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파트 경비원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는 사람들이 느는 가운데, 최근 한 아파트의 민원 내용이 온라인상에 올라와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8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요즘 아파트 경비원들이 비난 받는 이유’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는 최근 어느 아파트 단지에서 발생한 입주민의 불만과 그 처리 결과를 알리는 공지문의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다.
공지문에 따르면, 한 입주민은 “무거운 짐을 들고 있거나 장바구니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아파트 입구의 번호를 누르기가 매우 힘들다”고 언급하며, “경비실에서 상황을 관찰하고 있다면 입구 문을 자동으로 열어주었으면 좋겠다”고 민원을 제기했다.
더불어 “이전에 근무하셨던 경비원은 스스로 문을 열어주셨는데, 현재 경비원들은 그런 배려가 부족하다. 아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관리사무소는 “경비원에게 교육을 실시하겠다”고 대응했다.
이 글을 본 네티즌들은 “경비원이 무슨 조선시대 머슴이냐. 어지간히 해라”, “경비아저씨가 선심으로 해줬더니 이젠 당연한 줄 알군..”, “아파트 야간 경비 알바로 했는데 생각보다 저런 사람들 많아서 충격받음”, “처리결과가 더 충격적이네”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
수년 간 아파트 경비원 갑질한 20대 실형 선고
이처럼 경비원들이 받는 갑질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5월에는 수년 간 아파트 경비원들에게 폭언과 갑질을 일삼은 20대가 징역 1년형을 선고 받았다.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2019년부터 아파트 상가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이모 씨는 경비원들에게 심한 갑질을 했다. 그는 관리사무소를 자주 찾아가 경비원들에게 “똥오줌 싸러 왔냐”, “개처럼 짖어봐”, “시키는 대로 하면 되잖아” 등의 폭언을 일삼았다.
이 씨는 또한 “그만두게 만들겠다”며 경비원들의 업무태만을 문제 삼았고, 흡연 구역을 10분마다 순찰하도록 지시하거나 경비소에 맡긴 택배를 배달하게 하는 등의 갑질을 했다.
2020년 12월, 경비원들은 이 씨의 갑질을 경찰에 신고했다. 이후 피해자들이 경찰서에 출석해 진술을 하자, 이 씨는 이들을 찾아가 침을 뱉고 “내일 나오면 죽여버린다”며 다시 폭언을 했다.
이 씨는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피해자를 해고하라고 입주자 대표회의에 요구했고, 피해자들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자, 이 씨는 보도한 언론사와 피해자들을 도운 입주민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며, 피해자들을 변호한 변호사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재판부의 선고 이후에도 이모 씨는 입주자 대표회장을 찾아가 피해자를 해고하라고 요구하며 여전히 ‘갑질’을 계속하고 있다.
경비원들에 대한 갑질이 멈추지 않는 주된 이유 중 하나로 ‘다중 사용자 구조’가 지적된다.
경비원들은 용역업체와 계약을 맺고 법적으로 용역업체가 사용자 지위를 가지지만, 실제로는 아파트 관리소장, 입주민 등으로부터도 업무 지시를 받는다.
법적으로 관리소장이나 입주민에게 업무 지시나 갑질에 대한 책임을 물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실질적으로 여러 사용자를 가진 경비원들은 이로 인해 어려움을 호소한다. 다양한 사용자의 기대와 지시를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A아파트의 한 경비원은 “가끔 입주민들이 ‘경비원이 자고 있다’, ‘경비초소에 없다’며 관리사무소에 민원을 제기한다”며 “민원이 발생하면 경비원들은 관리사무소 측에서도 꾸중을 듣게 되니, 입주민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국, 다중 사용자 구조로 인해 경비원들은 복잡한 업무 환경에 처해있다. 법적으로 명확한 사용자가 아닌 다른 이해당사자들로부터의 지시와 기대에 부응하려는 압박은 경비원들에게 추가적인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비원들의 권리와 복지를 보호하고, 그들의 업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제도적, 사회적 노력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