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H지수 연계 ELS(주가연계증권)에서 내년 상반기 대규모 손실 가능성이 불거진 가운데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홍콩지수 ELS 피해자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KB국민은행이 ‘제2의 H지수 ELS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투자상품 판매 과정을 재정비한다. 올해부터 80세 이상 초고령자를 향한 고위험도 투자상품 판매를 사실상 중단한 KB국민은행은 투자상품 수익률을 줄이고, 은행원의 판매자격을 더 강화하는 안 등 투자상품 판매 절차 강화를 준비하고 있다.

투자자보호부서 신설한 국민銀, 투자상품 수익률 줄인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본부에서 주가연계증권(ELS) 등 각종 투자상품의 수익률 변동성을 줄이는 안을 준비 중이다. 녹인(Knock-in·원금손실), 녹아웃(Knock-out·수익 확정)구간의 허들을 낮춰 수익률 변동성을 낮추는 안이 유력하다. 이제 은행에서는 ‘저수익·저위험’ 상품만 팔겠다는 얘기다.

판매자격도 강화도 검토한다. 현행대로라면 파생상품은 자격증이 있는 직원만이 가입을 권유하고 판매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ELS 상품은 은행 영업점에서 직원들이 일반 대중들에게 상품을 다수 판매한 게 문제가 됐다. 이에 전문 PB(프라이빗뱅커)들만 해당 상품을 팔 수 있도록 하는 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이번을 계기로 투자상품 판매 전후 절차를 강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사후조치를 위해 이번 인사에서도 조직을 개편했다. 국민은행은 소비자보호그룹 내에 ‘투자자보호부서’를 신설했다. 이전에는 소비자보호부·지원부만 존재하고 투자자와 관련해서는 TFT(태스크포스팀)를 가동했지만, 이를 상설화해 투자상품을 위주로 프로세스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KPI 전면개편…이재근 은행장 “준비중”

앞서 국민은행은 H지수 사태의 사후조치 일환으로 직원 핵심성과지표(KPI)에서 ELS 판매 수익 목표치를 대폭 낮췄다. 국민은행은 전국 지역본부(PG)에 전달한 KPI개선 내용에서 투자상품 판매 실적에 대한 배점을 낮추고 고객 수익률 비중을 확대했다.

특히 80세 이상 초고령투자자에게 초고위험투자상품을 판매할 경우 전체 실적을 차감하는 지표를 신설한 점이 특징이다. 또 기존 80세 이상 포고령자에게 ELS를 판매할 때 실적을 일부 차감하던 걸 65세 이상 투자자로 넓혀 연령 기준을 강화했다. 고객 포트폴리오 구성시 ELS 비중이 40%를 넘울 경우 감점 10점도 받는다. 사실상 초고령자 ELS 판매를 금지하고, 실적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편 금감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은행권 홍콩H지수 ELS 상품 판매현황’ 자료에 따르면 은행권의 총 판매규모는 15조9000억원에 달한다. 그중 국민은행 비중이 50.5%(8조원)로 가장 크고, 신한은행(2조4000억원), 농협은행(2조2000억원), 하나은행(2조원), SC제일은행(1조2000억원) 순이다.

이 중에 내년 상반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금액이 9조2000억원에 이른다. 1월 8000억원, 2월 1조4000억원, 3월 1조6000억원으로 늘다가 4월에 2조6000억원으로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은행의 경우, 내년 상반기 만기 도래분만 4조8000억원 규모다. 금감원은 8일부터 국민은행을 시작으로 불완전판매 여부를 가리기 위한 현장검사에 돌입한다.

이재근 국민은행장은 지난 3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4년 범금융 신년인사회’가 끝나고 기자와 만나 “선제적으로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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