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대만 동부에서 발생한 규모 7.4 강진으로 화롄시 9층 높이의 톈왕싱 빌딩이 무너져 기울어져 있다. ⓒ AFP/연합뉴스 3일 대만 동부에서 발생한 규모 7.4 강진으로 화롄시 9층 높이의 톈왕싱 빌딩이 무너져 기울어져 있다. ⓒ AFP/연합뉴스

대만 동부 해안에서 3일 오전 규모 7.4 강진이 발생해 일부 건물이 무너지고 정전이 일어나는 등 인적·물적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대만에서 규모 7이 넘는 강진이 발생하기는 25년 만이다. 특히 대만 전역은 물론 상하이에서도 진동을 느낄 만큼의 강진이었으며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인 대만의 TSMC도 한때 직원 대피령을 내리기도 했다.

대만 중앙통신사 등에 따르면 대만 중앙재해대응센터는 이날 발생한 강진으로 최소 9명이 사망하고 934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밝혔다. 강진으로 인해 붕괴된 터널과 건물 내에는 127명의 주민들이 고립돼 있어 사상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무너진 건물도 최소 120채가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날 오전 7시 58분쯤 대만 동부 화롄시 인근에서 규모 7.4(유럽지중해지진센터· 미국 지질조사국 기준)의 지진이 발생했다. 대만 기상국은 규모 7.2라고 밝혔다.진앙은 인구 35만 명인 화롄에서 남쪽으로 약 25㎞, 타이베이에서 138㎞ 떨어진 해역이다. 우젠푸 지진예측센터장은 “진앙이 육지와 상당히 가까운 얕은 층이어서 대만 전 지역에서 지진을 느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수도 타이베이와 신베이, 지룽, 타오위안 등에서도 피해가 줄을 이었다. 대만 케이블뉴스방송인 TVBS는 “대만 섬 전역에서 강한 진동을 느낄 정도였다”고 보도했다. 타이베이와 가오슝 지하철 운행은 1시간가량 멈췄고, 모든 고속철도 노선도 한때 모두 중단됐다. 대만과 가까운 중국 푸젠성을 비롯해 800㎞ 떨어진 상하이에서도 지진이 감지됐다. 대만 언론들은 이번 강진이 원자폭탄 32개를 한꺼번에 터뜨린 수준의 엄청난 위력을 지니고 있다고 분석했다.

3일 강진이 발생한 대만 동북부 도시 화롄에서 무너진 건물 사이로 구조대원들이 수색을 위해 진입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3일 강진이 발생한 대만 동북부 도시 화롄에서 무너진 건물 사이로 구조대원들이 수색을 위해 진입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대만 동부 해안은 유라시아판과 필리핀판이 서로 부딪치면서 지질활동이 활발해 지진이 자주 발생한다고 미 CNN방송은 전했다. ‘불의 고리’로 불리는 환태평양 지진대에 자리 잡은 대만에서는 1901년부터 2000년 사이 사망자를 초래한 대형 지진이 48차례나 있었다. 이날 강진은 약 2400명이 숨지고 건물 5만채가 파손되는 등 큰 피해를 입었던 1999년 9월 21일 규모 7.6의 강진 이후 최대 규모다.

그렇지만 대만은 1982년 건축법이 강화해 내진설계를 의무화하고, 1999년 강진 이후 부실 공사를 막기 위해 더욱 노력하면서 건물 대다수가 완전히 붕괴하는 상황을 맞지는 않았다. 화롄시의 톈왕싱 빌딩처럼 기울어지기만 하거나, 멀쩡한 모습을 보인 건물도 많았다. AFP통신은 “엄격한 건축 규제와 광범위한 재난 안전의식 덕분에 큰 재앙은 피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TSMC 상황에도 관심이 쏠렸다. 애플과 엔비디아, 퀄컴 등에 반도체를 공급하고 있는 세계적인 기업인 만큼 이번 지진이 반도체 공급망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TSMC는 일부 팹(반도체 생산시설) 가동을 최대 6시간 동안 중단하고 직원들을 대피시켰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신주과학단지와 가오슝 신규 공장 건설도 잠정 중단했다.

TSMC 측은 “직원 안전을 위해 회사 내부 절차에 따라 (지진 발생 직후) 일부 공장 직원을 대피시켰다”고 전했다. TSMC의 주난 공장 등 일부 반도체 생산 시설은 피해 예방 차원에서 폐쇄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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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인 점은 TSMC 공장들이 지진이 발생한 동쪽 해안이 아닌 서쪽에 주로 몰려 있어 직접적인 피해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만 매체 공상시보는 “현재까지의 추산에 따르면 (지진의 영향을 받은) 작업 시간은 대략 6시간으로, 2분기 실적에 미칠 영향은 6,000만 달러(약 809억 원) 수준으로 제한적”이라고 예상했다.

그렇지만 지진 여파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에만 규모 3.3~6.5인 여진 60회가량 일어났다. 대만 중앙기상국은 앞으로 3~5일 안에 규모 6.5~7.0의 여진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대만은 지진활동이 활발한 ‘불의 고리’로 불리는 환태평양 지진대에 속해 있다.1901년부터 2000년 사이 사망자를 초래한 대형 지진은 48차례나 있었다.

이번 강진에 중국 정부는 대만에 손을 내밀었다.주펑롄 중국 대만사무판공실 대변인은 “(중국) 대륙은 큰 우려를 표하며 이번 재해로 인해 피해를 본 대만 동포들에게 진심 어린 애도를 표한다”며 “재해와 후속 상황을 긴밀히 예의주시하면서 재난 구호를 위한 필요한 지원을 기꺼이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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