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의원들 자신 사법리스크 방탄에 이용 의도

각종 단규 개정은 이 대표 하위평가에 대비한 조치

하위 20% 31명 가운데 비명계 28명, 90%에 달해

‘친명단수, 비명경선’·‘친명횡재 비명횡사’, 결국 외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본회의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울산 북구 후보 무공천과 관련해 항의를 표시했던 이상헌 의원과 대화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본회의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울산 북구 후보 무공천과 관련해 항의를 표시했던 이상헌 의원과 대화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대선후보 시절에 “민주당의 이재명이 아니라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만들어 가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에는 그 말이 단순한 정치적 발언인 줄 알았다. 그런데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민주당의 공천과정을 보니 그가 말했던 ‘이재명의 민주당’이 무슨 의미였는지 짐작이 간다.

이 대표는 대선에서 패배한 지 3개월도 안 돼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그리고 당 대표 경선에 나서 거대 야당의 대표직까지 거머쥐었다. 일정 기간 자숙의 시간을 가졌던 이전의 정치인들과는 확연히 다른 행보다. 그 이유는 뻔하다.

대선 유세 중에 “선거에서 지면 감옥 갈 거 같다”라고 한 그의 말에서 유추해 보면, 공천권을 담보로 삼아 민주당 의원들을 자신의 사법리스크 방탄에 이용하려는 의도였으리라. 그리고 그 의도대로 대다수 민주당 의원들은 방탄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해 왔다.

이 대표의 처지에서는 앞으로도 자신을 결사적으로 옹위해 줄 방패가 필요하다. 그러려면 22대 총선에서 다시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이른바 친명들이 최대한 많이 국회에 진출해야 한다. 그런 구도가 된다면 올해에 실시될 당 대표 선거에서 연임되는 것은 떼놓은 당상이고, 사법리스크에 맞서는 최선의 방탄벽이 될 것이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그런 준비가 착착 진행됐음이 드러나고 있다.

우선 지난해 5월에는 ‘후보자선출규정’을 개정해 1심에서 유죄를 받더라도 출마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대해 선거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이 대표가 총선 전에 유죄판결 받을 것에 대비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1월 31일 자 본란 참조). 그리고 현역의원들에 대한 평가를 시행하기 약 1달 여 전쯤인 9월에는 ‘제21대 국회의원 평가 분야 및 방법’의 내용을 수정해 당 대표에 대한 평가는 조정이 가능하게 했음이 새롭게 밝혀졌다. 즉 의정 활동 평가 부문에서 ‘당 대표와 국무위원의 경우 수행 기간에 비례해 입법 수행 실적, 위원회 수행 실적, 본회의 질문 수행 실적의 평균 점수를 가산’하도록 한 것이다. 당무로 바쁘기는 원내대표나 사무총장 등도 마찬가지일 텐데 당 대표에게만 혜택이 부여됐다. 이 대표가 하위평가를 받을 것에 대비한 조치였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런 특혜가 없다면 이 대표는 하위 20%에 포함됐을 가능성도 있다. 이번에 하위 10%의 평가를 받은 박용진 의원의 경우, 상임위와 본회의 출석률은 95%, 90%이고, 대표발의 법안은 82건이었다. 이에 비해 이 대표의 국회 출석률은 각각 35.56%와 86.67%였고, 법안 발의 건수는 6건에 불과하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야권에서는 이 대표가 하위 20%에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고, 이 대표 자신도 하위 20%에 포함됐을 수 있다는 걱정이 컸다고 한다.

지금까지 진행된 민주당의 공천 상황을 보면 이른바 비명계가 철저히 배제되는 구조다. 보도에 의하면 하위 20%의 평가를 받은 31명 가운데 비명계로 분류되는 의원은 28명으로 90%에 달한다. 또한 상당수의 비명계 의원들은 친명계 정치신인들과 경선에 부쳐졌다. 정치신인에게는 20%의 가산점이 부여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절대적으로 불리한 구조다. 반면에 친명계 인사들은 대다수 단수 공천받았다. 오죽하면 ‘친명단수, 비명경선’이란 신조어까지 생겼겠는가.

불공정 공천 논란과 관련해,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에 성남시 용역을 수행했던 여론조사 업체가 일부 비명계 의원들의 지역 활동 평가와 경쟁력 조사에 참여했다거나 비선조직의 공천개입설 등 여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친명횡재 비명횡사’ 공천이라며 곳곳에서 갈등이 분출하고 있지만, 이 대표나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은 ‘시스템에 의한 공정한 공천’이라는 입장이 확고하다.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22대 국회에서의 민주당 내 의석 구도는 친명계 일색이 될 것이 자명하다. 이를 바탕으로 이 대표는 당 장악력과 대여·대정부 투쟁을 더욱 강화하고, 사법리스크 국면을 넘어 차기 대선에 대비하려 할 것이다. 물론 그 힘이 얼마나 클지는 전적으로 의석수에 달려있다.

어떤 방법으로 누구를 공천할지는 정당 스스로 결정할 문제다. 하지만 선거에서 지지를 얻으려면 국민들이 공감하고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여러 여론조사를 보면 민주당의 지지율은 대체로 정체 또는 하향 추세다. 공천 잡음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정당은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하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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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기선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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