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데일리안과 인터뷰

“김정은 ‘전임자 지우기’ 목적 불분명…혼란 올 것”

“‘통미봉남’? 서울 거치지 않고 워싱턴 갈 수 없다”

“고위 탈북자 작년 두 자릿수…北 아래서부터 변화”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23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23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30일 노동당 전원회의 5일차 회의에서 “북남(남북) 관계는 더 이상 동족관계,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됐다”고 말했다. 분명 의도가 물씬 담긴 발언이지만, 김 위원장의 말은 우리 사회의 핵심 의제를 파고 들었다. ‘왜 통일을 해야 하는가’ 시대가 통일부에 답을 요구하고 있다.

데일리안이 김영호 통일부 장관을 직접 만나 “왜 통일을 해야 하는가”라고 물었다. 인터뷰는 23일 오후 서울정부청사 7층 장관 집무실에서 진행됐다.

김영호 장관은 “북한 주민들의 열악한 인권 상황을 본다면 통일은 하루 빨리 돼야 한다”며 “북한 주민들의 자유와 인권이 보장되고 증진된다면 북한 정권이 북한 주민을 무시하고 핵과 미사일 개발에 자원을 전용해 계속 사용하기는 어렵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권과 안보 문제는 분리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국민이 정권교체를 하며 윤석열 정부에게 기대한 것은 원칙있는 대북정책을 펼치는 것”이라며 “지난 정권처럼 굴욕적으로 북한의 눈치를 보는 것은 안 된다. 새해에는 통일부가 중심이 돼 헌법적 가치에 충실한 원칙있는 대북정책을 추진해 가겠다”고 약속했다.

윤석열 정부의 두 번째 통일부 장관인 김 장관은 진주고와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했다. 김 장관은 대한민국 건국, 6·25 전쟁의 기원과 전개 과정 등을 연구한 정치학자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통일비서관과 외교부 인권대사를 역임했다. 윤석열 정권에서는 통일부 장관 자문기구인 통일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돼 중장기 통일 방안인 ‘신통일미래구상’을 연구하기도 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23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23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다음은 김영호 통일부 장관과의 일문일답이다.

Q. 올해는 국민들이 북한 동향과 우리 정부의 대응에 큰 관심을 기울이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 일부 대북 전문가들이 한반도의 전쟁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는 우려를 해 국민들이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데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보나.

“지금 한반도는 핵전쟁, 재래식 전쟁, 또 북한의 대남 심리전에 의한 전복전 이 세 개의 전쟁이 복합된 위험한 상황에 있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최근에 핵을 사용해서라도 한반도를 무력으로 완전히 점령하겠다고 위협했다. 정부는 지난해 4월 워싱턴 선언에서 한미 간에 합의를 했다. 한미 간에 핵 협의 그룹이 구성됐고, 그 이후에 한미일 세 국가 간 북한 핵 협의 그룹도 구성됐다. 이처럼 정부는 북한 핵 억제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북한의 재래식 도발과 군사적 위협에 대해서도 정부와 우리 군이 단호하면서도 절제된 대응을 통해 핵을 억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지난 정부가 (북한과) 9·19 군사합의서를 체결했다. 거기에 보면 우리 군이 이북의 군사시설을 실시간으로 감시·정찰할 수 없도록 돼있다. 그래서 정부는 9·19 군사합의의 효력을 정지하고 북한에 대한 감시정찰 기능을 회복했다. 이처럼 정부는 북한의 군사 동향을 철저히 감시하고 북한의 위협에 철저히 대응하고 있다.

북한이 군사적으로 도발하고 위협하는 것은 그 자체로서 대남 심리전의 성격이 있다. 총선을 앞두고 불안감을 조성하고, 한반도를 상시적인 분쟁 지역화하겠다는 의도도 있다. 통일부는 북한의 대남 심리전에 철저히 대응하고, 북한이 그런 발언을 할 때마다 적절한 대응 메시지를 내 국민과 국제사회를 안심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Q. 역사적으로 보면 내부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밖으로 총부리를 돌리는 과정에서 군사적 도발이 자행되는 경우도 있었다. 지금 북한 사회는 어떤 상황이라고 보나.

