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는 모습과 환자가 생각에 잠긴 모습. ⓒ뉴스1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는 모습과 환자가 생각에 잠긴 모습. ⓒ뉴스1 

의사 사회 내부에서 반목이 거듭되고 있다. 지난주 대한의사협회(의협) 내 갈등에 이어 전공의 단체 대표와 의대 교수 사이에도 최근 긴장감이 팽팽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의사들이 ‘의대 정원 2천명 증원’을 대체할 협상안을 정부에 제시하기도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김명희 노동건강연대 운영위원장(예방의학 전문의)이 쓴 ‘1만2천명에 휘둘리는 나라, 전공의를 괴물로 키웠다’라는 제목의 칼럼(한겨레 4월11일자 25면)의 내용을 옮겨 적었다. 수련생 신분인 전공의가 병원 지시로 최대 주 88시간 동안 병동 당직 등의 격무에 시달리고, 교수는 이를 지시하거나 묵인하는 구조를 지적한 대목이다. 

그가 인용한 문단에는 “수련병원 교수들은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에게 불이익이 생기면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착취의 사슬에서 중간관리자 역할을 해왔다”는 지적이 담겼다. 박 위원장은 값싼 노동력인 전공의 중심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온 ‘병원’과 이런 의료체계를 만들어온 ‘정부’가 문제의 근본 원인이라며, “두개의 축”이라는 해석을 덧붙였다.

집단 사직서 제출 등으로 전공의들을 지지해 온 의대 교수들은 박 위원장이 자신들을 ‘직격’ 비판한 것으로 풀이하면서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강홍제 원광대 의대 교수 비대위원장은 “자기 지지 세력에 기관총을 난사하는 것은 윤 대통령만이 아니었다. 실망이다”라며 “사제지간이 아닌 직장상사와 부하직원 관계라면 더 이상 전공의를 교수들이 지지할 필요가 없다”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적었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도 “(박 위원장의) 발언이 부적절하다는 주장과 교수들을 비롯한 일부 의사들이 분노하거나 불쾌해하는 것에 대해 동의한다”며 “발언에 좀 더 신중했으면 하는 기대가 있다”고 밝혔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서울 소재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의료계 내분을 수습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은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의협 비대위 회의에서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과 손을 맞잡은 사진을 올렸다. 임 당선인은 “오해와 서운했던 점들에 대해 김택우 비대위원장과 충분히 의견교환을 통해 잘 풀었다”며 “남은 기간 모든 직역이 잘 협력해 이 난국을 잘 풀어 가도록 하겠다”는 글도 함께 게시했다. 지난 8일 임 당선인이 의협 비대위원장을 맡겠다는 의견을 냈지만, 의협 비대위는 지난 9일 “무리한 주장”이라며 거부해 갈등이 불거진 바 있다.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도 의료계 내분 수습에 말을 보탰다. 이날 김 비대위원장은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의 글을 두고 “다양한 직군에 따라 다양한 목소리가 나올 수 있으며, 우리들이 경청해야 할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간 의료계는 온건파와 강경파, 의협 비대위와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임 당선인 사이에서 서로 날선 비판이 오가며 분열 양상을 보였다. 수습에 나섰지만, 갈등 봉합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다음달 1일 의대 정원 감축을 주장하는 초강경파인 임 당선인이 의협 회장 임기를 시작하면 의-정 대화 여지는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여당의 총선 참패 이후 정부도 먼저 나서 대화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 8일을 마지막으로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도 열지 않았다.

한겨레 김윤주, 천호성 기자 / k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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