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을 복용한 채 운전하다가 사고를 내 20대 여성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 신모 씨가 지난달 18일 서울 강남구 강남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약물에 취해 롤스로이스 차량을 몰다 인도에 있던 행인을 치어 숨지게 한 ‘압구정 롤스로이스’ 교통사고의 가해자 신모(27)에게 검찰이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6단독 최민혜 판사 심리로 열린 신씨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 등 혐의 사건 결심 공판에서 “27세의 젊은 나이로 허망하게 사망한 피해자의 유족이 엄벌을 원하고 있다”며 “징역 20년에 처해달라”고 말했다.

검찰은 뇌사 상태에 빠진 피해자가 약 3개월 3주 만에 사망했는데도 신씨가 피해자와 유족에게 단 한 번도 진심으로 사죄하지 않는 등 잘못을 반성하지 않았다며 재판부에 엄벌을 촉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신씨는 약물로 정상 운전이 어려운 상태에서 무고한 피해자를 처참히 들이받고는 운전석에 앉아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며 신고도 하지 않았고, 주변 사람에게 도움 요청조차 하지 않고 현장을 이탈했다.

또 현장에 돌아와서도 피해자의 안위는 안중에도 없이 경찰에게 체포에 대해 항의하고 농담 섞인 전화를 걸었고,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여론이 형성되자 그제야 ‘피해자 구호를 위해 현장을 이탈했다’고 변명했다.

지난 8월 2일 오후 8시경 서울 압구정역 4번 출구 인근 도로에서 약물에 취해 롤스로이스 차량을 운전하다 인도에 있던 행인을 친 신모 씨의 모습. [유튜브 채널 ‘카라큘라 탐정사무소’ 영상 캡처]

신씨는 이날 피고인 신문에서 당시 사고가 난 사실은 인지했으나 약물에 취해 있어 정상적인 판단이 불가능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이 ‘사고가 난 뒤 다시 차량에 탑승해 휴대전화를 만진 이유가 뭐냐’고 묻자 신씨는 “휴대전화를 만진 기억은 없고, 피해자가 차 밑에 깔려있는 것을 보고 목격자들이 차를 후진하라고 말해 차에 탄 것”이라고 답했다.

앞서 신씨는 8월 2일 오후 8시10분쯤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압구정역 4번 출구 인근 도로에서 롤스로이스 차량을 운전하다가 인도로 돌진해 20대 여성을 다치게 하고 구호 조치 없이 도주한 혐의로 지난 9월 구속기소됐다.

그는 범행 당일 인근 성형외과에서 미다졸람, 디아제팜 등 향정신성 의약품을 두 차례 투여받고 정상적인 운전이 어려운 상태에서 차를 몬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 발생 후 행인들이 달려와 차에 깔린 피해자를 꺼내려 할 때도 아무런 조치 없이 있다가 수 분 뒤 사고 현장을 이탈한 것으로 알려졌다.

뇌사 상태에 빠졌던 피해자는 사건 발생 후 약 넉 달 만인 지난달 25일 결국 숨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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