“최근 북한 내부의 상황이 굉장히 어렵다. 우선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것은 지난해 말~올해 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김일성·김정일 업적 지우기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조국 통일 3대 헌장 폐기 처분을 한다든지 조국 통일 3대 헌장 기념탐을 철거한다든지다. 심지어는 조국 통일 3대 헌장 기념탑을 ‘꼴불견’이라고 표현도 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김일성·김정일 지우기는 목적이 좀 불분명하다. 덩샤오핑이나 도이모이의 경우와는 달리, 개혁·개방으로 나서기 위해 전임자를 비판하는 것 같지는 않다. 이런 식으로 전임자 업적을 지운다고 할 경우 세습 체제 기반 자체를 부정하게 되고 북한의 이념적 공백과 혼란을 불러올 가능성 있다. 최근 상황에 대해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관계자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처럼 상당히 북한 내부 상황이 복잡하다고 볼 수 있다. 식량난·경제난이 계속되고 있는데, 북한 내부적으로 위기가 생긴다고 한다면 대남 도발 등을 통해 위기를 돌파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경계심을 가지고 철저한 대비책을 세우고 있다.

또 곧 북한경제사회실태인식 보고서 내용이 공개되겠지만, 북한 주민 80% 이상이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 주민들이 외부 세계에 접하는 계기가 더 많아졌다. 이를 통해 (북한 주민들은) 북한 정권이 그동안 해온 선전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되는 거다. 북한은 2020년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만들고 2021년에는 ‘청년교양보장법’이라는 것을 만들었다. 2023년엔 ‘평양문화보호법’을 만들었다. 한국 드라마를 보게 되면 아주 가혹하게 처벌을 하고, 북한 청년들로 하여금 한국말 ‘자기야’ ‘오빠야’ 이런 말을 못쓰게 하는 법을 통과시켜서 북한에 퍼지는 한류를 막으려고 하고 있다. 결국은 북한에 한류라든지 그런 것들이 북한 주민과 정권을 더 분리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곧 나올 탈북민 인식보고서를 보면 백두혈통의 권력세습에 대해 탈북민 50% 이상이 부정적이다. 김정은 등장 이후 김정은 체제에 대한 부정 인식도 50% 이상으로 나왔다. 꾸준히 시간이 지날수록 지표가 상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내부 사정이 굉장히 어렵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

Q. 현재 북한 인물들 중에 가장 높은 관심을 받는 인물이 김주애다. 김주애의 등판을 어떻게 바라보나.

“북한 내부 사정이 굉장히 어렵기 때문에 조기 등판시키고 있는 것이다. 김주애가 공식석상에 등장한 게 20회가 넘고 김주애에 대한 의전 수준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김주애가 군부대 시찰에 동행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고, 박정천 노동당 군정지도부장이 평양에서 열병식을 할 때 김주애 앞에서 무릎을 꿇었는데 이는 오진우 인민무력부장이 김정일에게 했던 것과 똑같다. 공군사령부를 다녀왔을 때 사진을 보면 김정은보다도 김주애가 전면에 나와 갈색 가죽 코트를 입고 선글라스를 끼고 나온 사진들이 게재가 됐다. 북한 정권이 4대 세습을 조기 가시화 시키는 걸로 해석할 수 있고, 북한 내부 불안정성을 만회하려는 시도라고 봐야 한다.”

