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월 1일 오후 취임 첫 민생현장으로 서울 마포구 소재 ‘홍대 걷고 싶은 거리’를 찾아 물품을 구입 등 상인들의 대화를 통해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물가 안정 기조를 조속히 안착시키고 수출 회복 흐름을 민생과 내수 모든 분야로 확산시켜 민생경제 회복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

2일 공식 취임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취임사를 통해 윤석열 정부 2기 경제팀의 첫 번째 과제로 ‘민생경제 회복’을 강조했다. 그만큼 국내 경기의 한파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99억7000만달러의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2022년에 이어 2년 연속 적자다. 다만 지난해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2022년 477억8000만달러에 비해 축소됐다. 하반기 들어 그나마 수출은 회복하고 있지만 내수 경기는 좀처럼 살아날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지난해 3분기(7~9월) 국내 민간소비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0.2% 증가하는 데 그쳤다. 국내 민간소비 증가율은 작년 1분기(4.6%)까지 높은 증가율을 유지했지만 2분기 1.5%, 3분기엔 0%대로 내려앉았다. 지난 2020년 4분기 6.4% 급감한 이후 2년 3분기 만에 가장 낮다. 국제적으로 비교해봐도 심각하다. 경제개발협력기주(OECD) 평균(1.5%)에도 미치지 못한다. 미국·영국·독일·프랑스·일본·이탈리아·캐나다 등 주요 7개국(G7) 평균 소비 증가율은 1.2%로 한국의 6배였다.

고금리·고물가 영향이 본격화한 탓이다. 실제 2022년 1월 1.25%이던 기준금리는 2023년 1월 3.50%까지 치솟았고, 1년 내내 3.50%를 고금리를 유지했다. 작년 3분기 가계신용(가계부채) 잔액은 1875조6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0.8%(14조3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분기(0.4%)에 이어 2분기 연속 증가했으며, 증가 폭은 2배 수준으로 커졌다. 특히 가계대출 연체율도 작년 하반기 이후 상승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2022년 12월 0.66%였던 연체율은 작년 1월 0.76%로 증가했고, 8월엔 0.95%로 치솟았다. 9월에도 0.89%를 기록했다.

물가는 말도 못하게 올랐다.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의 전년 대비 상승률은 3.6%로 나타났다. 지난해 5.1%보다 둔화했지만, 코로나19 이후 인플레이션 국면에 들어간 2021년의 2.5%보다 1.1% 포인트 높다. 코로나19 전인 2016~2018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1%대였고, 2019년은 0.4%였다. 올해 물가상승률은 한국은행의 목표인 2%를 웃도는 수치다. 정부가 지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전망한 물가상승률 3.3%보다 0.3%포인트(p) 높은 수준이기도 하다.

올해 먹거리 물가 지수가 5% 이상 오르며 10년만에 3년 연속 5% 이상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서울 시내 한 전통시장 과일가게에서 사과를 팔고 있다. 5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1∼10월 식료품·비주류음료 물가 지수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5.1% 상승하며 지난 2011년 이후 처음으로 3년 연속 5%를 넘기고 있다. 과실 중에서는 귤(18.3%), 사과(17.2%) 등이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연합]

서민들의 타격이 컸다. ‘먹거리’와 ‘전기·가스·수도’ 등 삶을 영위하는 데 필수적인 품목의 물가가 대폭 상승한 탓이다. 실제 지난해 소비자물가 중 대표 먹거리 지표인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은 6.8%로 전체(3.6%)의 1.9배를 기록했다. 외식 물가 상승률도 6.0%로 1.7배로 조사됐다. 이는 가공식품·외식 등 먹거리 물가 부담이 다른 품목에 비해 그만큼 컸다는 얘기다. 또, 전기료와 도시가스 등의 가격이 오르면서 전기·가스·수도 물가도 지난해보다 20.0% 올랐다.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이 19일 오후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독(도크) 화물창 바닥에 스스로 용접한 가로, 세로, 높이 각 1m 철 구조물 안에서 농성하고 있다. [연합]

반면 ‘임금’은 물가를 따라가지 못했다. 실제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월평균 명목임금은 394만3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3.7%로 물가를 반영한 실질임금은 오히려 1.0% 떨어졌다. 고물가 영향으로 명목임금이 올라도 실질적으로는 늘지 않은 것이다. 실질임금은 지난달 7개월 만에 증가했다 다시 하락세로 전환했다. 전체 소득에서 이자나 세금 등을 빼고 소비나 저축에 쓸 수 있는 처분가능소득은 393만1000원으로 물가상승률(3.6%)에 못 미치는 1.2% 증가하는데 그쳤다.

문제는 올해에도 소비가 살아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로 1.9%를 제시했다. 작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2024년 경제전망을 통해 “민간소비는 고금리 기조로 인한 상품소비 부진이 지속되면서 전년(1.9%)과 유사한 1.8% 증가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게다가 태영건설이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을 신청하는 등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성 위기까지 불거진 상황이다. 2022년 국내총생산(GDP)에서 건설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5%가량으로 건설경기 부진은 싸늘한 체감 경기를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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