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이 채권단 96.1%의 동의를 얻어 공식 개시된 가운데 12일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 앞 신호등에 황색불이 들어와 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태영건설이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을 통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무 상환 압박에서 일시적으로 벗어날 수 있게 됐지만, 앞으로 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노력이 요구된다. 역대 워크아웃 기업들의 성공률은 45.6%로 작지 않지만, 강도 높은 자구노력이 필수라는 지적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태영건설이 전날 채권자협의회의 서면결의 결과 동의율 96.1%로 워크아웃을 개시하게 되면서 앞서 워크아웃을 겪었던 기업들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성공사례가 SK하이닉스다. SK하이닉스는 하이닉스반도체 시절이던 2001년 10월 채권단의 공동관리에 들어가 출자전환, 만기연장 등을 진행하고 비메모리 사업부문까지 매각하며 2005년 7월 워크아웃을 종료할 수 있었다. 2011년 11월 SK그룹에 인수된 후엔 세계 굴지의 반도체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현대건설은 2000년 8월 부채비율이 800%에 육박할 정도로 막대해진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고 워크아웃에 돌입했다. 정주영 명예회장과 정몽헌 회장이 3700억원의 사재를 출연하고, 구조조정, 해외수주 확대 노력 등을 통해 2006년 5월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2011년 3월 현대차그룹에 인수된 뒤 어려워진 경영환경 속에서도 견조한 실적을 내는 업계 맏형으로 자리잡았다.

금호건설은 금호산업 시절이던 2009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자본잠식 위기 속에서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전 회장 일가가 금호석유화학 주식을 팔아 2200억원을 금호산업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대우건설을 산업은행에 넘기고 금호고속을 물적분할하는 등 자구노력 끝에 2015년 12월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이 채권단 96.1%의 동의를 얻어 공식 개시된 가운데 12일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에 직원들이 출근을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성공사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쌍용건설, 벽산건설, 우림건설, 남광토건 등은 워크아웃에 실패해 법정관리로 넘어갔다. 한때 건설업계 10위권을 넘보기도 했던 벽산건설은 파산선고를 받아 역사 속으로 사라지기도 했다.

앞서 금융위원회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종민 의원에게 제출한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상 구조조정제도 성과 자료를 보면,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워크아웃 절차가 종료(졸업·중단)된 103개사 중 47개사가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졸업 성공률은 45.6% 수준이다.

2026년까지 연장된 기촉법의 1호 기업이 된 태영건설이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통해 워크아웃 졸업에 성공해 새로운 선례를 남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워크아웃에 실패하면 법정관리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 경영 정상화까지 시간도 오래 걸리고 성공하더라도 법정관리 딱지가 남게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태영이 추가 자구안에서 SBS, 티와이홀딩스 지분 담보를 내걸며 의지를 보여준 만큼, 경영 정상화를 위해 모든 것을 쏟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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