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주 국민의힘 후보가 지난 12일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에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시민들을 만나고 있다(왼쪽). 채현일 더불어민주당 후 보가 이재명 대표와 함께 지난 5일 서울 영등포구 뉴타운 지하쇼핑몰에서 시민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

“대세는 없는 것 같아요, 우리도 궁금할 정도로. 김영주 의원이 세 번을 했는데 인물 때문에 된 건지, 민주당이라서 된 건지 우리도 궁금해요.”(서울 영등포 양평2동 거주 50대 여성 이모씨)

“여기서 나고 자랐는데, 우리끼리도 표가 갈려. 예측불허야. 이번에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것 같아.”(당산동 거주 70대 남성 조모씨)

“굳이 뽑는다면 청년 맞춤형으로 그나마 다른 게 허은아 후보인데, 사표 가능성이 높아 보여서 망설여져요.”(영등포동 거주 30대 남성 박모씨)

서울 영등포갑 선거구가 12년 만에 격전지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지난 세 번의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당선된 현역 김영주 의원이 ‘비명 횡사’ 공천 끝에 탈당, 이달 국민의힘으로 5선에 도전하면서다. 민주당은 김 의원과 ‘한솥밥 식구’였던 채현일 전 영등포구청장을 맞수로 배치했다. 총선을 22일 앞둔 지난 19일 영등포갑 선거구에서는 급변한 구도에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는 주민들의 답변이 돌아왔다. 여기에 개혁보수 성향의 개혁신당 소속 허은아 전 의원이 출사표를 던진 것도 변수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영등포갑 선거구는 2000년대 들어 치러진 6번의 총선에서 보수정당이 2번, 진보정당이 4번 승리한 지역이다. 진보정당의 승리한 총선 중 최근 3번은 김 의원의 몫이었다. 농구선수 출신이자 노동계에 몸담았던 그는 비례대표 의원으로 2004년 국회에 입성해, 문재인 정부에서 노동부 장관과 국회부의장을 지냈다. 그런 그의 탈당과 국민의힘 출마는 지역 주민들에게도 여전히 화제다.

이 같은 지역 분위기를 인식한듯, 이날 오후 양평2동의 한 경로당을 찾은 김 의원은 자신의 결단 배경을 설명하는데 많은 시간을 들였다. 양평2동은 선거구 내에서도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이다. 국민의힘을 상징하는 빨간 옷을 입고 나타난 김 의원은 “파란 옷이 너무 얻어 맞아서, 빨갛게 멍이 들었다”며 “열심히 해서 명예롭게 정치를 그만두는 게 낫지, 마지막에 ‘하위 20%’로 정치를 끝낼 수 없다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집권여당 후보의 강점을 설명하면서도 “주변에 민주당을 지지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지역 발전을 위해 당과 관계없이 잘 봐 달라고 해주시면 감사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영등포구청 인근 공원에서 만난 70대 조씨는 “김영주 의원은 합리적인 사람이라 정부에 총질을 안 해서 국회부의장까지 했는데 버려진 것 같다”며 “김 의원이 유리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선유도역 인근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50대 이모씨는 “포퓰리즘이 싫어서 국민의힘을 지지하고 싶은데, 민주당 의원이었던 분이 후보인 게 좀 아쉽긴 하다”고 했다. 반면 당산동 주민인 30대 남성 양모씨는 “김 후보는 안 찍을 것 같다”며 “탈당 선택을 납득하기 어렵고, 국민의힘에서 어떤 정치를 펼칠지 예측이 안 된다”고 말했다.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서울 구청장 중 최연소였던 채 전 구청장은 ‘젊은 지역 일꾼론’을 내세우고 있다. 이날 영등포시장을 찾은 그는 대부분의 상인, 가게 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채 전 구청장은 “사과가 너무 비싸서 많이 못 들였다”고 토로하는 과일가게 주인에게 “힘 내시고, 사과 많이 둘 수 있게 열심히 뛰겠다”고 화답했다.

채 전 구청장은 헤럴드경제에 “지역 현안을 속속들이 알고 있고, 주민들과 오랫동안 소통해서 인지도가 높은 게 제 강점”이라며 “말이 아닌 실천으로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영등포동에 거주하는 60대 성호신씨는 “채 후보가 굳히지 않았나, 분위기도 그렇고 평판이 좋다”고 말했다. 이원자(70)씨도 “채현일 후보가 구청장도 하면서 여기 정비를 좀 많이 했다”며 “김 의원은 오래 하지 않았나”라고 했다. 반면 당산동 주민인 70대 김모씨는 “구청장 1번 했는데, 채 후보는 아직 신인”이라며 “아직은 어리고 정치경험이 없다”고 말했다.

허은아 전 의원은 지난해부터 ‘천아용인’ 활동으로 쌓은 인지도와 청년 맞춤형 공약으로 지역을 파고들고 있다. 허 전 의원은 이날 오후 영등포구청역 5번 출구 개찰구에서 퇴근길 인사에 나섰는데, 약 10분 동안 시민 4명이 허 전 의원에게 먼저 다가가거나 말을 걸었다. 한 30대 남성 직장인은 “힘 내시라”며 주먹을 쥐어 보이고 갔고, 한 어르신은 “좋은 개혁 많이 하시라. 열심히 하시라”고 독려했다.

주요 공략 지점은 ‘샤이’ 청년세대와 보수 이탈표다. 허 전 의원은 “청년들은 아는 척을 잘하진 않지만, 조용히 응원한다고 신호를 보내거나 온라인 커뮤니티, 유튜브에서 홍보를 해 준다”며 “보수 유권자들이 많이 흔들리고 있는 건 맞는 거 같다”고 말했다. 이날 영등포구청역에서 만난 직장인 강모씨(38)는 “(개혁신당이) 나름 뭔가 바꿔보려고 나온 것 아니냐”며 “인정해줘야 할 부분을 인정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박지영 기자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
0
+1
0
+1
0
+1
0
+1
0

댓글을 남겨주세요.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