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평택캠퍼스

HBM(고대역폭 메모리)에서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내준 삼성전자가 그 다음 격전지를 정조준하고 있다. HBM을 잇는 차세대 메모리 기술 ‘CXL(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이 그 주인공이다.

최근 삼성은 CXL 관련 제품 상표를 잇따라 출원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CXL 관련주가 이틀 내내 30% 급등하는 일도 벌어졌다. 전문가들은 HBM에 이어 CXL 시장이 크게 부상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4일 ▷삼성(Samsung) CMM-D ▷삼성 CMM-DC ▷삼성 CMM-H ▷삼성 CMM-HC 등 총 4개의 상표를 한 번에 출원했다. 해당 제품은 ‘반도체 메모리장치, 칩(집적회로), 데이터 저장장치’ 등이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CXL을 CMM(CXL Memory Module)로 통칭해 부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표만 등록했을 뿐인데 그 여파는 컸다. 관련주가 연일 상한가를 찍으며 급등한 것이다. 오킨스전자, 네오셈 등 CXL 관련 기업들 주가는 2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찍었다. 오킨스전자는 지난해 CXL 생산의 기반이 되는 DDR5 메모리 테스트용 인터페이스 개발을 완료했으며 양산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한 기업이다. 반도체 후공정 검사장비 업체 네오셈은 메모리반도체의 제조 공정 중 제품의 성능과 신뢰성을 검사하는 장비사업을 주로 하고 있다.

CXL은 쉽게 말해 데이터들을 운반하는 ‘도로’를 확장하는 차세대 인터페이스다. 최근 화제가 된 HBM처럼 고성능 메모리라는 점은 같지만, 역할이 다르다. HBM은 주로 그래픽처리장치(GPU) 안에서 그 성능을 높일 수 있도록 메모리 반도체 사이의 도로를 늘리는 데 쓰인다. 하지만 데이터 처리용량과 대역폭을 무한정으로 늘리지는 못한다는 한계가 있고 가격도 비싸다. 이에 반해 CXL은 ‘확장성’이라는 무기를 갖고 있다. 기존 시스템의 메인 D램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확장성을 높여 메모리의 용량을 늘린다. 고용량 CXL D램을 사용하면 서버 한 대당 메모리 용량을 8~10배 이상 늘릴 수 있다.

이처럼 HBM과 CXL은 함께 성장할 수밖에 없는 제품들이다. HBM 시장 확대에 따른 차세대 격전지로 불리는 이유다. 시장조사업체 욜그룹은 글로벌 CXL 시장 규모가 오는 2028년 150억달러(약 20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CXL 분야에 누구보다 더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 2021년 5월 처음으로 CXL 기반 D램 기술을 개발해 ‘세계 최초’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고,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리더십을 뺏겼던 데 대한 설욕이 필요하다.

삼성전자의 ‘CXL 2.0 D램’

삼성전자는 올 4분기부터 ‘CXL 2.0 D램’을 양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인텔이 내년 상반기에 CXL 2.0 탑재가 가능한 서버용 CPU ‘시에라포레스트’를 내놓을 예정이어서, CXL 시장은 급격히 확장될 전망이다. HBM 시장이 챗GPT의 보편화로 확대된 것처럼, 인텔의 서버용 CPU 출시도 CXL 시장 확대의 방아쇠를 당길 것으로 보인다.

이정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 사장은 지난 10월 삼성전자 뉴스룸에 올린 기고문에서 “CXL 메모리 모듈 등의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메모리 대역폭과 용량을 원하는 만큼 확장하는 미래를 꿈꾸고 있다”고 밝히며 차세대 반도체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의 추격도 무시할 순 없다.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보다 4개월 늦은 지난 9월 ‘CXL 2.0’을 공개했다. 불과 몇개월 차이밖에 나지 않는 상황이다. SK하이닉스도 제2의 HBM이라 불리는 CXL 기술 혁신에 주력하고 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앞서 “HBM처럼 SK하이닉스가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AI 분야의 시그니처 메모리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나갈 것”이라며 “제2, 제3의 HBM이 될 수 있는 PIM(프로세싱 인 메모리), CXL 기반 이머징 메모리 개발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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