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침실로 밀어 넣고 휴대전화 없애고” 조직적 가담 간부들도 2심

종교적 고난 내세워 ‘부활’ 노릴까…김도형 교수 “‘핍박’이 장사 밑천”

JMS 정명석(왼쪽)
JMS 정명석(왼쪽)

정명석 출소 1주년을 부활 기념일로 명시한 사진 [대전지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대전=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기독교복음선교회(통칭 JMS) 총재 정명석(78) 씨의 여신도 준강간 등 혐의 사건 1심이 1년 2개월 만에 중형 선고로 마무리됐다.

피해자를 정씨의 침실로 밀어 넣거나 휴대전화를 없애는 등 범행을 조직적으로 도운 JMS 간부 8명에 대해서도 1심에서 잇달아 징역형이 선고됐다.

정씨와 간부들 모두 항소해 내년 2심이 열릴 예정인 가운데, 항소심에서도 녹음 파일의 증거능력 문제와 종교적 세뇌 여부에 대한 검찰과 정명석 측의 치열한 법정 다툼이 예상된다.

◇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정씨에게 징역 23년 선고

대전지법 형사12부(나상훈 부장판사)는 지난 22일 준강간과 준유사강간, 강제추행, 준강제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정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종교적 약자인 다수 신도를 상대로 상습적으로 성폭력 범행을 저지르고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한다”며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 기준(징역 4년∼징역 19년 3개월)을 넘는 중형을 선고했다.

검찰이 지난해 10월 22일 정씨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긴 지 1년 2개월 만이다.

성범죄로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2018년 2월 출소한 정명석은 한 달여 뒤인 2018년 3월부터 2021년 9월까지 충남 금산군 진산면 월명동 수련원 등에서 23차례에 걸쳐 홍콩 국적 여신도 메이플(29)을 추행하거나 성폭행하고, 호주 국적 여신도 에이미(30)와 한국인 여신도를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정씨의 범행이 종교 집단에 의해 조직적으로 이뤄졌다고 판단, ‘JMS 2인자’ 김지선(44·여)씨를 비롯한 JMS 여성 간부 6명을 준유사강간 등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JMS 성폭력 범행 조직도
JMS 성폭력 범행 조직도

[대전지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JMS는 미모의 여신도들을 ‘신앙스타’로 뽑아 ‘하나님의 신부’로 예우해 왔는데, 그 자신들도 신앙스타였던 이들은 “재림예수인 정명석의 사랑은 아무나 받지 못한다”며 메이플 등 신앙스타들을 세뇌했다.

김씨는 메이플에게 잠옷을 건네주며 ‘여기서 주님을 지키며 잠을 자라’고 지시하고, 민원국장 정모(51·여)씨는 메이플이 성폭행 피해 사실을 호소하자 도리어 ‘그것은 하나님의 사랑’이라며 메이플을 다시 월명동 수련원으로 데려갔다.

메이플이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에 출연한다는 사실을 알고 인천국제공항에 직원들을 대기시켜 숙소까지 미행하고 수사기관의 휴대전화 포렌식에 대비해 신도들에게 휴대전화를 교체하도록 지시한 최모(60)씨 등 남성 간부 2명도 기소됐다.

1심 법원은 여성 간부 6명에게 징역 1년 6개월∼징역 7년의 실형을 비롯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남성 간부 2명에게는 각각 징역 1년 6개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들도 모두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 내년 2심 재판이 진행될 예정이다.

◇ “나는 신 아냐” 정명석 항소심서 법정 다툼 예고

정씨 측은 피해자들을 성폭행·추행한 사실이 없고 본인을 재림예수 등 신적인 존재라 자칭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한다.

항소심 재판에서도 메이플이 제출한 음성 녹음 파일에 대해 증거 능력을 부정할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들이 심신상실 상태가 아니었다며 1심 재판부가 항거불능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고도 항변하고 있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녹음 파일에서 맥락이 끊기거나 인위적으로 편집한 흔적이 없고, 위작을 주장하는 피고인도 어떤 부분인지 특정하지 못했다며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녹취 파일 외에도 정씨의 범행을 성령 혹은 신랑의 사랑으로 여긴 피해자들의 JMS 탈퇴 전 일기와 메모 등이 있어 정씨 측이 모든 증거 채택을 거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정씨의 최측근이자 후계자였던 김지선 씨의 법정 증언도 정씨에게 불리한 정황이다.

