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당일인 25일 새벽 서울 도봉구 방학동의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가족을 지키려다 숨진 30대 남성의 마지막 외침이 공개돼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화마로 검게 그을린 도봉구 아파트 모습 / 뉴스1

지난 25일 새벽 4시 57분쯤, 이 아파트 3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주민들이 잠든 새벽 시간대 발생한 화재는 순식간에 번지며 피해를 키웠다. 소방당국은 소방인력 312명과 장비 60대를 투입해 오전 8시 40분쯤 화재를 진압했다. 이 사고로 주민 2명이 숨지고 30여 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같은 날 국민일보는 화재 현장에서 주민들 대피를 도운 아파트 경비원 말을 빌려 숨진 주민 박모(33) 씨의 마지막 말을 전했다.

박 씨는 “아이 받아주세요!”라며 구조를 요청했다. 박 씨의 절박한 외침에 경비원은 아이를 받을 수 있게 분리수거용 포대를 옮겨 바닥에 깔았다. 이후 7개월 된 둘째 딸을 안고 뛰어내린 박 씨는 딸은 살렸지만 본인은 목숨을 잃었다. 박 씨는 뛰어내리는 과정에서 머리를 크게 다쳐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사망했다. 다른 가족인 두 딸과 아내 정모(34) 씨는 연기를 흡입하긴 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로 알려졌다.

성탄절인 25일 오전 4시 57분쯤 서울 도봉구 방학동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2명이 숨지고 30여 명이 다쳤다. / 뉴스1

26일 경찰은 다소 뜻밖의 사실도 발표했다. 애초 목격자 증언에 따라 아내인 정모(34) 씨가 첫째 딸을 대피시킨 뒤 뛰어내린 것으로 알려졌지만, 두 딸 모두 박 씨가 구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26일 경찰은 아내 정 씨의 증언을 토대로 숨진 남편 박 씨가 2세 아이를 재활용 포대로 던져 구한 뒤 7개월 된 아이를 안고 뛰어내린 것으로 파악됐다며 앞선 발표 내용 일부를 수정했다. 아내 정 씨는 가장 마지막에 뛰어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또 다른 사망자인 10층 거주민 30대 임모 씨는 부모님, 남동생 등 가족들을 깨워 대피시키고 뒤늦게 빠져나오다가 연기를 흡입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도봉구청에 따르면 이 불로 인한 재산 피해는 1억 980만 원, 이재민은 8세대·23명으로 집계됐다. 이재민들은 현재 인근 모텔에서 임시 거주 중이다.

경찰은 범죄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보고 26일 화재 현장 합동 감식을 통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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