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대형병원 응급실 앞 모습./연합뉴스
서울의 한 대형병원 응급실 앞 모습./연합뉴스

정부의 의과대학(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해 집단행동에 나선 전공의들이 변호인단을 선임하며 정부와 날 선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법조계는 실제 법정 공방이 벌어지더라도 의사들이 얻을 실익이 없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과거 파업에 동참한 전공의가 보건복지부의 업무개시명령 계획에 불복해 제기한 헌법소원도 각하된 데다, 업무개시명령 송달을 회피할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업무개시명령’은 의료법(제59조), 약사법(제70조), 화물자동차법(제14조)에만 존재하는 제도다. 이번 전공의 집단사직도 의료법 제59조에 근거해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수 있다. 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3년 이하의 징역, 3000만원 이하의 벌금 면허 정지나 취소도 가능하다.

◇ 업무개시명령 기본권 침해?…”’공공복리’ 위해 기본권 제한 가능”

의사들의 집단사직에 정부가 의료법을 근거로 한 ‘업무개시명령’으로 대응하자 의료계 일부에서는 업무개시명령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2021년 관련 사안에 대해 ‘각하’로 결론 낸 적이 있다. 각하란 소송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을 때 소송을 끝내는 것을 뜻한다.

4년 전 보건복지부와 당시 여당이 추진하기로 협의한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원격의료 허용 등 정책에 반발해 전공의 A씨는 파업에 참여하고 사직서를 제출했다. 전공의 집단행동에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내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A씨는 기본권 침해를 이유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특히 의료법 제59조에서 ‘의료인’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수 있고, 이를 거부할 수 없다는 내용을 문제 삼았다.

당시 헌재는 “‘의료인’에 관한 기본권 침해는 집행기관의 재량권 행사에 의해 발생하는 것일 뿐 법령 자체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 아니므로,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A씨는 업무개시명령을 받은 적 없으므로 청구인의 기본권 침해가 확실히 예상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한 재판연구관은 “청구인이 업무개시명령을 받지 않아 기본권 침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본 판례”라고 운을 뗐다. 이어 “업무개시명령을 받은 당사자가 헌법소원을 제기하면 다른 판단이 나올 가능성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헌법은 국가의 안전 보장과 질서 유지, 공공복리를 위해 법으로 기본권 일부를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집회의 자유’도 보장하고 있으나 공공복리를 위해 집회도 제한할 수 있는 만큼, 업무개시명령이 위헌으로 결론 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전공의들이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며 업무를 중단한 20일 오전 제주대학교병원 응급의료센터에 전공의 부재로 인한 비상진료체계를 알리는 안내가 전광판에 나오고 있다./뉴스1
전공의들이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며 업무를 중단한 20일 오전 제주대학교병원 응급의료센터에 전공의 부재로 인한 비상진료체계를 알리는 안내가 전광판에 나오고 있다./뉴스1

◇ 4년 만에 재차 송달 ‘회피 기동’…’의료법 위반 방조’ 처벌될 수도

전공의들은 업무개시명령에 대한 ‘송달’을 받지 않으면 명령 효력이 발행하지 않는다고 판단, ‘회피 기동’ 전략까지 구사하고 있다. 2020년에도 일부 전공의들은 업무개시명령 송달을 피하려는 목적으로 스마트폰을 꺼두기도 했다. 이번에도 ‘인턴, 레지던트 필독! 업무개시명령, 어떻게 대처할까요?’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공유하며 “교부송달(우편송달)은 당사자의 수령 서명이 완료된 즉시 효력이 있으나 서명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다”며 “절대로 문 열어주지 말고, 서명하지 말라”고 소개했다. 문자, 전화 등 정보통신망을 통해 송달되는 경우에 대비해 전화를 피하라고도 권했다.

하지만 전공의들의 ‘회피 기동’은 효력이 없다는 것이 법조계 중론이다. 행정절차법이 지난 2022년 1월 개정되면서 ‘공공의 안전 또는 복리를 위해 긴급하게 처분할 필요가 있을 때는 문자 전송·팩스 또는 전자우편 등 문서가 아닌 방법으로 처분할 수 있다’는 내용이 새로 추가 됐다. 법원 게시판이나 신문 게재 등으로도 송달을 할 수 있다.

특히나 송달 회피를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행동도 처벌받을 수 있다. 한 의료전문변호사는 “공방을 거치긴 하겠지만 업무개시명령의 송달을 회피하면 사실관계에 따라 업무개시명령 거부행위를 적극적으로 조장·독려하는 행위가 된다”며 “의료법 위반 방조 등 혐의가 적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 역시 “집단행동 독려나 권유, 조장 등은 모두 다 법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한 의료전문변호사는 “판례나 현행법 체계, 유사 사건 등을 살펴보면 전공의들이 ‘강공’으로 나갈수록 면허취소나 정지 외 다른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이라며 “면허취소 등 처분이 내려져 소송을 진행하는 것만으로도 부담스러운 과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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