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중소기업인과 영세 건설업자, 소상공인들이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불발 규탄 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 적용 2년 재유예를 둘러싼 마지막 협상도 결렬되면서, 여야 대치는 더욱 극한 상황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여당이 한발 물러서 제안한 협상안을 더불어민주당이 끝내 거부하면서 감정의 골이 더 깊어졌다.

1월 임시국회 마지막 국회 본회의가 열린 1일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법 적용을 2년 재유예하기 위한 개정안은 끝내 상정되지 못했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평행선을 달렸던 협상은 국민의힘이 야당의 최종 조건이던 ‘산업안전보건청'(산안청) 설치를 조건부로 수용하면서 합의 처리 가능성이 점쳐졌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제 생각으로는 오늘 처리가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있다”고 밝힐 정도로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민주당이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은 산업 현장에서의 노동자 생명·안전을 더 우선하겠다는 기본 가치에 충실하기로 했다”라는 총의를 모으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의총에선 15여명이 찬반 토론에 나서 격론을 펼쳤지만, 산안청 설치를 위해 법안 시행 유예를 거래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윤영덕 원내대변인은 전했다.

민주당은 “정치의 영역이나 국회에서는 상황 변화가 발생하면 언제든 협의가 가능하다”며 재협상 여지를 남겼지만, 협상 타결을 위해 최대한 중재안을 제안한 여당 입장에선 “민주당이 우리 협상안을 걷어찼다”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다.

윤 원내대표는 민주당 의총 결과를 접한 직후 “영세 자영업자의 눈물을 외면한 비정함과 몰인정함에 대해 국민이 반드시 심판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고, 대통령실도 “정부여당이 어쨌든 중소기업, 영세상공인의 어려움과 절박한 사정을 고려해 유예를 촉구한 부분이 있는데, 민주당이 이를 외면했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또한 국민의힘은 본회의 산회 후 곧바로 중대재해법 유예 촉구 규탄대회를 열어 대야 투쟁에 나서겠다고 엄포를 놨다. 윤 원내대표는 “온갖 조건을 내걸며 유예를 해 줄 것처럼 하더니 결국 83만명 중소기업·자영업자 등을 인질 삼아 희망고문을 했다”며 “국민들이 오늘 민주당 행태를 다음 총선에서 심판하지 않으신다면 민주당은 민생을 인질 삼아 국민 기만 정치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대재해처벌법 처리 촉구’ 규탄대회에서 피켓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반면 민주당은 중대재해법 재유예와 산안청 설치는 거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즉, 중대재해법과 산안청 설치는 산업현장 노동자 보호를 위해 함께 이뤄져야 하는 정책이라는 것이다. 민주당 소속 김영주 국회부의장은 “산안청 신설과 중대재해법 시행 유예는 거래 대상이 아닌 함께 가야 한다”며 “지금이라도 윤석열 정부는 50인 미만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산업안전 및 보건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을 기점으로 여야 입장차가 명확하게 갈라진 만큼, 향후 재협상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윤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협상을 제안한다면 언제든지 협상에 응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날 재협상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 (홍 원내대표를) 만날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중소기업계와 노동계도 여야 협상 불발에 엇갈린 반응을 내놨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지금 복합경제위기로 산업현장에서 느끼는 중소기업들의 체감경기가 급속하게 얼어붙고 있는 와중에 형사 처벌에 따른 폐업의 공포를 더하는 것은 너무나도 가혹한 처사”라면서 “매우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반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정부여당의) 개악 시도가 무산된 것을 환영한다”며 “당장 오늘은 개악 시도가 무산됐지만 정부여당, 자본권력은 법을 후퇴시키기 위한 시도를 계속하고 끊임없이 거짓 정보를 생산해 확산할 것이기 때문에, 민주노총은 개악 시도를 막기 위해 부단히 노력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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