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에서는 천시(바람)·지리(구도)·

인화(인물) 중에서 바람이 제일 중요”

각 언론사 실시 새해 여론조사에서는

‘정부견제론’이 높게 나타나는 경향

차명진 미래통합당 경기 부천병 국회의원 후보가 지난 2020년 4·15 총선을 앞두고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뉴시스 차명진 미래통합당 경기 부천병 국회의원 후보가 지난 2020년 4·15 총선을 앞두고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뉴시스

국운(國運)을 좌우할 2024년 총선이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흔히 선거의 3대 요소를 인물·구도·바람이라고 한다. 이 중 총선에서의 중요성으로 따지면 ‘바람’이 제일 중요하고 그 다음이 ‘구도’이며, ‘인물’은 마지막이라고 한다.

맹자에 이르기를 “천시(天時)는 지리(地利)만 못하고, 지리는 인화(人和)만 못하다”고 했지만, 총선에서는 반대인 셈이다. 아무리 훌륭한 인물을 적재적소에 공천해도 ‘구도’가 좋지 않으면 표가 분산되며, 하물며 나아가야 할 때가 맞지 않아 역풍이 강하게 불면 낙선을 면치 못하는 법이다.

2024년 4·10 총선이 정확히 100일 앞으로 다가온 이 때, 천시 즉 ‘바람’을 살펴보면 어떤 상황일까.

대통령제 국가에서 총선은 행정부를 잡고 있는 집권 권력에 대한 평가의 성격을 면치 못한다. 대통령제의 원조 미국에서 대통령 4년 임기의 한가운데에 치러지는 임기 2년의 하원의원 총선거를 ‘중간평가’라 통칭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보수와 중도·진보 성향에 관계없이 각 언론사에서 발표하는 새해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현재까지 ‘바람’은 집권여당에 불리하게 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관한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보다 월등히 높은데다, 이것이 영향을 미쳐 총선 때 ‘정부견제론’으로 나타나고 있는 탓이다.

중앙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달 28~29일 대통령 직무수행평가를 설문한 결과 긍정평가는 37%, 부정평가는 60%였다. ‘잘 모르겠다’는 3%에 불과했다.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보다 23%p나 높은 60%대라는 것도 문제지만, ‘잘 모르겠다’는 유보적 응답이 3%에 불과한 것도 문제다. 많은 국민들이 이미 현 정부의 국정운영에 관한 내심의 평가를 굳혔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같은 조사에서 총선에서 정부지원론과 정부견제론 중 무엇을 택할지를 설문한 결과 정부견제론 53%, 정부지원론 39%로 정부견제론이 14%p나 높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8%였다.

한국일보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6~27일 대통령 국정운영평가를 설문한 결과에서는 긍정평가 35%, 부정평가 58%로 나타났으며 ‘잘 모르겠다’는 7%였다. ‘정부·여당 심판론’에 공감한다는 응답자는 52%, ‘더불어민주당 심판론’에 공감한다는 응답자는 48%였다.

경향신문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달 29~30일 대통령 직무수행평가를 설문한 결과에서는 긍정평가 29%, 부정평가 49%였다. 경향신문 설문에서는 ‘(긍정·부정) 어느 쪽도 아니다’라는 선택지가 별도로 있어 이쪽으로 18%가 빠지면서 긍정평가와 부정평가가 모두 내려갔다. ‘잘 모르겠다’는 4%였다.

같은 조사에서 총선 때 ‘정부견제론’을 택하겠다는 응답은 54%, ‘정부지원론’을 택하겠다는 응답은 36%였다. ‘잘 모르겠다’는 10%였다. 여론조사와 관련해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빠르고 끓고 식는 민심 특성상 100일 전
보다는 선거전 막판 ‘바람’이 최대 변수
정동영 ‘노인 발언’에 04년 총선 ‘출렁’
차명진 ‘세월호’에 “30군데 엎어졌다”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당시)이 지난 2004년 4·15 총선을 앞두고 자신이 한 '노인 유권자 폄하 발언'이 큰 논란으로 번지자, 전라남도 장흥읍 동동리 경로당을 찾아 무릎을 꿇고 사죄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당시)이 지난 2004년 4·15 총선을 앞두고 자신이 한 ‘노인 유권자 폄하 발언’이 큰 논란으로 번지자, 전라남도 장흥읍 동동리 경로당을 찾아 무릎을 꿇고 사죄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처럼 집권여당에 불리한 ‘바람’ 속에서 총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일단 높아보이지만, 예단은 금물이다. 풍향 변화가 빠르고 민심이 빠르게 끓었다 식는 경향이 있는 우리 정치문화에서, 총선 100일 전 시점에서의 ‘바람’은 투표 직전 언제든 급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역대 총선의 사례를 살펴봐도 막판 ‘입조심’ ‘말조심’이 가장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거전 막판에 ‘막말 파동’으로 수십 석까지 의석이 오간 사례가 적지 않은 탓이다.

아직까지도 회자되는 대표적인 사례는 정확히 20년 전인 2004년 4·15 총선 때 있었다. 정동영 당시 열린우리당 의장은 총선을 20일 앞둔 3월 26일 기자들과 문답하던 와중에 “60대 이상, 70대는 투표 안해도 괜찮다”며 “그분들은 곧 무대에서 퇴장할 분들이니까 집에서 쉬셔도 된다”는 말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 속에서 열우당이 200석까지도 획득할 수 있다는 전망이 일던 선거전은 정 의장의 이 발언 하나로 ‘바람’이 뒤집혀, 여야의 치열한 각축전 속에서 결국 열우당이 과반을 간신히 넘는 152석을 획득하는데 그쳤다.

멀리까지 갈 것도 없이 바로 직전 총선인 2020년 4·15 총선에서 차명진 미래통합당 경기 부천병 후보의 ‘세월호’ 관련 발언도 많은 의석을 날려먹은 대표적 ‘막말’ 사례로 손꼽힌다.

차명진 후보는 총선 9일 전이었던 4월 6일에 치러진 경기 부천병 후보자 TV토론에 출연한 자리에서 “혹시 ○○○ 사건이라고 아느냐. ○○○ 사건, 세월호 텐트를 성역시해서, 국민 성금도 모아서 만든 그곳에서 있지 못할 일이 있었던 것을 잘 알고 있다”는 발언을 했다.

이로 인해 서울·수도권 지역에서 강한 역풍이 불면서 여론조사 추세상 이기고 있던 여러 지역구의 승패가 뒤집혔다. 박형준 당시 미래통합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현 부산광역시장)은 “마지막 일주일에 엎어진 것”이라며 “마지막 일주일에 몇 가지 사건들이 있었잖느냐. 그것을 계기로 역전된 곳이 수도권에 서울까지 합치면 30군데”라고 말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모 의원이 방송 출연에서 한 ‘김예지 의원은 정치인이라기보다는 몸이 불편한 장애인을 대표하는 성격’이라는 말도 사실 불필요한 발언”이라며 “특히 총선은 영입인재라는 이름으로 준비되지 않은 사람들이 새로 많이 들어오다보니 돌출발언이 자주 나오는 편이다. ‘말로서 말 많으니 말 말을까 하노라’라는 말을 항상 새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
0
+1
0
+1
0
+1
0
+1
0

댓글을 남겨주세요.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