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개장을 앞두고 지난 2020년 4월 이후 27개월 만에 세종대왕 동상을 고압수로 세척하며 묵은 때를 벗겨내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경복궁 담벼락에 스프레이로 낙서한 혐의로 체포된 임모(17) 군이 텔레그램을 통해 신원 미상의 인물로부터 ‘광화문 세종대왕상’에도 낙서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21일 경찰에 따르면, 임 군은 텔레그램 단체방에서 “일하실 분에게 300만원을 드린다”는 글을 보고 연락해 자신을 ‘이 팀장’이라고 소개한 A 씨로부터 그 같은 지시를 받았다.

A 씨는 지난 16일 오전 1시 임 군이 사는 경기 수원에서 출발해 오전 2시부터 경복궁 등에 낙서를 하라며 구체적인 이동 동선과 낙서 구역 등을 지시했다. 또 착수금과 택시비 명목으로 임 군의 은행 계좌로 10만원을 송금했다.

임 군은 여자친구 김모(16) 양과 함께 지시대로 경복궁 담벼락에 낙서를 하고 텔레그램으로 이를 실시간 보고했다.

A 씨는 이어 광화문광장의 세종대왕상에도 낙서를 지시했으나 임 군은 경비가 너무 삼엄하다며 따르지 않았다.

경복궁 담장을 스프레이로 낙서해 훼손하고 도주한 피의자 2명이 범행 사흘 만인 19일 경찰에 붙잡혀 서울 종로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

A 씨는 이후 서울경찰청 외벽에 낙서할 것을 추가 지시했으며, 임 군은 이에 따랐다. 임 군은 범행 인증 사진을 찍어 텔레그램으로 A 씨에게 보내기도 했다.

A 씨는 “수원 어딘가에 550만원을 숨겨놓겠다”고 말했으나 실제 돈을 주지는 않았으며, 경찰 수사 언론 보도가 나오자 임 군에게 “두 사람 망한 것 같다. 도망 다녀라”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임 군과 김 양은 지난 19일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임 군에 대해 문화재보호법 위반 및 공용물건손상 혐의로 임군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며, 임 군과 범행을 함께 계획했으나 직접 낙서하지 않은 김 양은 석방했다.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방향 경복궁 서쪽 담장에 붉은색과 푸른색 스프레이로 ‘영화공짜’라고 쓴 낙서가 적혀있다. [연합]

서울중앙지법은 22일 오후 3시 임 군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 예정이다.

경찰은 A 씨 신원을 특정하기 위해 임군의 은행계좌 거래내역을 확인하고 텔레그램 계정을 추적하는 등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임 군 범행을 모방해 2차 낙서를 한 설모(28)씨에 대해서도 20일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설 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22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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