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출근길을 중계해 온 유튜버가 ‘접속 차단’ 조처를 받았다.

정보통신망법을 위반, 국가기밀 등을 누설하는 내용의 정보를 전달했다는 이유에서다.

윤석열 대통령 출근길 중계 콘텐츠 등을 선보이는 유튜브 채널 ‘제이컴퍼니 정치시사’. 해당 채널에 올라온 영상 섬네일 캡처 / 유튜브 ‘제이컴퍼니 정치시사’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8일 오후 통신심의소위원회를 열고 유튜브 채널 ‘제이컴퍼니 정치시사’에 게재된 영상 37건에 대해 ‘시정요구(접속 차단)’를 결정했다.

방심위 사무처에 따르면 대통령 경호처는 이 건에 대해 “해당 채널이 대통령의 동선을 상시·반복적으로 촬영해 국내외에 실시간으로 공개하고 있다”며 “이동로의 구체적 위치, 경호 기업, 경호 수행 인원, 주요 일정 등 정보가 적국, 경호 위해세력에 공개될 경우 국가안전 보장에 심각한 위해로 적용될 수 있다”고 심의를 요청했다.

사무처 측은 이와 관련해 “‘국가안전 보장에 위해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는 시정 요구 측면과 대통령 차량 이동은 일반 국민이 쉽게 인지할 수 있는 내용으로, 특정 지점을 지나고 있다는 사실이나 차량 행렬의 현재 위치, 예상되는 목적지 등을 언급한 것으로 동선이 공개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대통령 일정 언급도 대통령실 홈페이지 공개 일정란에 게시된 있는 내용으로, 비밀 정보로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문제없음’ 측면도 있다”고 봤다.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모습. 2022년 촬영된 사진 / 뉴스1

사무처 보고를 받은 위원들은 각자 의견을 나눴다.

이날 소위원회 황성욱 상임위원(국민의힘 추천)은 “보통 대통령 동선은 작전장교한테도 (이동) 직전에 하달이 된다. 대통령은 국군 통수권자이기 때문에 관련 정보는 군사기밀에도 해당이 된다. 기록으로 남아 공개되는 것도 문제가 있다. 동선, 일정이 공개되는 건 그 자체로 안 된다고 본다”며 ‘시정요구’ 입장을 내비쳤다.

김우석 위원(국민의힘 추천)도 “겉보기엔 별 게 아니라 해도 그것이 축적된 데이터라고 하면 효과는 배가 된다. 그런 면에서 간과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방치했을 땐 (데이터가) 쌓여서 대기업이나 국가까지 무너뜨릴 수 있는 위험(이 될 수 있다)”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윤성옥 위원(더불어민주당 추천)은 ‘문제없음’을 주장했다. 윤 위원은 “(해당 유튜버 콘텐츠는) 대통령의 근무 태도를 비판하는 내용”이라며 “전체 영상 중 대통령 행렬이라고 공개된 도로에서 언급하는 부분은 굉장히 짧게 등장한다. (영상 내용이) 국가 기밀인지 명확해 보이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어 “1년여 전 올린 콘텐츠도 있는데 이제 와서 대통령 동선을 문제로 규제하긴 어려울 것 같다. 이걸 오늘 삭제 의결한다고 해서 이 내용을 다 유튜브에서 없앨 수가 없다”며 “게다가 해당 영상엔 대통령을 비판하는 내용이 상당 부분 포함돼 있어 오히려 삭제했을 때 불필요한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윤 위원은 또 “(접속 차단 조치를 한다고 해도) 국내에선 못 보지만 해외에선 볼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유튜브를 이런 방식으로 규제하면 앞으로 위원회가 조롱거리가 될 수도 있다. 인터넷 주소를 바꿔 다시 이런 게시물을 올린다면 일일이 접속 차단을 할 거냐. 세계적인 내용 규제의 보편적 기준에 맞지 않은 일”이라고 꼬집었다.

윤 위원 반대 의견에도 이날 여권 위원들의 찬성에 따라 최종적으로 접속차단 결정이 내려졌다. 근거로 적용된 법률은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불법정보의 유통금지 등) 제1항 제7호, 법령에 따라 분류된 비밀 등 국가기밀을 누설하는 내용의 정보’ 위반이다.

윤 대통령 출근 시간을 기록해 지각 여부를 체크하는 콘텐츠 등을 선보인 유튜브 채널 ‘제이컴퍼니 정치시사’ / 유튜브 ‘제이컴퍼니 정치시사’

이번 방심위 제재를 받게 된 ‘제이컴퍼니 정치시사’는 서울의소리 정병곤 기자가 운영 중인 유튜브 채널이다.

윤 대통령 출근길 중계 콘텐츠 등을 선보이는 정 기자는 중계 과정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전하거나 대통령 출근 시간을 기록해 지각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 기준 총 2000여 개 동영상이 올라와 있고, 구독자 10만 5000여 명을 보유하고 있다.

방심위 시정 요구 결정이 내려지자, 정 기자는 유튜브 커뮤니티에 “망했다 ㄱㅋㅋㅋㅋ”라는 내용의 짧은 심경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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