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서 난생처음으로 서핑하다가 하반신이 마비돼 휠체어를 타고 진료를 보는 치과의사의 사연이 전해졌다.
1일 구독자 78만명을 보유한 시각장애인 유튜버 ‘원샷한솔’의 채널에 ‘의사인 저도 이게 위험할 줄은 몰랐어요’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에서 치과의사 김보현 씨는 “진료를 마치고 퇴근했다가 다음 날 응급실에 환자로 들어왔다”며 하반신 마비가 온 이유를 밝혔다.
그는 “주말에 친구들과 강원도 양양에 서핑하러 갔다가 장애인이 됐다”며 “이렇게 말하면 물에 빠졌거나 서프보드에 맞았거나 배랑 충돌했다거나, 그런 걸 생각하신다”고 환기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김 씨는 “처음 하는 서핑이었다. 저희가 조금 늦게 도착해서 준비운동을 제대로 안 하고 합류했다”고 돌이켰다.
당시 그는 서프보드 위에 엎드려서 파도를 따라가는 ‘패들링’을 하다가, 파도를 탈 때는 허리를 꼿꼿하게 세웠다가 확 접는 동작을 반복하게 됐다. 몸을 접었다 폈다 하는 자세를 되풀이하다 보니 허리에 있는 혈관에 무리가 갔다. 충격 때문에 혈관이 부었고, 혈관이 좁아지면서 혈액 공급이 원활하지 못했다. 그 동작을 반복하면서 신경들이 죽었다.
김 씨는 “물 안에 있을 때는 부력 때문에 몰랐다가 백사장에 오니 다리에 힘이 빠져 주저앉았다”며 “강습업체도 모르니까 ‘쉬면 괜찮아진다’고 했는데 내가 아무리 생각해도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신경과에 있는 의사 친구에게 전화해 조언을 구했고, “빨리 응급실 가야 된다”는 말을 듣고 119구급차를 불렀다고 한다. 김 씨는 “그때부터 이미 혈액이 점점 공급이 안 되면서 발끝에서부터 형용할 수 없는 고통이 올라왔다”고 회상했다.
김 씨의 진단명은 ‘파도타기 척수병증’(surfer’s myelopathy)이었다. 이는 서핑을 하다 생기는 신경병증으로, 국내에서는 발병사례가 드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신경과학회지에 따르면, 주로 하와이 등의 태평양 일대 휴양지에서 여러 사례가 보고됐다.
김 씨는 “하와이나 이런 데는 진짜 많다”며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해 강습업체는 알지도 못했고, 응급실에서도 잘 모르더라”라고 설명했다.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많았다는 그는 “요즘 서핑 많이 가지 않나. 제 얘기를 듣고 한 명이라도 마비 사고를 겪지 않으면 좋겠다”며 영상 출연을 결심한 이유를 밝혔다.
김 씨는 “논문을 찾아본 결과 서핑을 처음 가는 남자들에게 발생할 확률이 높다”며 “남성분이든 여성분이든 충분한 준비운동이 안 됐을 때 이런 증상이 오면 중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서핑을 하지 말라는 얘기는 아니다. 이런 위험성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차이가 엄청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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