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가운데 서울 여의도에 태영건설 본사에 걸린 깃발 모습. 시공능력 순위 16위의 중견기업인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부동산 PF 부실로 인한 건설업체들의 연쇄 위기 등 파장이 예상된다. [연합]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금융당국이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 신청과 관련해 협력업체에 채권을 떠넘기지 않겠다는 확약 없이는 워크아웃을 이행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3일 금융권과 산업은행에 따르면 태영건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이날 오후 3시 산업은행 본점에서 채권단 400여곳을 상대로 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당국은 이 자리까지 태영그룹이 계열사 매각 자금을 태영건설 및 협력사 채무 상환에 사용하고 오너 일가가 사재 출연에 적극 임하겠다는 자구 계획 이행 ‘확약’을 담아와야 한다고 못박았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이날 설명회에 참석하기 전까지 태영건설이 (이행 확약을) 결정하지 않으면 (워크아웃)을 못할 것”이라며 “자구계획이 없으면 정부가 채권단 설득을 도와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태영건설 자구안에 이사회 결의 등 이행을 확약하라는 일종의 경고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의 태도는 앞서 태영건설이 워크아웃 신청 시 함께 제출한 자구계획을 지키지 않으면서 강경해졌다. 지난달 28일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뒤 “다음날 상거래 채권을 결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지만, 태영건설은 지난달 29일 만기가 도래한 1485억원 규모의 상거래채권 가운데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외담대) 451억원은 상환이 이뤄지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워크아웃 직후 만기가 도래한 태영건설의 상거래채권부터 모두 상환될 거라고 발표했지만 막상 협력업체의 줄도산을 막는 외담대 상환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당국 관계자는 “태영건설이 (상거래채권 등) 약속을 안 지키면 워크아웃을 이행할 수 없다”면서 “(그룹 전체를)채권단에 넘기고, 협력업체에 (채권을) 떠밀겠다는데 그게 어떻게 워크아웃이 될 수 있느냐”며 “남의 돈으로 자기(오너일가)만 잘 살겠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윤세영 회장 등 오너 일가의 사재출연 규모가 워크아웃 돌입 여부를 결정지을 전망이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이 받아들여지려면 신용공여액 기준 채권단의 75%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강도높은 자구 계획과 확약으로 채권단 설득이 이뤄지지 않으면 워크아웃 개시가 어려워질 수 있다.

실제 태영그룹은 계열사인 태영인더스트리의 오너일가 지분 매각자금을 태영건설에 투입하겠다고 합의했지만, 이 합의를 깨고 1440억원 규모를 지주회사 티와이홀딩스 채무보증 해소에 먼저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시장에선 해당 자금을 포함해 오너일가 사재출연 규모로 3000억원 수준을 거론해왔다. 그러나 이미 절반 가량인 1440억원의 지분 매각 자금이 티와이홀딩스로 넘어가면서 태영그룹 측은 이를 만회할 자구책을 내놔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태영건설 측이 이미 SBS 지분 매각이나 담보 제공 가능성은 없다고 밝히면서, 금융권과 채권단 사이에서는 태영그룹 오너가 SBS와 같은 알짜 계열사만 나두고 태영건설의 정상화를 포기할 수 있다는 ‘꼬리 자르기’에 대한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하지만 채권단 설득이 어려워질 경우 SBS의 지분을 담보로 대출받거나 지분을 일부 매각하는 방안도 언급된다. 아예 주요 계열사인 SBS 지분을 최소한이라도 내놓는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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