김씨는 지난 9월 26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정명석 출소 이후인) 2018년 말부터 계속해서 성도들이 성범죄 피해를 봤다는 얘기들을 보고받아 알고 있었지만, 정씨를 메시아로 믿고 따랐기 때문에 정씨의 범행을 묵인해 왔다”고 진술했다.

정씨에게 성범죄 피해를 봤다는 신도들도 계속 늘고 있다.

재판 중인 피해자들을 제외하고 현재까지 정씨를 성폭행과 강제추행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여성 신도는 미성년자를 포함해 18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3건이 검찰로 송치돼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정씨는 추가 기소돼 내년 재판에 넘겨질 것으로 보인다.

피켓 시위 벌이는 JMS 신도들
피켓 시위 벌이는 JMS 신도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 ‘종교적 고난’ 앞세워 JMS 부활 노리나

1980년 서울 신촌에서 출발한 기독교복음선교회는 애천교회, 영동교회라는 간판을 내걸었다가 1996년 지금의 이름으로 정씨가 태어난 월명동에 자리 잡았다.

한때 신도가 10만명에 육박한 적도 있으나 1999년 정씨의 성범죄 의혹이 방송에 보도된 이후 절반 이상이 탈퇴했고, 지난 3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방영 이후로도 이탈이 이어졌다.

그동안 개최한 집회 규모 등을 보면 신도들이 여전히 3만명 이상 남아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정씨에 대한 재판을 종교적 고난으로 받아들이면서 연일 집회와 1인 시위를 벌이며 재판부를 압박하고 있다.

앞서 정씨가 2007년 5월 중국 공안에 검거됐을 때도 김지선 등 간부들은 “중국은 쓰촨성 지진으로 30만명 이상이 다쳤다. 예수님이 죄 없이 십자가 고난을 받으셨듯 억울한 누명을 쓰고 고난받고 계시다”며 신도들을 세뇌해 교도소에 있는 정명석을 메시아로 추앙하게 했다.

정명석에 대한 형사처벌을 ‘십자가 처형’으로 묘사하고, 정씨가 출소해 월명동 수련원으로 돌아온 해인 2018년 10월에는 올림픽공원에서 ‘주님, 메시아로 귀환했다’며 정명석의 건재함을 알리는 행사를 열었다.

정씨의 형이 이대로 확정될 경우 출소하면 ‘101살’이 되는 만큼, 교리대로 ‘부활’하지 않는 이상 정씨를 중심으로 한 교회 재건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씨가 정명석의 ‘2인자’ 지위를 누려왔듯, 교리를 계승할 다른 후계자가 나올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반 JMS 단체 ‘엑소더스’ 대표 김도형 교수는 “이들이 신도들에게 ‘우리 선생님이 핍박받고 있다’고 선동하며 무죄를 주장하는 이유는 그것이 신도들에게 돈을 거두기 위한 ‘장사 밑천’이기 때문”이라면서 “현재까지도 셋째 동생 정용석이 JMS 공동 대표로 있고, 정씨의 동생들이 목사, 장로, 권사 등을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정명석이 교도소에 있는 동안 김씨가 2인자 지위를 이용해 수년간 경제적 이익을 누려온 것으로 보고 있다.

교단에서 고가의 명품과 시계, 반지 등을 받아왔으며 그 자신도 벤틀리, BMW, 캐딜락 등 여러 대의 외제 차를 보유하고 있었고, 가까운 신도에게 포르쉐를 선물하기도 했다.

현재 김씨와 그 측근들은 수십억원의 교회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경기남부경찰청의 수사를 받고 있다.

메이플과 프랜시스 등 피해자들은 다른 경제 활동을 하지 못한 채 선교비 명목으로 한 달에 20만∼50만원씩 받으며 모텔에서 집단생활을 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김 교수는 “검사는 김지선에 대해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의 부를 축적해왔다’고 표현했다”며 “신도들에게 경제적 이득을 착취하는 지금의 구조를 뿌리 뽑지 않으면 JMS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JMS 선고 관련해 입장을 밝히는 김도형 교수(오른쪽)
JMS 선고 관련해 입장을 밝히는 김도형 교수(오른쪽)

[연합뉴스 자료사진]

j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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