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강승연·김광우 기자]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사태 해결을 위해 주요 판매은행들이 잇따라 자율배상 안건을 이사회에 올리는 등 속도를 내고 있다. 정기주주총회 시즌과 맞물려 책무구조도 선제 도입 등 내부통제 강화 방안 마련에도 분주한 모습이다.

우리 이어 하나도…은행권, 이사회 테이블에 ‘자율배상’ 올린다

홍콩 H지수 ELS 판매은행 중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에서 자율배상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 ELS 판매액이 400억원대로 부담이 적은 우리은행이 가장 먼저 이달 22일에, 하나은행은 뒤이어 27일에 임시 이사회를 열어 자율배상에 관한 논의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금융감독원이 11일 ‘차등배상’을 원칙으로 하는 분쟁조정 기준안을 내놓은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들 은행은 이번 이사회에서 해당 ELS 만기 도래액과 손실 규모 등을 보고하고, 자율배상 여부 및 적정 배상비율 등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H지수 등락에 따라 최종 손실 확정액이 달라지는 데다 고객별 배상비율을 결정하는 데 시간이 필요한 만큼, 사전에 약식으로 진행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토대로 향후 대응방향을 잡는 수준에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이 “이달 중 이사회나 주주총회 등 절차를 거쳐 각 기관의 입장이 나올 것”이라며 자율배상과 관련한 입장을 조속히 밝힐 것을 압박한 만큼, 다른 은행들도 조만간 임시 이사회에 자율배상을 상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홍콩 H지수 ELS 판매잔액이 8조원에 달하는 KB국민은행은 전수조사를 마치는 대로 본격적인 배상 논의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현재 판매된 ELS에 대해 전수조사를 진행 중이며,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보상 관련 절차를 조속히 논의해 고객 보호에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판매한 ELS 계좌 수가 24만개를 넘는데, 일일이 가입서류를 들여다 보며 기존 가입횟수 등 금감원 기준안에 따라 조사하고 배상비율을 확정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당장 이사회에서는 자율배상 방침을 대략적으로 정하는 수준에서 논의할 수밖에 없고, 세부적인 배상안은 이제부터 준비를 시작한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주총 때 ELS 논란될라…지주·은행, 책무구조도 등 내부통제 강화 ‘속도’

정기주총 시즌을 앞두고 금융지주·은행들은 책무구조도 선제 도입 등 내부통제 강화 방안을 마련하는 데도 열을 올리고 있다. 주총에서 홍콩 H지수 ELS 관련 배상에 따른 배임 가능성이 도마에 오를 수 있는 만큼, 불완전판매 방지를 위한 내부통제 개선 노력을 적극적으로 알리려는 움직임도 있다.

신한금융은 26일 예정된 정기주총에 앞서 배포한 주총 안건 설명자료를 통해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금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9개 주요 계열사에 책무구조도를 선제 도입한다고 밝혔다. 핵심 계열사인 신한은행은 지난해 1차로 책무구조도 작성을 마치고 이행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또 그룹 관점에서 내부통제 이행관리 시스템을 구축, 그룹사의 중요 내부통제 이슈는 지주사가 적극 모니터링하고 이사회에 보고하는 체계를 수립하기로 했다.

책무구조도는 금융회사의 모든 업무에 대한 최고경영자(CEO), 임원, 이사회의 책임소재를 명확히 함으로써 내부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장치로, 중대 금융사고 발생시 CEO의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된다. 책무구조도 도입을 담은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은 올 7월부터 시행되며, 이에 따라 지주·은행은 내년 1월까지 책무구조도를 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KB금융과 KB국민은행, KB증권도 ‘내부통제 제도개선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한 뒤 책무구조도 작성 등을 위한 내부통제 제도개선 컨설팅을 추진 중이다. KB금융은 향후 계열사별 TFT 구성 등을 통해 책무구조도 조기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경영진 및 직원 스스로 ‘내부통제 주체’라는 인식 변화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그밖에 하나금융은 지난해 말부터 책무구조도 등 내부통제 개선 TF를 운영하고 있으며, 우리금융도 관련 TF를 꾸려 책무구조도 이행시스템 등 도입 방안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나은행의 경우, 지난해 핵심성과지표(KPI)에서 고위험상품 편중 리스크 노출 고객 수 감소 실적을 포함시킨 데 이어 올해 상반기부터는 ‘판매채널별 특정 고위험상품 집중판매 위험관리’ 항목을 KPI에 추가하는 등 내부통제와 소비자보호를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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