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인터뷰1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가 13일 서울 종로구 적선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총선 출마 포부를 밝히고 있다. /정재훈 기자

내년 총선에서 ‘경기 수원정’ 출마를 선언한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를 지난 13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인근 카페에서 만났다. “혹시 이수정 교수님 아니십니까?” 이 교수가 자리에 앉자마자 그를 알아본 중년 남성이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지나가던 카페 직원도 이 교수를 알아보고 눈인사를 했다. 높은 인지도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더니 “알아본다고 날 찍는 건 아니잖아요”라며 웃어보였다.

이 교수는 이날 수원시 영통구선거관리위원회를 들러 수원정 지역구의 예비후보로 등록을 마쳤다. 예비후보 등록 후엔 페이스북에 “출산과 육아, 그리고는 사회생활 복귀가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그래서 더 이상은 ‘암컷’이란 천대도 받지 아니하고 경력이 단절될 필요도 없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출마의 변을 남겼다.

“정말 서류가 복잡하더라고요.” 정치 신인에겐 예비후보 등록도 낯설고 어려운 일이다. 수원정 지역구의 현역은 ‘3선’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국민의힘은 21대 총선에서 수원 갑·을·병·정·무 지역구를 모두 민주당에 내줬다. “동네에서 마트에 가면 제게 친근하게 다가오는 분들이 많았는데, 빨간 옷을 입고 있으니 다가오지 않더라고요. 국민의힘이 그만큼 인기가 없다는 거겠죠.”

이 교수의 수원정 출마 선언이 큰 화제를 모았던 이유다. 당에서 귀하게 모신 ‘영입인재’가 민주당 중진과 맞대결에 물러섬이 없었기 때문이다. “정치를 하려니 지역을 골라야 하더군요. 제가 떠올릴 수 있는 지역은 딱 두 곳뿐이었어요. 지금 살고있는 서초와 학교가 있는 수원이요. 근데 전 수원을 더 잘 알아요. 하루 세 끼를 수원에서 25년간 먹은 사람이예요. 수원 출마는 너무 당연한 일처럼 여겨졌어요.”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인터뷰2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가 13일 서울 종로구 적선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총선 출마 포부를 밝히고 있다. /정재훈 기자

국회로 가야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영아 매매’ 사건이었다. 태어났지만 존재하지 않는 아기들이 국내에 지난 10년간 최소 수천명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사회에 충격을 줬다. 이 아기들은 태어나자마자 죽거나, 버려지거나, 돈을 주고 사고파는 거래의 대상이 됐다.

“영아매매 사건이 일어났을 때 국회에서 이 상황을 해결하려는 노력을 하리라 기대했는데, 도대체 관련 입법을 하질 않잖아요. 지금 온라인에서 영아가 매매되고 있고요, 청소년 인신매매가 이뤄지고 있어요. 국회는 지금까지 무엇을 했나요?”

이 교수의 언성이 다소 높아졌다. “요즘 애플리케이션(앱)으로 20대 남자가 초등학생을 유인해 성폭행해도 ‘의제 강간’ 연령인데 인정이 안 되고 있어요. 금전을 갖고 아이들을 유인하는데, 초등학생이더라도 간음죄고 나오고 있죠. 간음이라는 건 동의를 한 상태에서 성관계를 했다는 걸 법원이 인정하는 거예요. 의제 강간 연령을 만 16세로 올렸지만 정작 피해자들에게 적용되지 않는 거예요. 우리나라는 여전히 의제 강간을 기계적으로 적용하지 않는 몇 안 되는 선진국이죠. 더는 두고 볼 수 없었어요.”

법무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국형 제시카법’도 필요하다고 봤다. 제시카법은 12세 미만 아동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범죄자에 대해 최소 25년의 형량을 적용하고, 출소 이후에도 평생 위치추적장치를 채워 집중 감시하도록 하는 내용의 미국 법이다. 한국형 제시카법은 고위험 성범죄자가 출소 후 국가 지정시설에 거주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조두순, 김근식, 박병화 등 고위험 성범죄자가 출소할 때마다 인근 주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어서다.

“꼭 해야될 것 같아요. 왜냐면 전자발찌 찬 사람도 집에서 앱으로 여자 아이들을 집으로 불러들일 수 있잖아요. 그렇게 들어오는 제보가 꽤 많아요. 아동 성폭행이 그렇게 일어나거든요. 아이들을 앱으로 유인하고 그루밍(Grooming)해 집까지 불러들인 다음 성폭행을 해 발각되는 사건들이요. 국가 지정시설에 거주하게 하면 야간 생활관리가 가능할 거예요. 1년에 소아성애적 상습범들, 아동 성범죄를 주로 저지르는 범죄자가 보통 30명 정도 출소하고 있대요. 집에 혼자 살며 음란물 보다가 아침에 등교하는 초등학생들을 기웃대다가 무슨 짓을 할 지 모르는데 그들의 자율권이 중요한가요? 전 아동들의 인권이 더 철저하게 보호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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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가 13일 서울 종로구 적선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총선 출마 포부를 밝히고 있다. /정재훈 기자

