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식 경기 고양을 예비후보 인터뷰

경기도의원 시절에 도시가스 공급·

버스 탄력배차 성과 낸 ‘준비된 일꾼’

“고양의 민주당 독주 끊어야 한다”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기업은 2류, 행정은 3류, 정치는 4류”라고 말해 파장을 일으켰던 1995년 ‘베이징 발언’으로부터 30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 사이에 우리 정치는 4류에서 랭크가 올랐을까. ‘헌정사상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은 21대 국회의 모습을 보며, 일말의 기대마저 내려놓았다는 국민이 적지 않다.

과연 우리 정치는 22대 총선을 통해 ‘4류 정치’를 청산하고 선진 정치로 나아갈 수 있을까. 데일리안은 ‘4류 정치 청산’을 주제로 하는 연속 인터뷰를 통해 그 길을 찾아본다. 마흔한 번째 순서로 정문식 국민의힘 경기 고양을 예비후보를 만났다.

고양을, 제2자유로 사이에 있을 뿐인데
도로 건너 상암월드컵파크와는 운니지차
“500m 가면 되는데 버스노선 더 안 넣어
서울에 편입된다면 이런 이슈 없어질 것”

정문식 국민의힘 경기 고양을 예비후보가 31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덕은동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데일리안 정도원 기자 정문식 국민의힘 경기 고양을 예비후보가 31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덕은동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데일리안 정도원 기자

경기 고양시 덕양구 덕은동, 정문식 예비후보를 인터뷰하러 가는 길이 처음에는 멀게 느껴지지 않았다. 상암IT타워·KGIT센터·상암MBC신사옥 등 고층 오피스타워들이 위용을 자랑하는 상암월드컵파크5단지 사거리에서 버스로 불과 두 정거장이었다.

하지만 정차한 버스기사들은 타려고 하면 손을 내저었다. 다음 정거장인 7단지 다음에 차고지로 들어가 가스 충전을 하기 때문에 안 간다는 것이었다. 서울특별시 시계(市界)의 끄트머리에 왔다는 것을 비로소 실감할 수 있었다.

결국 걸어서 도착한 덕은동, 초입에 ‘고양시 으뜸마을’이란 석비 너머로 단층~2층의 가건물들이 듬성듬성 늘어서 있었다. 절로 고층 아파트가 솟아있는 길 건너 상암동을 뒤돌아보게 됐다. 제2자유로를 사이에 두고 운니지차(雲泥之差)라는 게 이런 것이라는 걸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이날 인터뷰에서 이 문제를 화두에 올리자 정문식 국민의힘 경기 고양을 예비후보도 개탄을 금치 못하며 ‘메가시티’가 해법이라고 열변을 토했다. 서울특별시 덕양구 편입으로 주민들의 불편을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문식 후보는 “신촌교통 종점에서 불과 500m만 가면 덕은지구인데 버스를 더 넣어주지 않는다. 신촌교통은 서울시 버스 회사이기 때문이다. 경기도로 노선이 들어왔다가 나가는 것을 승인을 해주지 않고 있다”라며 “주민들이 차고지까지 걸어가거나, 고양시 마을버스를 타고가서 환승하고 있다. 이것이 2024년의 현실”이라고 탄식했다.

아울러 “같은 행정구역 안이었다면 노선 연장만 하면 될텐데, 덕양구의 모든 노선들이 다 그런 문제를 겪고 있다”며 “구산동 선진운수 종점에 엄청나게 많은 버스들이 있는데 3㎞ 정도 떨어진 원흥지구·삼송지구를 안 간다. 주민들이 알아서 거기까지 가야 한다. 그러다보니 자기 차를 끌고 서울 간다. 얼마나 국가적 낭비이고 환경 문제고 국민의 삶의 질 문제냐. 서울에 편입된다면 이런 이슈가 없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보수정당 험지 고양을, 인물·구도·바람서
변화 조짐…’메가시티’ 바람에 최성 탈당
정문식 “준비된 일꾼, 경기도의원 시절에
화전·창릉·신도·효자에 도시가스 들여와”

정문식 국민의힘 경기 고양을 예비후보가 31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덕은동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데일리안 정도원 기자 정문식 국민의힘 경기 고양을 예비후보가 31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덕은동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데일리안 정도원 기자

경기 고양을은 보수정당의 험지 지역구로 꼽힌다. ‘고양덕양을’이라는 명칭으로 선거구가 생긴 2000년 이래 민주당계 정당 후보가 네 차례 당선됐고, 국민의힘계 정당 후보는 김태원 전 의원이 개인기에 힘입어 두 차례 당선됐다.

그나마도 김태원 전 의원은 한나라당 바람이 거셌던 2008년 총선 때 민노당 후보가 3375표를 쪼개가는 가운데 2299표차로 신승했다. 재선에 도전한 2012년 총선에서는 진보신당·국민생각 등 진보 성향 군소후보들의 난립에 힘입어 226표차 진땀승을 거두기도 했다.

