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했네.”

4일 오후 4시28분, 새해 첫날인 지난 1일 규모 7.6의 강진이 발생한 일본 혼슈 중부 이시카와현 와지마의 무너진 집에서 80대 여성 노인이 극적으로 구조됐다. 실종자의 생존율이 급격히 떨어지는 ‘72시간 골든타임’이 18분 지난 후였다. 노인은 자신을 구조해 준 소방대원을 향해 “고생했네”라고 말을 할 정도로 의식이 또렷했다.

지진이 발생한 이시카와현에서 구조 작업 중인 일본 경찰들. ⓒGettyImagesKorea
지진이 발생한 일본 이시카와현에서 구조 작업 중인 일본 경찰들. ⓒGettyImagesKorea

노인을 구한 이들은 지진 현장에서 400km 떨어진 오사카에서 지원을 나온 소방대원들이었다. 오사카 소방국에선 피해가 가장 심한 와지마의 구조작업을 위해 90명의 대원을 보냈다. 대원들은 무너진 집 하나하나를 수색하는 과정에서 1층이 무너진 2층짜리 집에서 인기척을 느꼈다. 1층을 샅샅이 살폈고, 깔려있던 노인을 발견한 것이다. 대원들은 “힘내세요”라고 소리를 치며 노인을 끌어올렸다. 무사히 구출된 노인은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고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사카시 소방국은 5일 87명의 대원들을 추가로 파견할 예정이다.

지진이 발생한 일본 이시카와현에서 구조 작업 중인 일본 경찰들. ⓒGettyImagesKorea
지진이 발생한 일본 이시카와현에서 구조 작업 중인 일본 경찰들. ⓒGettyImagesKorea

생사가 엇갈린 슬픈 사연도 공개됐다. 72시간 골든타임이 임박했던 4일 오전 7시 와지마에 무너진 주택에선 한창 구조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도모코(66)와 그녀의 남편은 집 앞에서 초조해하며 구조를 지켜보고 있었다. 도모코의 어머니가 주택 안에 남겨져 있기 때문이다. 약 1시간 반이 지난 후 무너진 집에서 어머니가 발견됐다. 소방대원들은 필사적으로 구조에 나서 약 2시간 뒤 어머니를 밖으로 꺼냈지만, 의식이 없었다. 도모코는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에 “제가 구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전하고 싶다”며 울었다. 도모코는 이미 두 딸을 잃은 상태였다. 새해를 맞아 오랜만에 가족이 한자리에 모였다가 지진으로 집이 무너지는 변을 당한 것이다. 도모코와 남편은 큰 부상 없이 빠져나왔지만, 뒤늦게 발견된 두 딸은 기둥 등에 깔리면서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도모코는 “마음을 추스르기 힘들다”고 말했다.

노토반도의 강진으로 사상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날 오전 8시 기준 사망자는 92명으로 늘었고 부상자는 388명에 달했다. 강진 이후 연락이 닿지 않아 실종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242명에 이른다. 피난 생활을 하는 주민도 3만3911명으로 집계됐다. 72시간 골든타임이 지났지만, 구조작업도 계속되고 있다. 이시카와현 지진 피해지역엔 자위대 대원 4600명과 소방·경찰 인력 2800명이 투입됐다.

한겨레 김소연 특파원 /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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