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군수품을 지원받는다는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우크라이나에서 발견된 러시아 탄도미사일에서 한글 표기가 발견돼 해당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영국 무기감시단체 분쟁군비연구소(CAR)가 최근 공개한 ‘우크라이나에서 기록한 북한 미사일'(Documenting a North Korean missile in Ukraine) 보고서를 통해 지난 2일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서 발견된 러시아 탄도미사일 잔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소는 잔해에서 발견된 한글과 연도표기 등 일부 특징을 기반으로 해당 미사일이 북한산이라고 추정했다.
가장 특징적인 부분은 미사일 기압계 중 하나에 한글 ‘지읒'(ㅈ)으로 보이는 손글씨가 적혀 있다는 것이다.
또 여러 부품에서 ‘112’라는 숫자가 발견됐는데, 연구소는 이 숫자가 북한의 연도 표기 방식으로, ‘주체 112년’을 가리킨다고 봤다. 김일성 전 주석이 출생한 1912년을 원년으로 하는 북한의 공식 연도 표기 방식이다. 주체 112년은 2023년을 가리킨다. 또는 이 숫자가 룡성기계연합기업소 산하 군수공장인 ‘2월 11일 공장’을 뜻할 가능성도 언급됐다.
연구소는 문자·숫자 표기 외에도 미사일 꼬리 부분의 크기, 타국 제트 날개 액추에이터와 구분되는 특징적인 액추에이터 등을 기반으로 북한산이라고 추정했다. 미사일의 하단부 직경은 110cm로, KN-23의 원형이라 일컬어지는 러시아 이스칸데르 미사일(95cm)보다 컸다.
특히 로켓 모터 앞부분에서 북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인 KN-23, KN-24와 유사한 볼트 패턴이 보인다고 전했다. 미사일 로켓 모터 앞부분에 20개 볼트가 원 모양으로 고르게 분포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연구소는 “우크라이나에서 북한 미사일이 명백하게 사용됐음을 보여준다”며 “러시아의 이런 무기 사용은 (대량살상무기) 비확산 체제를 저해하는 대가를 치르더라도 우크라전을 유지하려는 의도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 정부는 앞서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받은 탄도미사일을 우크라이나전에 투입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9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가진 후 북한의 탄도미사일과 수십만 발의 포탄이 러시아로 흘러갔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영국 국방부는 북한 나진항에서 컨테이너를 싣고 러시아 극동지역 항구로 이동하는 러시아 선박을 촬영한 위성 사진이 담긴 미공개 국방 보고서를 유엔 전문가 패널에 제출하기도 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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