이 교수는 특정 범죄자들의 재범 방지를 위해 위치 추적 전자장치를 신체에 부착하게 하는 ‘전자감독제도’ 도입 과정을 또렷하게 기억한다고 했다. “전자감독제도가 도입될 때 국회에서 3년이 걸렸어요. 3번이나 통과를 시도했는데 다 위헌 소송에 휘말려서 도입이 안됐죠. 그러다가 안양에서 초등학생 2명이 크리스마스 이브에 실종됐다가 토막 시신으로 안양천에서 발견됐어요. 강간살해 피해자였고요. 그 범인이 정성현이라는 그 동네에 살던 출소자였어요. ‘안양 초등생 살해사건’으로 알려져 있죠? 그 사건이 나던 해에 전자감독제도를 도입해달라고 했는데 위헌 논란에 휘말려 불발됐어요. 그 다음 해에도 안됐고요. 결국 조두순 사건이 일어나고 나서야 전자감독제도가 도입됐어요. 세 번째 해가 되서야 입법이 된 거예요.”

전자감독제도가 도입되기까지 국회에서 본 ‘인권 변호사’들은 피해자들보다 피의자들의 편에 서 있었다고 했다. “저는 이 과정에서 계속 국회에 불려다녔어요. 전문가들은 이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전자감독제도에 반대했던 인권변호사들, 헌법학자들을 기억하고 있어요. 그래서 저는 민주당에 갈 수가 없어요. 그분들이 민주당에 많이 계세요. 정치인들도요. 피해자들을 위한 제도에 반대하던 분들이 민주당에서 인권을 독점하듯 얘기하잖아요. 이런 위선과 이중성을 용인하고 싶지 않아요.”

이 교수의 명함에는 ‘경기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공공안전학부, 대학원 범죄심리학과 교수’라고 적혀있다. 연세대 심리학과(학사), 동대학원 사회심리학과에서 석·박사 과정을 밟았다. 미국 아이오와주립대 대학원에서도 사회심리학과(석사), 심리측정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사람의 심리를 수십년간 연구해 온 학자의 눈에 최근 정치권에서 막말을 쏟아내는 정치인들의 심리 분석을 요청해봤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어린놈’ ‘건방진 놈’이라고 막말을 쏟아낸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는 이 교수와 연세대 동문이다.

“송영길 전 대표는 대표적인 86세대잖아요. 옛날 운동권, 민주화 투쟁의 단물은 다 뽑아먹은 세대. 그들은 이미 특권 계층이 된 지 오래인데 여전히 대학 다니던 1980년대 사고를 그대로 하고 있더라고요. 세상은 바뀌었는데 말이예요. 어떻게 보면 시대에 도태된 것 같은 그런 무리가 됐어요. 민주화 투쟁은 그들만 한 게 아니예요. 그 시절은, 그 세대는 다 민주화 투쟁을 했단 말이에요. 송 전 대표가 81학번이고, 제가 82학번이예요. 송 전 대표를 응원했던 사람이 나였어요. 근데 그때는 그런 사람 아니었어요. 진짜 용감하고 신념이 꽉 찬 학생이었어요. 왜 이렇게 추락했는 지 이해가 안 되요.”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인터뷰10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가 13일 서울 종로구 적선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총선 출마 포부를 밝히고 있다. /정재훈 기자

최강욱 전 의원의 ‘설치는 암컷’ 발언도 정치권에 파문을 일으켰다. “제가 참 암탉이란 소리는 많이 들어봤어요. 여자가 형사범죄에 대해 공부한다니까 그런 말들을 참 많이했어요. 근데 그 시절도 아니고 지금 암컷이라니, 짐승 취급이라니 기분이 정말 언짢더라고요. 자기들이 제일 진보적이라고 얘기하면서 사실은 가장 꼰대인, 이런 위선이 절 화나게 합니다.”

선거를 4개월가량 남겨둔 시점이지만 국민의힘은 혼란 속에 있다. 이 교수와 인터뷰를 진행하던 13일 김기현 대표는 당 대표직을 내려놨다. 국민의힘은 14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됐다. “어쩌면 변화는 위기로부터 온다고 생각해요. 위기 의식이 없으면 변화를 시도하지 않겠죠. 이제 국민의힘이 거침 없이 변화할 것 같아요. 내년 총선은 ‘변화를 주도하는 세력’과 ‘변화를 막으려는 세력’의 대결 구도라고 봅니다.”

인터뷰 말미 관객수 700만명을 돌파한 영화 ‘서울의 봄’ 이야기가 나왔다. 요즘 민주당은 군사독재를 ‘검부독재’라고 부르며 정부와 여당을 비판하고 있다. 이 교수는 “민주당 의원들이 서울의 봄의 전두광(전두환)을 윤석열 대통령과 동일시하는 걸 보고 재밌었어요. 서울대에서 모의재판할 때 전두환한테 사형 선고 내리고 피신했던 분이 대통령 아닌가요? 그런 용기도 못 낸 사람들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이야길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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