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년간 4천명 확대’ 발표했지만…의사 집단휴진 등에 ‘좌절’

“여론 결집 실패로 정책 철회 초래…국민에 장기계획 알리고 소통해야”

2020년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하며 손팻말 든 전공의들
2020년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하며 손팻말 든 전공의들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7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 입구에서 대한전공의협의회 관계 학생들이 정부의 의사 정원 확대안에 대해 반대하며 단체행동을 하고 있다. 2020.8.7 ondol@yna.co.kr

(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기자 = 정부가 2020년에 추진한 ‘의대 증원’ 정책이 의료 서비스 이용 당사자인 국민의 의견을 모으는 공론화 과정 부족 등으로 인해 좌절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부가 4년 전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국민에게 의료 개혁 장기 계획을 알리는 등 활발한 소통을 통해 의제 설정의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11일 의료계에 따르면 신창환 경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최근 정책분석평가학회보에 실린 ‘2020년 의대 정원 확대 정책 입안의 실패 요인’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이같이 밝혔다.

의대 증원 규모 설 연휴 전 발표…의사단체 반발 계속
의대 증원 규모 설 연휴 전 발표…의사단체 반발 계속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정부가 의대 입학정원 확대 규모를 설 연휴 전에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4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 의대정원 증원 규탄 포스터가 붙어있다.
증원 규모가 1천명대 이상, 많으면 2천명대에 이를 정도로 큰 폭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의사단체들이 집단휴진, 파업 같은 집단행동을 예고하며 반발하고 있다.
4일 복지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복지부는 지난 1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2035년 1만5천명이 부족한 의사 수급 상황을 고려해 2025학년도부터 의대 입학 정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2024.2.4 hwayoung7@yna.co.kr

2020년 7월 당시 정부는 당정 협의를 거쳐 2022학년도 대입부터 의대 정원을 매년 400명씩 10년간 총 4천명 늘리고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필수·지역의료 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계획이었지만, 개원의 중심 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와 인턴·레지던트 등 전공의로 구성된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주축이 돼 의사들이 휴진 등 집단행동에 나서면서 정부의 방침은 극렬한 반대에 부딪혔다.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으로 휴진율이 60%에 달하자 정부는 수도권을 시작으로 전국의 전공의와 전임의에게 ‘업무개시’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대전협은 오히려 회원들에게 휴대전화를 끄고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하는 ‘블랙아웃'(Blackout) 행동 지침을 안내하며 응수했다.

[김민아 제작] 일러스트

[김민아 제작] 일러스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의대협) 주도로 의대생들도 수업과 실습을 거부하며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힘을 보탰다. 의대생 대다수가 의사 국가시험 실기시험 응시를 거부하는 바람에 시험이 한차례 연기됐고, 이마저도 거부한 의대생들을 구제하기 위해 의료법 시행령까지 개정하며 시험 기회를 추가로 부여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결국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 방침을 철회하고, 이를 코로나19 유행 상황이 안정된 후에 의료계와 함께 논의한다는 내용의 합의문에 서명하면서 상황은 일단락됐다.

신 교수는 당시 의사의 집단행동은 코로나19 유행이라는 상황 속에서 국민의 지지를 받기 어려웠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의 공적 가치를 알리고 여론을 결집하는 데 실패해 의료계의 저항에 정책을 철회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2020년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에 피켓 시위하는 의료진
2020년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에 피켓 시위하는 의료진

(수원=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전국의사 2차 총파업 첫날인 2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학교병원에서 의료진이 벗어놓은 가운 뒤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2020.8.26 xanadu@yna.co.kr

또 의료계와의 협상 중반부터 의협보다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회원들과 소통하는 전공의와 의대생 단체가 전면에 등장해 협상 방향을 바꾸는 이례적인 현상이 벌어졌다고도 짚었다.

그는 “정부는 사안에 따라 의협, 대전협, 의대협 등 의료계 내부의 다양한 이익집단과의 협의하면서 정책 의제 설정의 주도권을 갖지 못했다”며 “의료 서비스 이용자인 국민의 의견이 반영되는 소통구조가 있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해 여론을 결집해 알리는 기제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학 입학 정원 확대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의료 공공성 확립을 위한 장기적 계획을 국민에게 제시하고 사회적 논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취약한 공공·필수·지역의료 분야 의료인력 양성과 관리계획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정부, 의대 입학정원 확대 발표
정부, 의대 입학정원 확대 발표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 발표를 하고 있다. 2024.2.6 hkmpooh@yna.co.kr

dind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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