이런 험지 ‘고양을’에 인물·구도·바람 측면에서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바람은 ‘메가시티’다. ‘메가시티’ 공약에 박정희 정부 때부터 서울 편입 계획이 있었고, 지금도 불광전화국 관할로 서울의 02 국번을 쓰고 있는 고양을 지역민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구도는 최성 전 고양시장이 민주당의 불투명한 후보 검증 과정에 반발해 탈당하고 이른바 ‘이낙연 신당’이라 불리는 개혁미래당에 합류한 게 변수다.


인물은 정문식 예비후보 본인을 가리킨다. 이 지역구에서 보수정당 소속으로 유일하게 재선에 성공했던 김태원 전 의원이 정 후보에게 힘을 싣고 있고, 인명진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김장겸 전 MBC 사장이 공동후원회장을 수락했다. 전국 253개 지역구에 수많은 예비후보들이 난립해있지만, 이 정도의 전국적 명망을 갖춘 거물급 인사가 하나도 아니고 둘이 공동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극히 이례적이라는 평이다.

이와 관련, 정 후보는 겸양의 태도를 보이면서도 “그분들이 보시기에 항상 일을 논의할 때 열심히 노력하고 고민해서 대안을 내고 하니까 준비가 돼있다고 봐주신 것 같다”고 답했다.

‘준비가 돼있다’는 것은 어떤 측면에서 바라본 평가일까. 이 질문에 정 후보는 지난 2006~2010년 경기도의원을 할 때의 성과를 풀어놓았다.

정문식 예비후보는 “믿기지 않겠지만 이곳이 도의원 할 때까지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아서 LPG를 배달시켜서 쓰고 있었다”며 “기존에 (도시가스 공급을) 추진한다던 분들도 다들 낭패를 보고 안됐기 때문에, 처음에 ‘공급하겠다’고 했을 때에도 지역에 계신 분들이 반신반의했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고양 중앙로 밑으로 일산신도시까지 가는 도시가스 관로가 지나간다. 가스는 안 주면서 땅만 써왔던 것”이라며 “‘도시가스를 이 동네에 주지 않을 것이면 (새로 관로를 깔아) 돌아가라’고 하니, 그분들이 이 동네에 관로를 까는 것을 특별교부금으로 도비에서 지급하면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특별교부금을 일정 부분 교부받아 화전·창릉·신도·효자·대덕동에 도시가스가 들어오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광역버스 탄력배차 “지역민들 출근길이
지옥…기피 시설 지렛대로 협의해 타결”
“서울 덕양구 되면 기피 시설 더 온다?
전부 형평성 맞게 지하화·공원화될 것”

정문식 국민의힘 경기 고양을 예비후보가 31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덕은동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정 후보 곁에 고양은평선 사업 개요 자료가 놓여 있다. ⓒ데일리안 정도원 기자 정문식 국민의힘 경기 고양을 예비후보가 31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덕은동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정 후보 곁에 고양은평선 사업 개요 자료가 놓여 있다. ⓒ데일리안 정도원 기자

도의원 시절 성과로 도시가스 공급에 이어 광역버스 탄력배차도 화두에 올랐다.

정 후보는 “광역버스 종점이 일산신도시 끝 대화동에 있어서 출근시간에 버스가 덕양구 관내로 들어오면 이미 만원이 돼서 서지도 않았다. 그대로 광화문까지 가버렸다”며 “우리 지역구 주민들은 아침에 출근하는 게 지옥이었다. 광역버스를 타면 한 번에 갈 수 있는데도 버스 문을 열어주지를 않았다”고 떠올렸다.

이어 “고양시 관내에 난지하수종말처리장·벽제승화원 등 온갖 서울시의 기피 시설들은 다 있다. 만약 우리가 분뇨 처리를 안해주면 서울시민들은 그날로 화장실 문을 걸어잠가야 한다”며 “그런 것들을 지렛대로 오세훈 시장과 ‘증차 허용을 해주지 않으면 기피시설을 막아버리겠다’면서 협의를 했다. 대중교통이나 기피 시설은 서로 다른 문제가 아니라 서울의 도시 기능과 묶여있는 것은 마찬가지 아니냐”고 반문했다.

결국 타결이 됐다. 정 후보는 “출근시간대에 10분마다 일산에서는 정차를 하지 않고 덕양구에서부터 승객을 태우는 탄력배차를 이뤄냈다”며 “내 지역구에 있는 분들이 앉아서 출근할 수 있게 됐던 것”이라고 뿌듯해 했다.

