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나 반전 없었던 ‘명낙회동’…이재명-이낙연 ‘결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가 30일 오전 서울 중구 소재 한 식당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극적으로 이뤄진 ‘명낙회동’에 반전은 없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가 폭설 속에서 만났지만, 이 대표는 이 전 대표의 ‘당대표 2선 후퇴·통합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다른 절충안도 제시하지 않고 이 전 대표의 탈당만 만류했다. 이에 이 전 대표는 “갈 길 가겠다”며 사실상 ‘이재명의 민주당’과의 결별을 선언했다.

두 사람의 회동은 이 전 대표가 앞서 못박은 당 쇄신 시한인 ‘연말’을 하루 앞둔 30일 성사됐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이견만 확인했을 뿐 성과를 만들지 못했다. 이 대표는 이 전 대표의 요구를 거절했고, 이 전 대표는 신당 창당 수순을 밟겠다고 밝혔다. 명낙회동을 두고 일각에서 제기된 ‘양측이 분당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명분쌓기 만남, 사진찍기용 만남이라는 해석만 재확인했다.

이 대표는 회동을 마친 뒤 “상황이 매우 엄중하기 때문에 우리 국민과 당원 눈높이에 맞춰 단합을 유지하고 총선을 반드시 이겨야 된다는 말씀을 드렸다”며 “기대치에 부족함이 있겠지만 당을 나가는 것이 그 길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표를 향해 “다시 한 번 깊이 재고해달라”고 언급했다.

박성준 대변인은 이 대표가 회동에서 “당은 기존 시스템이 있다. 당원과 국민의 의사가 있어서 존중해야 한다”며 “따라서 사퇴나 비대위를 수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30일 서울 종로구의 한 음식점에서 회동을 마친 뒤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이 전 대표는 “오늘 변화의 의지를 이 대표로부터 확인하고 싶었으나 안타깝게도 확인할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가 저렇게 형편없어도 민주당이 대안정당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단합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변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당 안팎에서 충정 어린 제안이 있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응답을 기다렸으나 어떠한 응답도 듣지 못했다”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통합·분열의 분수령으로 꼽혔던 ‘명낙회동’이 빈손으로 종료되면서, 이 전 대표의 탈당 및 신당 창당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남평오 전 국무총리실 민정실장이 이 대표가 연루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언론에 최초로 제보한 사람이 자신이라고 밝히면서 ‘이낙연 신당’ 창당이 가시권에 들어왔다고 해석된 바 있다.

이 전 대표는 탈당 계획에 대해 “차차 말씀드리겠다. 조금 더 가치 있는 일을 위해서 내 갈 길을 가겠다”고 말했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이낙연 신당’에 합류하겠다고 밝힌 최성 전 고양시장 출판기념회에서 기자들에게 “1월 첫째 주 안에 나의 거취랄까 하는 것을 국민께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가 30일 서울 종로구의 한 음식점에서 회동을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명낙회동’이 결렬되자, 친명(친이재명)계는 이 전 대표가 ‘신당 창당 카드’로 이 대표를 협박한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양이원영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신당 창당이라는 흉기로 78%의 당원이 선택한 현직 당대표에게 사퇴하라고 협박하는 것이 가치 있는 길이냐”라며 “협박하지 말고 이 대표를 중심으로 통합의 길을 선택하길 바란다. 그것이 김대중·노무현의 정신이자 가치”라고 주장했다.

윤준병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이 전 대표가 이 대표의 2선 후퇴 및 통합 비대위 구성을 요구한 것을 두고 “대선 경선 결과에 대한 불복”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내 대표적 비명계 인사로 분류됐으나, 현재는 탈당한 무소속 이상민 의원은 “민주당은 이미 이재명 사당, 개딸당으로 변질된지 오래고, 부패·비리에 윤리 불감증, 무기력증 등으로 만신창이가 돼 있어 더 이상 고쳐 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있다”며 “민주당에 대해 미련을 가질 때가 아니라 폐기 처리해야 할 때”라고 비판했다.

명낙회동 빈손 결렬에 대한 아쉬움도 터져나왔다. 야권 원로인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두 분 모두 서로가 수용·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가지고 조율·소통했어야 한다”며 “같은 당 식구들끼리 만나서 곱셈은 아니더라도 나누기를 하면 되겠나”라고 말했다.

박 전 원장은 그러면서 “지금부터라도 두 분 전·현직 대표께서는 더 소통하고 조율해서, 국민과 당원에게 상처와 실망을 주시지 않아야 한다고 거듭 호소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