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4년 신년인사회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인사하고 있다. 2024.01.03. [사진=뉴시스]

[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거취를 둘러싼 당정의 충돌로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이번 사태가 여권 권력 구도 개편으로 이어질 조짐을 보이자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에선 이후 총선 가도를 판가름할 이해타산 따지기에 분주하다.

민주당 지도부는 당장 윤 대통령의 당무 개입, 즉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 여부에 초점을 맞추고 법적 검토에 착수했다. 이재명 대표는 “대통령이 특정 정당의 선거, 총선과 관련해 이렇게 노골적이고 깊숙이 개입한 사례가 있었나”며 문제점을 부각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한 위원장이 스스로 대통령실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았다는 것을 확인해 준 것”이라고 거들었다.

한 위원장이 ‘윤심’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의도적인 갈등을 벌이고 있다는 의혹도 나온다. 우원식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김 여사 구하기’ 정치쇼를 당장 멈추라”면서 “이들은 전화 한 통이면 모든 것이 통하는 사이인 만큼, 서로 싸우는 척하면서 김 여사 특검 등 현안에 물타기 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결국 한 위원장이 ‘홀로서기’에 성공해 소위 ‘대통령 아바타’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야만 한다는 위기 의식에서 나온 주장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한 위원장은 ‘사실무근’이라는 대응보단, “국민 보고 나선 길, 할 일 하겠다”며 정면돌파에 나섰다. 특히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도 “제 임기는 총선 이후까지 이어진다”며 “정당은 정당의 일을 하고, 정부는 정부의 일을 하면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는 것”이라고 사퇴설을 재차 일축했다.

‘정치쇼’ 아니냐는 의혹 제기와 함께 제3지대에서는 ‘약속대련’이라는 평가절하도 나온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이날 유튜브 채널 인터뷰에서 “대통령을 잘 아는 그리고 한동훈 비대위원장 잘 아는 모 인사가 저한테 이야기 하기를, 이관섭 실장을 보냈다는 의미는 저거는 약속대련이다 이렇게 이야기 하더라”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 내 분위기는 매우 심각하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소위 야권에서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주장하는데, 이는 아닌 것 같다”며 “김기현 전 대표 사태와 여러 면에서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는 만큼, 실제 갈등이 느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당 내에선 한 위원장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윤심’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무엇보다 야당이 정부여당을 흔들기 위해 공세를 펼치는 것을 두고선 “자충수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즉, 야당이 한 위원장을 때릴수록 소위 ‘몸값’만 키워주는 모양새라는 것이다.

민주당 내에서도 경고 목소리가 나온다. 친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은 다수 야당으로서 대통령 배우자 문제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될 것”이라며 “위기에 빠진 민생과 경제, 한반도 평화를 지키는데 전념하는 총선이 되도록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도 이번 갈등이 야권에서 주장하는 ‘약속 대련’이라고 해도, 윤심과의 거리두기를 통해 차별화에 성공한다면 여당 지지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4·10 총선 캐스팅보트인 ‘중도층’ 표심이 여당으로 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한 위원장이 차별화에 성공한다면 야권이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라면서 “대통령 지지율은 그대로 있더라도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상승할 가능성이 높고, 중도층들도 한 위원장이 달라졌다는 생각에 관심을 기울일 수 있는 효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현재 여당은 ‘한동훈 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이대로 가다간 총선이 어려울 수도 있는 상황”이라면서 “‘윤석열 아바타’라는 얘기에서 벗어나지 못해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힌 실정인데, 대통령실과 갈등을 빚는 모습이라도 보여 차별화 전략을 성공시킨다면 국민적 관심을 받을 수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역대 전례를 봐도 전임자를 비판한 쪽이 항상 유리했던 만큼, 최근 혁신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야권 입장에선 한 위원장의 홀로서기가 두려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번 사태로 여야 지지율의 변화는 불투명하지만, 중도층 표심이 움직일 수 있는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야당에선 이번 내분 사태에 대해 야권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기대와 한 위원장의 차별화에 대한 우려로 갈라지고 있는 모습인데, 우선 이 우려에 대한 영향력을 축소하기 위해 ‘쇼’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문제는 야당이 스스로 변화하고 개혁하면 국민적 지지 받을 수 있는 환경임에도 이를 돌파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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