Q. 4월에 우리나라 총선이 예정되어 있고, 11월에는 미국 대선이 있다. 미국 한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북핵을 용인하는 것을 검토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북한의 강경한 메시지와 행태가 트럼프의 재집권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나아가 '통미봉남(미국과 통하고 남한과는 봉쇄한다)'을 노린 거라는 분석이 있는데 이 경우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윤석열 정부하에서 북한이 추구하는 통미봉남 전략은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 다른 말로 하면 북한은 서울을 거치지 않고서는 워싱턴과 도쿄로 갈 수 없다. 미국 행정부의 교체와 함께 북한 핵을 용인할 수도 있다고 이야기하는 전문가들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실현되기 어렵다. 북한 핵을 용인하게 되면 동북아 핵 용인 현상이 생길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그것은 지금까지 세계 평화를 위해 유지돼 온 NPT(핵확산금지조약) 체제가 완전히 무너지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난 8월 윤석열 대통령이 캠프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을 가진 뒤 그 어느 때보다 한미일 협조 체제가 강하게 구축된 상황이다. 미국 행정부의 변화가 있더라도 북핵 억제 체제라든지 북한에 대한 정책이라든지에 대한 전체적 변화까지 가져올 수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Q. 나라와 나라의 합의라는 게 어떤 수권 세력의 변화로 효력이 없어지거나 폐기되는 것은 아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지난 집권 당시처럼 예측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미국은 삼권분립이 돼있는 나라다. 예를 들어 주한미군 문제와 관련해 미국 의회는 ‘국방수권법안’을 통과시켰다. 2만8500명이라고 하는 주한미군 규모를 의회의 동의 없이는 감축할 수 없도록 하는 법을 통과시켰기 때문에 국내 일각의 그런 우려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미국 외교 정책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가 이념적 고립주의다. 이념적 고립주의라고 하는 것은 제1차 세계대전 직후에 나온 미국의 하나의 외교 전략적 흐름이다. 그러니까 미국이 국제사회 일에 관여하지 않고 고립으로 가야 한다는 이야기다. 또 하나는 타산형 국제주의다. 미국이 향후 이념형 고립주의로 갈 가능성은 매우 낮고 타산형 국제주의로 간다면 방위비 분담금 문제 등은 얼마든지 한국과 미국이 협의를 해서 양국의 공통의 국가 이익의 관점에서 해결해 나갈 수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서 한미 관계는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 한미일 협조체제라고 하는 것이 중국의 부상이라든지 북한의 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대단히 긴요하다. 한미일 세 나라가 공통 인식을 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국내 정치 변화와 상관없이 큰 기조가 유지될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우리도) 그 변화에 적극적·능동적으로 변화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지금 북한의 대남 기구 정리는 어떤 의미로 봐야 하는가

“한 가지 분명하게 봐야 하는 것은 북한이 여러 가지 노선 변화를 시도하고 위협적 언사를 쓰고 있다. 그러나 대남 적화통일 노선이라는 기조에는 변화가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 헌법 전문에 나와 있는 것처럼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한민족은 역사와 언어를 공유하고 있다. 북한 정권이 아무리 민족을 부정해도 민족적 정체성이라는 것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정부의 입장은 우리 민족은 남북한 모두에서 자유와 인권과 번영을 누릴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민족을 부정하는) 주장을 한다고 하더라도 통일부가 중심이 돼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있는 평화통일 정책을 지속해서 추진해 갈 생각이다.

캠프 데이비드 선언에서 보는 것처럼 우리의 자유평화통일 비전이 국제적으로 지지 받고 있다. 통일 비전에 관한 것은 캠프 데이비드 선언과 한-영·네덜란드 정상회담에서도 재확인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펼치게 될 정상회담에서 자유평화 비전은 계속해서 국제사회의 공감을 얻어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이 자기의 필요에 따라서 정책을 전환한다고 하더라도 통일부는 흔들림 없이 헌법에 규정된 대로 자유평화통일 비전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갈 것이다.

한국 주도의 한반도 통일이라고 하는 것은 세계사적으로도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세계사적으로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을 보면 이 지역에 유일하게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가지고 있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분단된 상태에서 대한민국은 자유의 섬으로 남아있다. 그런 의미에서 자유 평화 통일이라는 비전의 실현은 유라시아 대륙으로의 자유의 확산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하다. 한국 주도의 통일이라고 하는 것이 단순히 한반도에만 중요성이 국한되는 게 아니고 세계사적인 논의에서 자유의 확대라고 하는 점에서도 대단히 중요하다. 이런 면에서 통일부가 역사적이고 세계적인 선행 의식을 가지고 통일 정책을 추구하고, 통일을 준비해 나가는 게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23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23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Q. 최근에 러시아와 북한이 밀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가장 우려하는 것은 두 국가 사이의 군사 기술 이전 가능성인데, 장관은 두 국가의 군사 기술 이전이 어느 정도 수준까지 이루어졌다고 평가하는지.