‘메가시티’가 되면 이 모든 문제들이 근본적으로 해결되지만, 일각에서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정 후보도 거론한 기피 시설과 관련된 문제다. 아예 서울이 돼버리면 서울의 기피 시설들이 이곳으로 더 몰리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문식 예비후보는 “서울특별시 덕양구가 되면 ‘지금도 기피 시설들이 있는데 더 오지 않느냐’고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서울이 돼서 기피 시설 문제가 논의된다고 하면 형평성에 맞지 않는 상황을 여기만 방치할 수 있겠느냐. 난지하수종말처리장도 중랑하수종말처리장처럼 다 지하화하고 공원화하게 될 것이다. 벽제승화원도 서초구 원지동에 있는 시설처럼 똑같이 하게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나아가 “나의 대표공약이 ‘서울특별시 덕양구 주민 여러분'”이라며 “그렇게 부르고 싶다. 서울특별시 덕양구 주민 여러분이라 부르고 싶다”고 ‘메가시티’ 공약 실천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지역 최대 현안 ‘고양은평선’…”만들어져
있는 것도 못하는 민주당 독주를 끊어야,
이 지역 의원 보면 제때에 완공될지 걱정”
“누가 절박하고 간절한지 평가해달라”

정문식 국민의힘 경기 고양을 예비후보가 31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덕은동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 도중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 고층 건물이 올라간 상암월드컵파크와 대조적인 덕양구 덕은동 그린벨트 일대의 풍경을 가리키고 있다. ⓒ데일리안 정도원 기자 정문식 국민의힘 경기 고양을 예비후보가 31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덕은동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 도중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 고층 건물이 올라간 상암월드컵파크와 대조적인 덕양구 덕은동 그린벨트 일대의 풍경을 가리키고 있다. ⓒ데일리안 정도원 기자

교통 문제를 얘기하다가 지역 최대 현안인 고양은평선 문제가 화두에 올랐다. 수 년째 논의가 거듭된 고양은평선은 드디어 광역철도 기본계획안이 나와 지난 5일 행신초등학교에서 공청회가 열렸다. 이와 관련, 정 후보는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지금의 고양의 정치력으로는 제때 완공을 장담할 수 없다고 분개하면서, 그 예로 경의중앙선 향동역 문제와 공항철도 현천역 문제를 꺼내들었다.

건물 옥상으로 올라간 정문식 후보는 향동지구를 가리키더니 “저기 사는 분들이 2019년에 입주했다. 입주한지가 몇 년 됐는데 2020년에 만들기로 한 경의중앙선 향동역은 아직 삽도 못 떴다”며 “주민들을 위해 일하는 국회의원이 있었다면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 그래서 내가 민주당 독주를 끊어야 한다고 하는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반대편 능선을 가리켜 “저쪽에는 공항철도 현천역이 기반 공사까지 다 끝나 있다. 현천역에서 타면 DMC역·홍대입구역·공덕역에 서고 서울역까지 15분 안에 갈 수 있다”면서도 “위에 뚜껑을 씌우고 개통하기만 하면 되는데 그것을 하지 못한다. 그게 민주당 의원들”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마곡역은 이용하지도 않는 역을 미리 만들어놓고 무정차통과하다가 마곡지구가 입주를 하면서 2008년부터 전철이 서기 시작했다. 지역구 국회의원과 공무원들이 미리 예상해서 만들어놓은 것”이라며 “나도 도의원 할 때 개발되고나서 하려면 힘드니 (현천역) 기반 공사를 미리 해달라고 요구해서 관철했던 것인데……”라고 안타까움에 말을 끝맺지 못했다.

다시 고양은평선 문제로 돌아와 정 후보는 “계획안이 나왔지만 이미 만들어져 있는 것도 못하는 국회의원이 있는 이상, 고양은평선이 잘 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이미 보여줬지 않느냐”며 “지금 이 지역구에서 의원을 하고 있는 분을 보면, 이런 분이 고양은평선을 다루면 원안대로 잘 될지, 적정한 시기에 완공이 될지 걱정이 정말 많이 된다”고 우려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정 후보는 자신의 지역에 대한 애정과 애착, 절박함과 간절함이 다르다는 점을 봐달라고 호소했다. 그런 점이 도의원 시절 도시가스 공급과 광역버스 탄력배차 등을 이끌어낸 것이라며, 국회의원이 되면 고양은평선, 경의중앙선 향동역, 공항철도 현천역은 물론 ‘메가시티’에 이르기까지 지역 현안을 책임감 있게 추진하겠다는 점을 어필했다.

정문식 예비후보는 “고양 갑·을·병·정 여러 후보 중에 고양 출신은 거의 나밖에 없을 것이다. 민주당 현역 의원들은 다 외부에서 왔고 심상정 의원도 파주 분”이라며 “우리 국민의힘에서 아직까지 (예비후보로) 등록한 분들도 신도시가 되면서 들어온 분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기피 시설 문제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게 선친이 농사를 짓던 시절 중앙정부에서 농지를 수용해서 난지하수처리장을 만들었는데, 우리 지역 사람들은 그게 하수처리장인 줄도 몰랐다”며 “하수종말처리장이 문을 여는 순간, 파리떼가 잔뜩 꼬이던 것을 잊을 수가 없다. 내가 학창시절 때 실제 경험한 것이다. 정말 순박했던 분들이 나라에서 필요한 일이라니까 감내하고 살았던 것”이라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은 우리 지역 주민 분들만 불편을 겪으며 고통을 감내하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하겠다는 생각”이라면서도 “절박한 마음으로 접근을 해도 100% 해내기가 힘든 일들인데, 주민으로서의 절박함이나 간절함이 없는 정치인이 하는 것은 맞지 않다. 정치는 절박하고 간절해야 한다. 우리 주민들께서 누가 절박하고 간절한지 평가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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