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대전 서구 둔산동 대전지검 청사 3층 PT룸에서 서정식 차장검사가 문재인 정부 당시 부동산 등 국가통계 조작 사건의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김지환 기자
14일 대전 서구 둔산동 대전지검 청사 3층 PT룸에서 서정식 차장검사가 문재인 정부 당시 부동산 등 국가통계 조작 사건의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김지환 기자

‘통계조작 의혹’ 사건을 수사한 검찰이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과 김수현·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 문재인 정부 고위 인사를 14일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이들이 정부의 각종 부동산 대책과 소득주도성장 등 정책 의도와 반대되는 결론이 도출되자 비난을 피하기 위해 각종 통계를 조작했다고 결론지었다.

대전지검은 이날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와 통계법 위반 등 혐의로 김 전 장관 등 1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재판에 넘겨진 이들은 김 전 장관 등을 포함해 윤성원 전 국토부 1차관, 하동수 전 대통령비서실 국토교통비서관, A·B 전 국토부 정책실장, 황덕순 대통령비서실 일자리수석, 강신욱 전 통계청장, 이준협 전 대통령비서실 일자리기획비서관 등이다.

부동산원과 KB 국민은행 변동률 격차. /대전지검 제공
부동산원과 KB 국민은행 변동률 격차. /대전지검 제공

◆”집값 통계 125차례 조작…신뢰 훼손·세금 낭비돼”

검찰에 따르면 김 전 장관 등 7명은 2017년 6월부터 2021년 8월까지 4년여간 125회에 걸쳐 부동산원 임직원을 압박해 주택가격 변동률을 조작(직권남용, 통계법 위반)한 혐의를 받는다. 조작을 위해 김 전 장관 등은 매주 1회 국토부에 보고되는 주간 주택가격 변동률 확정치를 공표하기 전 주중치와 속보치를 대통령비서실까지 주 3회 보고하도록 사전검열 체계를 만들었다.

또 검찰은 조작이 로데이터(원자료) 자체를 변경하는 방법으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변동률을 산정할 때 입력하는 수치 자체를 낮게 입력해 변동률을 낮췄다는 것이다. 그 결과 해당 기간 서울 아파트의 부동산원 주택가격 상승률은 12%에 그쳤는데, 실거래가 상승률은 약 82%에 육박하는 등 시장 상황과 괴리가 있었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과거 정부에선 큰 차이가 없었던 KB국민은행 변동률과도 최대 30%포인트 격차가 발생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통계조사 방식에 따라 결과가 달리 나오는 게 아닌, 로데이터를 임의로 하향시킨 사건”이라며 “부동산 가격이 상승함에도 대책의 효과를 보여주기 위해 주간 변동률 수치(0 이상일 경우 집값 상승 의미)를 0에 수렴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변동률 조사를 위한 예산 368억원이 낭비됐고 통계에 대한 신뢰가 훼손됐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부동산원 임직원들은 사전보고가 부당하다며 총 12회에 걸쳐 중단을 요청했는데, 대통령비서실과 국토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전 실장은 부동산원의 요청을 받고도 “사전보고를 폐지하면 부동산원 예산이 없어질텐데 괜찮겠냐”라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부동산원 직원이 국토부에 변동률을 보고하며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기재하자 국토부 관계자가 ‘조작 증거를 남기려는 것이냐’며 질책하기도 했다.

이 같은 통계조작은 대통령 취임 2주년과 21대 총선을 앞두고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취임 2주년 전후로 7회, 총선 전 4개월간 28회에 걸쳐 조작이 이뤄진 것이다. 정치적인 주요 행사를 앞두고 집값이 상승하면 대통령 지지율과 총선에도 악영향이 생길 것이라고 보고 통계조작을 벌였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KB국민은행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변동률 비교표. /대전제검 제공
KB국민은행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변동률 비교표. /대전제검 제공

◆”고용·소득 통계도 정부에 유리하게 조작”

또 김 전 실장과 강 전 통계청장 등 4명은 2019년 10월 전년 대비 비정규직 근로자가 86만명 급증했다는 통계조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비난 여론을 피하고자 왜곡된 통계서술정보를 공표한 혐의도 받는다. 초안에 ‘비정규직 근로자가 2018년에 비해 86만7000명 증가했다’는 내용을 삭제하고 ‘2018년 통계와 비교 자체가 불가하다’는 통계서술정보를 추가해 배포한 것이다.

아울러 홍 전 비서관은 소득불평등 지표가 역대 최악으로 나타나자 개인정보가 포함된 통계 기초자료를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정부는 이 자료를 바탕으로 최저임금 인상 효과로 개인소득 불평등이 개선됐다고 홍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 관계자는 “고위 관계자들이 국가통계를 보호해야 할 책무를 저버리고 정부 정책의 성적표로 치부해 조작한 최초의 통계법 위반 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정확한 국가통계는 정부 정책 수립의 근간이자 각종 의사결정을 합리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공공자원”이라며 “과학적 방법에 따라 중립적으로 작성돼야 하는 것이 통계법의 이념”이라고 했다.

한편 장하성·이호승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등 11명은 기소 대상에서 제외됐다. 지난해 9월 감사원은 총 22명에 대한 수사를 의뢰한 바 있다. 검찰 관계자는 “관여 정도 등에 따라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라며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기소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검찰은 통계법의 법정형 상향과 공소시효(현행 5년)를 늘리는 방향으로 법 개정에 나설 방침이다. 이번 사건을 수사하면서 공소시효 문제로 기소 대상에서 제외한 혐의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통계조작은) 판단에 핵심 역할을 하는 통계를 조작하는 것으로 국기문란에 이르는 수준”이라며 “그런 중요성을 고려했을 때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기소를 끝으로 통계조작 사건 수사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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