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윤재옥 원내대표가 지난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띄운 ’86(80년대 학번·60년대생)세대 운동권 정치 청산’이 여당의 4·10 총선 전략으로 급부상했다. 주요 수도권 탈환 지역으로 꼽히는 한강과 맞닿은 소위 ‘한강벨트’에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도 여기에 발맞추는 모양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여당의 구도 잡기에 맞대응보단 ‘경제 회복’에 방점을 두겠다는 입장이다.

4·10 총선이 7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보수 정당의 험지인 수도권에 도전장을 낸 국민의힘 인사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무엇보다 ‘한강벨트’를 중심으로 당내 굵직한 이름의 정치인들이 야당 텃밭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수도권 선거는 격전지로 부상하는 상황이다.

한강벨트에는 민주당 소속 초선부터 중진, 청와대 비서실장까지 쟁쟁한 인사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서울 구로을에는 윤건영 의원, 영등포을은 김민석 의원, 마포구을 정청래 의원, 중구·성동을 박성준 의원 등이 지역구를 지키고 있고, 홍익표 원내대표가 서초을 도전으로 지역구를 떠난 중구·성동갑에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출사표를 던졌다.

이들 지역구는 민주당이 최소 재선 성공까지 점칠 정도로 진보 정당이 강세인 곳이다. 하지만 험지로 분류되는 지역에 도전장을 내민 국민의힘 인사들은 그동안 당내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아 온 만큼, 만만치 않은 대결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금까지 한강벨트에 출마를 선언한 인사는 △태영호 의원(구로을)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영등포을) △김경률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마포을) △하태경 의원·이혜훈 전 의원·이영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중구·성동을) △윤희숙 전 의원(중구·성동갑) 등이다.

험지인 수도권 탈환을 위해 칼을 갈고 나온 이들의 주요 표적은 ’86 세대 운동권’이다. 출사표를 던진 지역구에는 비(非)운동권 출신도 있지만, 주로 민주당 주류 세력인 86세대 정치인들이다. 그동안 86세대 정치인 청산을 강조한 한 위원장 입장에선 소위 ‘자객 공천’을 통해 이들과의 대결 구도를 설정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한 위원장은 이번 총선의 시대정신을 ‘운동권 특권 정치 심판’으로 내세우고 있고, 한강벨트 출마자들 역시 이 슬로건을 강조하는 상황이다.

그라나 여당이 대결 구도에만 집착한 나머지 ‘민생’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KDI(한국개발연구원) 출신이자 당내 경제통인 윤 전 의원조차도 경제 정책보단 ’86세대 때리기’가 부각된다는 지적이다. 그는 임 전 실장의 ‘경제를 망친 건 윤석열 정권의 실정’이라는 발언에 자신의 경제적 지식을 들어 반론했지만, “대통령 비서실장 자리를 꿰찬 것은 586 완장 때문”이라는 맞대응만 도드라지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민주당 측은 소속 한강벨트 현역 의원들이 이미 여당의 미흡한 경제 회복 이슈를 선점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한 민주당 의원은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국민의힘 선거 전략에는 큰 문제가 있다”며 “국민의 요구는 운동권이 아닌 물가와 경제를 잡으라는 것인데, 국민이 무엇을 바라는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선거 운동에만 집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당 대표라는 인사가 운동권을 운운하며 있을 때인가”라면서 “저희는 경제와 민생 회복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다른 민주당 의원도 “선거에 자신이 없으니 구도 싸움을 시작하는 것인데, 이것을 어느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면서 “결국은 민생이 파탄 났으니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자는 여론이 높은 것인데, 경제 대안은 제시하지 않고 프레임 전환에만 시도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 내부에선 한 위원장에게 86세대 청산 빌미를 제공한 것은 송영길 전 대표의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이었던 만큼, 대결 구도를 회피하기보단 적극적으로 새로운 구도 전환을 시킬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당 관계자는 “586세대 입장에선 억울한 부분도 있겠지만, 돈봉투 사건이 한 위원장이 집요하게 파고들 수 있는 계기를 만든 것은 사실”이라며 “이재명 체제가 포스트 586 시대를 보여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하는데, 현재로선 개혁의 의지가 없어 보인다”고 토로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한 위원장의 ’86 운동권 청산’은 총선 전략으로선 다소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수도권에 민주당 소속 86 운동권들이 많다 보니 전략을 설정한 것 같은데, 문제는 이들이 공천을 받지 못해 사라진다면 중대한 실책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또 “국민의힘이 민주당의 공천 경쟁이 마무리가 된 이후에 대결 구도 카드를 꺼냈다면 모르지만, 모든 전략을 노출한 상황인 만큼 민주당으로서는 여당에 맞서 전략적으로 꺼낼 카드가 많아 보인다”고 논평했다.

이 평론가는 그러면서 “한 위원장이 86세대 청산을 부각하기 위해 여러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데, 오히려 ‘한동훈표 전략’을 보여줘야 한다는 마음에 급한 것 같다”며 “결과를 장담할 수 없지만 현재로선 아마추어적인 전략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
0
+1
0
+1
0
+1
0
+1
0

댓글을 남겨주세요.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