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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법조타운 인근은 1년 365일 ‘현수막 공해’가 지속되고 있다./박세영·김채연 기자

정당 현수막을 읍면동별로 2개씩만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옥외광고물법 개정안이 지난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현수막 공해’로부터 해방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는 가운데 법원·검찰 앞은 여전히 ‘공해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법조인에 대한 명예훼손이 될 만한 내용들도 무분별하게 난립해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건희 특검 대장동 특검 거부하는 자 범인이다”, “이재명 구속으로 조용히 살고 싶다”

2024년 갑진년을 앞둔 지난 12월 중순, 아시아투데이 취재진이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이 조성된 교대·서초역을 직접 확인한 결과 자극적인 문구가 담긴 각종 현수막과 플래카드가 셀 수 없을 정도였다. 법원 삼거리에는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쌍특검을 옹호하는 정당 현수막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수사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나란히 걸려 있기도 했다.

특정 판사와 검사의 실명을 적시하며 비난하는 내용의 현수막도 손쉽게 찾을 수 있었다. 대법원 인근에 조성된 화단엔 ‘대법판결 무시하는 고등판사 OOO’라는 플래카드가 꽂혔는가 하면 서울중앙지검 입구에는 ‘양심 구멍 뚫린 OOO검사는 사직하라’는 내용도 있었다. 또한 특정 기업인의 수사·재판을 옹호하거나 비난하는 내용의 현수막과 유인물도 다수 확인됐다.

이러한 ‘현수막 공해’를 1년 365일 마주하는 법원·검찰 관계자들은 변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1년 내내 보고 있어 사실 공해인지도 잘 모르겠다”면서도 “올해도 (현수막 문구로) 사법부를 몇 번 죽였는지 모르겠다. 사법부 위신이 그만큼 떨어진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한 대검찰청 간부 역시 “억울한 마음을 표현하려는 심정도 어느 정도 이해는 가지만 심한 내용들은 그때그때 정리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판사 현수막
특정 판사 실명이 거론된 플래카드가 대법원 인근 화단에 꽂혀 있다./김채연 기자
검사 현수막
서울중앙지검 입구에 특정 검사의 실명을 거론하며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박세영 기자

상황이 이런데도 법원·검찰청 앞 ‘현수막 공해’를 규제할 방안은 마땅히 없는 실정이다. 법원행정처의 한 관계자는 “청사 바깥의 현수막은 법원이 마음대로 할 수 없어 내규 규정이란 게 없다”라며 “수위가 높은 현수막들은 관할구청에 철거를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지난해 법원행정처는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유창훈 판사 비방 현수막을 내건 한 시민단체를 이례적으로 고발 조치해 이 단체가 곧바로 자진철거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바뀐 옥외광고물법 개정에 맞춰 지난해 12월부터 무분별하게 게시된 정당 현수막을 철거할 수 있게 하는 조례를 시행 중이다. 다만 개인이나 시민단체 명의의 현수막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집회용품’으로 신고하면 사실상 단속이 쉽지 않다. 이에 집회 신고 이후 실제로 집회를 열지 않으면서 현수막과 플래카드만 내거는 편법도 여전하다.

홍완식 건국대학교 로스쿨 교수는 “현수막 내용이 명예훼손인지 아닌지 구체적으로 따지려 하면 판단에 시간이 걸리는 문제가 있고, 그렇다고 현수막을 광범위하게 금지하거나 규제할 경우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 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면서 “무분별하게 게재되는 것을 막으려면 특정한 곳에서 걸 수 있도록 지정해 주거나 명예훼손 내용이 담긴 실명 현수막을 못 걸도록 조치하는 등 창의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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