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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사상 최대 실적을 낸 은행권의 희망퇴직 조건이 1년 전보다 나빠졌다. 최대 36개월치 월급을 받을 수 있었던 특별퇴직금을 31개월로 5개월치 적어진 것.

여기에 임금 인상률과 성과급 규모도 예년에 비해 대폭 줄이는 분위기다. 고금리로 서민들의 이자 부담은 늘었는데 은행들만 ‘이자 장사’로 돈을 벌어 직원들과 성과급 잔치를 벌인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4대 은행, 희망퇴직금 최대 31개월 치 급여로 축소=31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희망퇴직 조건이 1년 전보다 모두 나빠졌다.

국민은행은 오는 3일까지 1972년생 직원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는데, 특별퇴직금으로 근무 기간 등에 따라 18∼31개월 치 급여를 지급한다. 1년 전(23∼35개월) 조건보다 특별퇴직금이 4개월치 가량 줄었다.

지난 29일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는 우리은행도 1968년생에게는 월 평균 임금의 24개월 치를, 1969년 이후 출생자부터는 31개월 치를 특별퇴직금으로 지급한다. 이 역시 1967년생에게 24개월 치, 1968년 이후 출생자에게는 36개월 치를 특별퇴직금으로 줬던 1년 전보다 최대 5개월 치가량 줄어든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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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부터 신청을 받는 하나은행(최대 36개월 치→최대 31개월 치)과 지난 15∼20일 신청을 받은 신한은행(최대 36개월 치→최대 31개월 치) 역시 최대 퇴직금 수령액이 5개월 치 줄었다.

앞서 지난달 21일부터 23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NH농협은행은 372명의 직원이 퇴직한다. 퇴직자들은 특별퇴직금으로 만 56세 직원에게 28개월 치, 일반 직원에게 20개월 치 임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 역시 1년 전 퇴직 조건(56세 28개월 치, 일반직원 20∼39개월 치)과 퇴직 인원(493명)이 모두 줄었다.

앞서 올해 1월에는 KB국민은행에서 713명, 신한은행에서 388명, 하나은행에서 279명, 우리은행에서 349명이 희망퇴직 형태로 은행을 떠났다.

▶임금인상률·성과급도 줄이는 분위기=은행권은 희망퇴직 조건 뿐 아니라 임금 인상률이나 성과급 역시 축소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은행권 임금 인상률은 지난해 3%에서 올해 2%로 1%포인트 낮은 수준에서 결정됐다.

성과급 역시 줄이는 추세다. 농협은행이 올해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통상임금의 200%와 300만원으로 결정했는데, 이는 지난해(통상임금 400%+200만원)에 비해 축소된 수준이다.

신한은행 역시 성과급을 작년 기본급의 361%(현금 300%·우리사주 61%)에서 올해 기본급의 281%(현금 230%·우리사주 51%)로 줄였고, 아직 임단협이 진행 중인 국민, 하나, 우리은행 등도 지난해보다 적은 규모로 성과급 협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역대 최대’ 실적 불구 성과급 왜 줄이나=사실 은행권의 이같은 움직임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은행권이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내면서 그만큼 직원들에게 공유할 수 있는 자금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5대 은행의 누적 순익은 약 11조3282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약 10조759억원)보다 12.4% 증가했다. 이중 이자 이익(이자 수익-이자 비용)은 약 28조6920억원으로, 이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약 26조3804억원)보다 8.8%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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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은행 실적이 지난해보다 나아졌는데도 희망퇴직 조건이 악화된 것은 물론 임금인상률, 성과급 등이 축소된 이유는 은행의 과도한 실적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의식한 결정으로 보인다. 은행권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출이 급증한 상황에서 기준금리 상승으로 이자 장사로 손 쉽게 돈을 벌어왔다. 하지만 불어난 이익을 공익에 환원하기보다는 임직원들의 성과급이나 퇴직금을 늘리는 데 쓴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올해는 정부가 공개석상에서 은행권의 이같은 행태를 지적하면서 여론의 눈총이 더욱 따가워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월 은행의 성과급 지급에 대해 “‘은행의 돈 잔치’로 인해 국민들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금융위는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고 말했고, 앞서 지난 10월∼11월에도 ‘종노릇’, ‘갑질’ 등의 표현을 쓰며 은행권을 질타한 바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실적이 좋아진 것은 맞지만, 여론 등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분위기”라며 “노사가 조금씩 양보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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