 결단하지 않았다면 끝까지 사퇴하지 않는 것이 맞았다”며 “당내 혼란 때문에 사퇴했다고 하지만, 오히려 현재 더욱 심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당 관계자도 “의외로 너무 쉽게 나간 것 같아 놀라울 따름”이라며 “최근 여론이나 역학관계로 봐선 쉽게 내려오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는데, 용산의 힘은 아직 건재하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김 전 대표와 장제원 의원은 그동안 인요한 혁신위원회의 ‘희생’ 요구에 반발하며 자신의 지역구에서 결단 거부 의사까지 드러냈던 만큼, 갑작스런 이들의 결단에는 ‘윤심’이 영향을 끼쳤을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당초 당내에선 ‘윤심’의 향방을 제대로 읽지 못한 분위기였다.

김 전 대표가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윤(친윤석열) 핵심 장 의원과 함께 김장(김기현-장제원) 연대로 당권을 거머쥐었던 만큼, 초선의원들은 윤심이 김 대표에게 있다고 보고 당대표 사퇴론을 적극 방어하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김 전 대표도 여러 채널을 통해 윤 대통령과 수시로 통화한다는 언급까지 하자, 당내 여론은 ‘불출마 또는 수도권 험지출마’를 요구하는 인 위원장보다 김 전 대표한테 쏠린 분위기였다. 하지만 지난 6일 장 의원이 부산을 방문한 윤 대통령을 만난 지 일주일여 만에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기류가 바뀌기 시작했다. 결국 윤심은 당 주류의 용퇴론에 있었다는 관측이 나온 것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가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다른 당 관계자는 “김 전 대표가 당초 불출마를 생각하고 있었고 당내에서도 간접적으로 느끼고 있었다”며 “날짜를 되돌려 보니 기류가 갑자기 변한 것은 지역구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 직후이며, 결과적으로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자 대통령이 찍어 내리는 모습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 측근으로부터 “소신껏 하라”라는 신호를 받은 인 위원장이 ‘용퇴론’ 분위기를 형성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즉, 김 전 대표가 불출마 결단을 조속히 내렸다면 당대표직은 유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은 총선을 코앞에 앞두고 여러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만큼, 김 전 대표 측근을 비롯해 여러 지도부 인사들은 “비대위는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 지도부 인사는 “최고위원들도 당대표도 사퇴할 분위기도 언급도 없다”며 “비윤계 측에서 당을 흔들기 위해 소위 작업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결국 당대표와 대통령 간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못하자 결국 화를 불러 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 보니 당내에선 김 전 대표가 윤심에 의해 떠밀리듯이 당대표직에서 내려왔다고 보는 분위기다.

당대표가 불명예퇴장한 것은 이준석 사태와 비슷하다. 국민의힘 초대 당대표로 선출됐지만, 대선 정국 당시 윤 대통령 후보와 여러 차례 각을 세운 결과 당 중앙윤리위원회에 징계받고 퇴장했다. 본인을 둘러싼 여러 혐의가 문제가 된 것은 맞지만, 친윤 세력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었던 동력은 ‘윤심’이라는 것이 당내 공통된 반응이다.

문제는 당내에서도 예상치 못한 과도한 ‘윤심’ 영향력에 수평적 당정 관계는 앞으로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는 것이다. 실제 이 전 대표도 지난 12일 페이스북을 통해 “선출된 당대표 두 명이 등 떠밀려 임기를 마치지 못하는 것이 당대표가 별나서 그런 것인지, 대통령이 별난 것인지 되짚어 봐라”라고 지적했다. 한 국민의힘 의원도 “무리하게 당대표를 쳐냈는데, 갑자기 당정 관계가 수평적으로 될 수 있겠나”며 “두 사람이 당하는 것을 봤는데, 누가 직언을 할 수 있겠나 불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 역시 이번 당대표 축출 사태를 계기로 수평적 당정 관계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새 지도부를 맡을 비상대책위원장이 친윤 인사일 가능성이 높은 만큼, 당정 관계 재구축은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현재 비대위원장으로 거론되는 인사들 모두 친윤 아닌가”라면서 “비대위를 구성하는 것을 보면 당정 관계 방향성을 알 수 있는데, 김한길·원희룡·한동훈 등 인사 내정되면 수직적 관계로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전 대표가 그만둔 것은 긍정적인 신호라고 볼 수 있지만, 문제는 비대위원장이 누구냐가 관건인 셈”이라며 “국민들은 도로 친윤계 인사이면 지금보다 훨씬 당에 실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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