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성착취 엡스타인' 문건에 클린턴·英 왕자 등 담겼다
영국 앤드루(왼쪽) 왕자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영국 앤드루 왕자 등의 명단이 이른바 ‘엡스타인 리스트’에서 최종적으로 확인됐다.

3일(현지 시간) 미 CNN 등에 따르면 이날 뉴욕연방법원이 공개한 고(故) 제프리 엡스타인의 성착취 사건 재판 기록상 언급된 명단에서 클린턴 전 대통령, 앤드루 왕자 등의 이름과 신원이 공개됐다. 정관계 인사를 막론하고 산업계, 학계,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저명 인사도 대거 공개돼 파장이 예상된다. 전 뉴멕시코 주지사인 빌 리처드슨을 비롯해 인공지능(AI) 과학자로 매사추세츠공대(MIT) AI연구센터 설립을 주도한 고 마빈 민스키, 유명 헤지펀드 투자자인 글렌 더빈 하이브리지캐피털 창업자, 하이엇호텔 회장을 맡고 있는 토머스 프리츠커 등이 포함됐다.

수백 쪽에 달하는 증언 녹취록, 사건 서류 등이 일부 알려진 가운데 전체 명부가 공개될 경우 최소 150~200명에 달하는 이들의 신원과 성착취 동조 행위 내용 등이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명단 공개는 지난해 12월 뉴욕연방법원의 로레타 A 프레스카 판사가 수년간 법정 밖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엡스타인 기록에 언급된 사람들의 신원을 공개하라고 명령하면서 이뤄졌다. 프레스카 판사는 명단 중 일부가 이미 공개된 점과 수년 전의 일이지만 분야를 가리지 않고 명사들이 가담한 사항을 고려해 전격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공개된 문서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부터 이어진 엡스타인의 성범죄에서 어린 여성들을 성노예로 공급한 혐의를 받는 길레인 맥스웰의 재판 과정에서 성착취 피해자인 요한나 쇼베르크는 “앤드루 왕자가 희롱하듯이 내 가슴을 붙잡고 사진을 찍었다”고 진술했다. 쇼베르크의 진술이 외부에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앤드루 왕자 측은 이에 대한 언급을 거부했다.

'미성년자 성착취 엡스타인' 문건에 클린턴·英 왕자 등 담겼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클린턴 전 대통령에 관한 엡스타인의 구체적인 언급도 있었다. 쇼베르크는 진술을 통해 “엡스타인은 ‘클린턴이 어린 소녀들을 좋아한다’고 밝혔다”고 증언했다. 클린턴과 엡스타인의 관계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그들은 친구라기보다는 거래할 게 있는 사이”라고 답했다.

재판 과정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대목도 있어 이목을 끌었다. 쇼베르크에 따르면 엡스타인은 트럼프와의 친분도 과시했는데 “비행기를 타고 가던 중 조종사가 뉴저지 애틀랜틱시티에 착륙해야 한다고 말하자 엡스타인이 트럼프에게 연락해 카지노로 가자”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가 엡스타인의 성착취 행위에 동조했다는 진술은 없었다.

금융 업계에 종사하며 월가의 거물을 비롯해 주류 사회의 정관계 인사들과 어울리던 엡스타인은 카리브해 섬에 있는 별장과 미국 뉴욕·플로리다·뉴멕시코에 있는 개인 소유 저택에서 수십 명의 여성들을 동원해 성착취를 한 혐의로 재판을 받던 중 2019년 감옥에서 목숨을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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