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당대표 나갔을 때 ‘나중에’ 얘기,

급하다고 막 쓰면 후일 도모 안되더라”

전대 ‘조기 등판’ 했다가 이미지 소진

됐던 자신의 경험서 비롯된 조언인듯

황교안 국민의힘 전 대표가 지난 2019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2·27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직후 당기를 흔들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황교안 국민의힘 전 대표가 지난 2019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2·27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직후 당기를 흔들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황교안 국민의힘 전 대표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차기 비상대책위원장 추대론을 향해 ‘때가 아니다. 지금 등판하면 소진된다’는 시각을 내비쳤다. 앞서 2020년 총선을 앞두고 2019년 2·27 전당대회 때 ‘조기 등판’ 했다가 당대표를 하는 1년 동안 ‘소진’되고 만 자신의 아픈 경험으로부터 비롯된 조언으로 보인다.

황교안 전 대표는 20일 SBS라디오 ‘정치쇼’에 출연해 “한동훈 장관은 아주 탁월한 사람이다. 꼭 나라를 위해서 일해야 될 사람”이라면서도 “중요한 것은 때가 중요한데, 지금은 그 때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아울러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아직 몇 년 남지 않았느냐. 그 준비를 해야지, 지금 막 써버리면 안된다”라며 “비대위원장 해봐야 6개월 하는데, 혹시라도 실수하거나 실패하면 큰 상처를 입게 된다. 그렇게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날 황 전 대표는 “나도 처음 당대표 나갔을 때 ‘나중에 와라’ 이런 얘기들이 있었다. 급하다고 막 써버리면 후일이 도모되지 않는 것”이라고 회상하기도 했다.

2019년 옛 자유한국당 2·27 전당대회를 앞두고 대통령권한대행을 지냈던 황 전 대표가 당권에 도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자, 경기고~성균관대 선배인 정우택 국회부의장을 비롯한 한국당 몇몇 인사들은 황 전 대표에게 이번 전당대회에 등판하지 말고 외곽에서 ‘특강 정치’를 하며 신비감을 유지하다가, 총선을 앞두고 선거대책위원장으로 등판하라고 조언한 적이 있다.

하지만 황 전 대표는 결국 전당대회에 등판했고 당대표로 선출됐다. 그것까지는 좋았지만 이후 1년간 당을 이끌면서 더불어민주당의 집중 공격에 본인의 몇몇 실책도 겹치면서 ‘상처’를 입고 대권주자로서의 이미지를 전부 소진하고 말았다. 이 때문에 정작 본인이 지휘해야 했던 총선은 김종인 선대위원장을 영입하면서 지휘봉을 넘겨줄 수밖에 없었다. 본말이 전도됐던 것이다.

결국 황 전 대표가 한 장관의 비대위원장 등판을 만류하는 것은 이러한 자신의 경험으로부터 체득한 조언인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대선 아직 몇 년 남았다…당이
필요하다고 막 써버리면 인재 소진된다”
黃, 당대표 1년 하면서 이미지 전부 소진
정작 총선 지휘는 김종인 들여와 넘겨줘

황교안 미래통합당 서울 종로 후보가 지난 2020년 4·15 총선 하루 전날인 14일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의 지원 하에 평창동 유세를 마친 뒤 김 위원장과 손을 맞잡고 있다. ⓒ데일리안 황교안 미래통합당 서울 종로 후보가 지난 2020년 4·15 총선 하루 전날인 14일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의 지원 하에 평창동 유세를 마친 뒤 김 위원장과 손을 맞잡고 있다. ⓒ데일리안

황교안 전 대표는 “아무 일이나 다 잘한다고 해서 거기다 써버리면 나중에 뭘로 미래 대비를 하느냐”라며 “1년생 당이 아니잖느냐. 100년 정당을 만들어가야 되는데 인재들을 적재적소에, 적합한데에 잘 써야 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만 쓰고 말 것 같으면 아무데나 써도 된다. 그렇지만 다음도 생각해야 되지 않느냐”라며 “급하다고 쓸 것이 아니라 준비가 됐을 때 써야지, 내가 필요하다고 인재를 막 써버리면 인재가 소진되고 마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지도체제 문제와 관련해서는 윤재옥 원내대표가 당대표권한대행을 겸하고 있는 상태에서 우선 공천관리위원회를 구성한 뒤, 조기 선거대책위원회를 띄워 수습하는 방안에 힘을 실었다.

황교안 전 대표는 “지금 원내대표도 당에서 지지를 받은 사람”이라며 “지금 있는 팀으로 그냥 빨리 급한 것들을 정리하는 게 낫다. 다른 사람을 또 들여와서 들어온 사람이 이런저런 잡음을 일으키고 이렇게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조언했다.


이날 ‘한동훈 비대위원장 추대설’을 비롯 당내 현안에 관해 다양한 자문을 한 황 전 대표는 내년 총선에서 자신의 역할론과 출마 문제에 대해서는 극도로 말을 아꼈다.

황교안 전 대표는 “문제는 지금 내가 뭘하느냐, 내가 어디 가서 한 석을 얻느냐, 이것보다도 우리 당 전체가 어렵지 않느냐”라며 “많은 분들에게 도움을 드리고, 많은 분들이 함께 당선될 수 있는 그 길을 가려고 하고 있고, 지금도 또 그런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나 스스로 출마하는 것도) 왜 생각이 없겠느냐”라며 “당이 승리하는 큰길을 가려고 한다. 필요하다면 나도 출마할 것”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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