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5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참배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취재진 앞세 자리하고 있다. 2024.02.05. [사진=뉴시스]

[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띄운 ‘통합형 비례정당’을 두고 범야권 군소정당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 합류가 예상되는 정당들이 지분, 즉 비례대표 순번을 확보하기 위해 견제에 나서면서다. 그러나 민주당이 진보진영의 ‘맏형’을 부각하며 지분을 뺏기지 않으려는 탓에 갈등은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7일 민주당에 따르면, 당은 박홍근 의원을 단장으로 한 민주개혁진보 선거연합 추진단을 꾸려 본격적인 ‘통합형 비례정당’ 창당 작업에 착수한다. 아직 구체적인 위성정당의 청사진은 나오지 않았지만, 이 대표는 시민사회세력 등과 야권 대연합을 이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살리겠다는 의지를 거듭 강조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를 절반은 기존 위성정당, 나머지 절반은 ‘소수정당의 연합플랫폼’ 형태라고 설명한다.

정치권의 시선은 통합비례정당에 합류할 군소정당으로 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것은 기본소득당·열린민주당·사회민주당 등 군소정당이 연합한 ‘새진보연합’, 녹색정의당, 진보당, 조국·송영길 신당 등이다. 다만 이들 정당은 민주당 위성정당이 제대로 된 모습을 갖추지 않은 만큼, 합류 여부에는 유보적인 입장이다. 공천 기준, 배분과 관련한 청사진이 나오지 않아 섣불리 결단을 내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당초 비례연합정당을 민주당에 제안한 새진보연합과 21대 총선 당시 민주당 위성정당 ‘더불어시민당’에 합류하지 않은 정의당(현 녹색정의당)도 합류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선 민주당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며 견제에 나서고 있다.

합류 정당 문제도 뇌관 중에 하나다. 거대 양당에 최대 피해자로 지목되는 녹색정의당과 새진보연합은 민주당의 위성정당과 손을 잡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비례대표 배분을 받으려면 ‘봉쇄 조항’으로 불리는 전국 정당 득표율 3%를 넘겨야 하는데, 거대 양당과 이들의 위성정당, 제3지대 신당 등 정당이 범람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난관을 뚫기 위해선 ‘통합비례정당’ 합류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직 모습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조국·송영길 신당’을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선은 녹색정의당과 새진보연합과는 사뭇 다르다. 민주당이 제시한 ‘반윤(반윤석열) 전선’에는 포함되지만, 자녀 입시비리·감찰무마 의혹(조국 전 법무부 장관),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등 논란도 안고 가는 것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새진보연합 측은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이번 총선은 연합을 통해 큰 승리를 해야 하는 만큼, 위성정당에 합류하는 정치 세력들이 늘어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면서도 “송영길 신당(정치검찰해체당)과 조국 신당은 특정 신념을 제외한 개혁 과제가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합류 여부를) 말하기는 어렵고 대화의 문은 열려있다”고 말을 아꼈다.

조국·송영길 신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친명(친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조 전 장관이나 송 전 대표는 민주당에 있던 분”이라며 “개인적으로는 어떤 게 민주당의 승리, 범야권의 승리에 도움이 되는지는 그분들이 고민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즉, 민주개혁진보선거연합의 성공적인 구축을 위해선 조국·송영길 신당에도 문은 열려있다는 것이다. 반면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들 정당이 현재 당의 형태를 갖추지 않은 만큼 고려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용혜인 새진보연합 상임선대위원장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례연합정당 추진 방향 제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02.07. [사진=뉴시스]

비례대표 배분 문제도 핵심 갈등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위성정당의 모습이 드러나기도 전부터 군소정당들은 지분 확보를 위해 선제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민주당은 진보진영 ‘맏형’ 역할론을 강조하며 쉽게 물러서지 않는 분위기다.

새진보연합은 위성정당의 비례 순번 선순위·후순위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 ‘비례 순번 교차 배치’를 제안했다. 용혜인 상임선대위원장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앞 순번, 뒤 순번을 두고 민주당과 소수정당이 다툴 때가 아니다”라면서 “민주당과 소수정당의 의석을 모두 서로 번갈아 배치하자”고 제안했다. 시민사회 각계 인사들로 구성된 ‘정치개혁과 연합정치실현을 위한 시민회의’도 민주개혁진보 선거대연합 성립을 위해선 특정 정당 비례후보 추천 50% 제한 필요성을 강조하며 민주당을 압박하고 있다.

지난 총선 당시 더불어시민당의 비례대표 명단 앞 순번(1~10번) 몫은 시민사회와 소수정당, 11~30번은 민주당 출신 비례대표 후보들이 배치됐다. 당시 민주당 출신 비례후보들은 “검증된 후보들이 전면에 배치돼야 한다”라고 불만을 드러냈던 만큼, 민주당 내에선 이번에는 포기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한 당 관계자는 “이 대표의 말처럼 위성정당을 만든 책임을 다하기 위해선 그에 상응하는 권한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라면서 “(군소정당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준위성정당 창당을 선언한 동시에 진보진영의 ‘맏형’ 역할론을 부각하고 있다. 그는 “민주개혁진보진형의 맏형으로서 책임을 다해야 하고, 그 책임에는 언제나 책임이 따르는 것처럼 상응하는 권한도 행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비례대표 순번을 직접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위성정당에 대한 민주당의 권한을 부각해 앞 순번을 선점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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