“양측 간에 군사 무기 거래와 군사 기술 이전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정부는 예의주시하고 있다. 예를 든다면 지난해 러시아가 북한에게 정찰 위성과 관련된 기술 이전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고, 향후 러시아가 북한에 재래식 군사 기술을 이전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명백하게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안 1874호를 위반한 것이고,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 거래와 기술 이전은 한반도 평화뿐만이 아니고 세계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 정부는 미국을 비롯한 자유 진영과 협조해서 국제 차원에서 이 문제에 강력하게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Q. 국제 정세가 복잡하다. 북한이 러시아와 기술 거래를 주고받으면서 우리와는 완전히 모든 연락을 끊고 있는 상황이다. 이대로 방치해도 괜찮은지 아니면 어떻게든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끌어내야 하는지, 끌어낸다고 한다면 그 수단이나 지렛대가 뭐가 있을지 궁금하다.

“지난주에 남북출입사무소를 방문했다. JSA 아래에 있는 전방 연락 사무소를 방문했는데 북한이 지난해 4월 7일부터 남북통신선을 일방적으로 차단을 했다. 정부는 북한에 남북 통신선 복구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남북한 사이의 우발적 충돌 및 군사적 오판을 막기 위해서라도 통신선은 하루빨리 복구돼야 한다. 지난해 봤듯이 북한 어선이 NLL을 월선하는 경우도 있다. 그럴 경우에 북한 선원들의 소환이라는 인도주의적 목적을 위해서 통신선을 하루빨리 복구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정부는 북한과 대화에 항상 열려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고 캠프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에서도 3국 정상이 조건 없는 대화에 나오도록 촉구한 바 있다.

지금 상황에서 대화와 관련해서는 정부가 펼치는 3D 전략이 있다. 3D 전략은 억제(Deterrence)·단념(Dissuasion)·대화(Dialogue)를 실천한다는 것인데, 우선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기 때문에 억제 전략을 확고히 가져가야 하고,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기 위해 사이버 해킹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데 벌어들인 달러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단념시키고 있다. 이렇게 억제와 단념이라는 전략을 지속 추진하고 있고, 궁극적으로 대화에 나올 수 있도록 여건 마련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3D 전략은 현실적으로 잘 작동하고 있다고 보고, 억제와 단념을 통해 북한이 결국은 대화로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본다.”

Q. 최근 고위급 탈북이 늘었다고 하는데.

“2022년에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탈북자 숫자가 67명이었는데 2023년에는 탈북자 통계가 196명으로 확인되고 있다. 고위급 탈북자는 작년에 두 자릿수였다. 이 중 외교관의 경우 탈북민 발생 최초부터 지금까지 누적 두 자리 숫자를 기록했다. 이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상당히 많은 숫자인데, 북한 고위 외교관들이 탈북한다는 것은 체제에 대한 환멸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지난 3년간 코로나로 해외에 나와 있던 무역일꾼·외교관·노동자들이 북한으로 들어가지 못하다가 최근에 많은 사람들이 돌아간 것으로 알고 있다. 그들은 해외에 나가 정보를 접했기 때문에 그들이 북한으로 돌아가 전파하는 해외 정보나 실상들은 북한 정권에 굉장히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 북한은 체제를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더욱 폐쇄적으로 정책을 펼치려 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경제사회실태보고서에서 나온 것처럼 정보 유입을 완전히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북한이라는 사회는 점진적으로 우리가 기대하는 방향으로 밑에서부터 변화할 수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Q.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자유롭고 평화로운 통일 한반도'에 대해 3국 정상은 지지를 표명했다. 이후 한-영, 한-네덜란드 정상회담에서도 이에 대한 지지가 있었다. '자유롭고 평화로운 통일 한반도' 비전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통일부는 동 비전을 기초로 어떤 계획을 하고 있는가.

