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5일 A씨가 안전신문고에 신고한 소화전 불법주차 현장
지난 1월 25일 A씨가 안전신문고에 신고한 소화전 불법주차 현장

[제보자 A씨 제공]

(서울=연합뉴스) 홍지희 인턴기자 = 화재 진압을 위해 반드시 비워둬야 할 소화전 주변에 불법주정차가 빈발해 유사시 화재 피해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소방대원과 소방차, 소방용수는 소방의 3대 요소로 꼽힌다. 일상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거리 위 작은 소화전이 바로 3대 요소 중 하나인 소방용수 공급을 책임진다. 현행법상 소화전 근처에 주차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그러나 서울 도심 곳곳에서는 소화전 옆에 세워진 차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어 문제로 지적됐다.

2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 중랑구에 사는 A(59)씨는 동네 길가 소화전 주변에 주차해 둔 차량을 발견했다. 그는 “소화전 옆에는 주차하면 안 되는데도 특히 주말에는 사람들이 도로변에 차를 많이 세운다. 작년과 재작년에도 안전신문고 애플리케이션으로 촬영해 신고한 적이 있다”며 “이런 차들이 너무 많으니 매일 신고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소화전은 어떤 상황에서도 주차해서는 안 되는 ‘6대 불법주정차 금지구역’ 중 하나다. 도로교통법 제32조 6호에 따르면 소방 용수시설인 소화전 5m 이내에는 차를 세워서는 안 된다. 위반 시 승용차에는 8만 원, 승합차에는 9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이는 어린이보호구역 주정차 다음으로 높은 과태료다. 불을 끄는 데 필요한 물이 부족하지 않도록 공급하는 중요한 시설이기 때문이다. 소화전 옆에 주차할 경우 소화 호스를 연결하기 어려워 유사시 초기 화재 진압을 방해할 위험이 있다.

종로구 길거리에 주차된 차량에 가려진 소방 용수시설
종로구 길거리에 주차된 차량에 가려진 소방 용수시설

[촬영 홍지희]

서초소방서 홍원기 소방교는 “화재 진압에 사용되는 소방차는 일반적으로 최대 2천5백~3천ℓ의 물을 담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정도는 대형 화재 현장에서는 5분이면 동나고 물탱크차도 15분이 최대이므로 추가로 소방용수가 필요하다. 이때 쓰이는 것이 바로 소화전이다”라며 “소화전 옆에 불법주정차를 하면 대원들이 차를 옮겨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소화전 사용이 늦어지면 소방대원들이 진입해 있는데 물이 떨어지는 경우도 생긴다”고 소화전 불법주정차의 위험성을 설명했다.

이처럼 소화전 불법주차는 화재를 대형 인명피해로 키울 수 있는 위험천만한 불법행위다. 그러나 거리의 시민의식은 안전불감증 자체였다. 대형 트럭과 장애물 사이에 소화전이 가려져 있거나 차량 외에도 자전거, 공유 킥보드 등이 소화전 바로 옆에 세워져 있었다. 소화전뿐만 아니라 소화설비를 연결하는 연결송수구가 쓰레기 더미와 차체로 인해 찾기조차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 만약 실제로 건물에 불이 났다면 화재 진압은커녕 소화전을 찾느라 시간을 허비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자전거, 이륜차, 공유 킥보드 등에 가려진 소화전
자전거, 이륜차, 공유 킥보드 등에 가려진 소화전

[촬영 홍지희]

2019년부터 ‘불법주정차 시민 신고제’가 도입됐다. 1분 간격으로 사진을 찍어 안전신문고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접수하면 단속 없이 과태료가 부과되는 방식이다. 소화전 불법주정차를 막기 위한 단속 정책이 점점 강화되고 있지만 거리 위 현실은 여전히 그대로다.

홍원기 소방교는 “과거에 비해 소화전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길거리 위 소화전 표시도 눈에 띄게 바뀌고 있고 소화전 맨홀도 많이 개선됐다”면서도 “관공서에서 소화전의 중요성에 대해서 홍보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시민분들이 관심을 갖고 집 주변 소화전을 확인하고 주차하는 곳 가까이에 소화전이나 소방 용수시설이 있지 않은지 확인하는 등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소화전 불법주정차를 신고한 시민들에게 인센티브를 더 많이 제공해 시민 신고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hjhkk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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