“윤석열 대통령 취임사를 보면 ‘자유’라는 단어가 36번이 나온다. 윤 대통령의 국정 철학에서 자유가 아주 핵심적인 가치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외교 정책은 자유와 연대의 가치를 중시하고 있다. 그래서 캠프 데이비드 선언은 윤 대통령이 추구해 온 가치 외교 중 하나의 기념비적인 성과라고 봐야겠다. 특히 한국 주도의 자유·평화·통일 비전을 미국과 일본이 동시에 지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러한 자유·평화·통일의 비전을 통일의 근간으로 삼아 세계적으로 통일 외교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갈 생각이다.

한 가지 더 생각해야 하는 것은 구한말부터 6·25 전쟁 때까지 (한반도와 동북아에) 큰 전쟁이 6번 있었다. 예를 들면 1894년에 청일전쟁이 있었고, 1904년에 러일전쟁이 있었다. 1931년에 만주사변이 있었고, 1937년에 중일전쟁이 있었다. 1941년에는 태평양전쟁이 있었고 1950년에 6·25 전쟁이 있었다. 20세기의 전반은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이 전쟁의 시대였던 것이다.

그런데 1953년에 한미동맹이 체결되고 난 다음에는 불안정하지만 70년간 이 지역에 장기간 평화가 유지되고 있다. 캠프 데이비드 선언은 지난 70년간 불안정하게 유지돼 온 동북아에 항구적 평화를 위한 초석을 마련했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 평화 정착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한반도 통일이 비핵화된 자유롭고 평화로운 동북아의 평화를 확보하게 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통일부는 통일 외교를 더욱더 강화해 나갈 것이다.”

Q. 젊은 세대들은 '통일해야 하나. 따로 사는 게 편하지 않나'라는 이야기도 하는데, 왜 통일이 필요한가.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린다.

“북한 주민들의 인권 상황을 고려할 때, 통일은 빠르게 이루어져야 한다. 북한 주민들은 식량 부족과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다. 젊은 세대에게 북한 주민들의 인권 문제에 대해 명확하게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젊은 세대가 물질적인 우려에서 벗어나 가치 중심의 통일관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 인권 문제를 공개적으로 처음 제기한 리더로 평가받을 만하다. 현 정부에서는 북한 인권 문제가 핵심적인 이슈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북한 인권과 안보 간의 연관성을 명확히 이해하고 있다. 북한의 공포정치는 핵과 미사일 개발을 위해 자원을 왜곡해서 전용하는데 반대를 못하도록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북핵 문제와 북한 인권 문제라는 것은 분리될 수 없는 것이다. 북한 정권은 핵개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강제노동과 노동자 임금 착취 등 인권 유린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 인권과 안보 문제는 분리될 수 없다.

또한 아마르티아 센이라는 노벨상을 받은 인도 출신 경제학자가 있다. 그 학자가 내놓은 결론은 ‘자유가 있는 사회에서는 기근이 없다’고 한다. 북한에는 자유가 없기 때문에 정권이 자원을 마음대로 핵 미사일 개발에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국방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북한 정권이 1970년대부터 핵 개발에 쓴 액수가 11억에서 16억 달러다. 이것은 북한의 4년치 식량난을 해결할 수 있는 규모다. 2022년에 34회 미사일 도발을 했는데 그 때 사용된 자금으로 100만t의 식량을 구매하는 게 가능했다. 북한 주민들에게 자유가 주어진다면 그런 식으로 무기 개발에 자금을 쓰지 말고 식량을 사라고 당연히 요구할 것이다. 통일부는 북한 인권 증진을 위해서 노력할 것이고, 또 (북한 내) 외부 정보 유입을 위해서도 민간단체와 계속 협력해 나갈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 국민이 정권교체를 하며 윤석열 정부에 기대한 것은 원칙 있는 대북정책을 펼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정권처럼 굴욕적으로 북한의 눈치를 보는 것은 안 된다. (북한이) 2021년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해도 김여정이 한마디 하면 (대북전단)금지법을 제정하는 원칙 없는 정책을 펼쳐서는 안 된다. 그게 국민적 공감대고 국민이 윤석열 정부에 기대하는 것이다. 새해에는 통일부가 중심이 돼 헌법적 가치에 충실한 원칙있는 대북정책을 추진하겠다. 자유평화통일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통일 역량을 기르고 통일 준비를 착실히 해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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