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이 1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이 1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정부가 의사 집단행동 관련해 7일째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 의·정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의료계는 내홍을 수습하고 의대 증원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전공의들이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소한다고 발표하면서 양측의 갈등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15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브리핑을 전날 오후 취소했다.

이날 열린 중대본 회의에서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은 의료개혁을 지속 추진하겠다는 뜻만 드러냈을 뿐 그 외에 별다른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정부는 총선 전날인 지난 9일부터 일주일째 기자들과 소통하지 않고 있다. 그간 정부는 평일 대부분 중대본과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을 통해 의료 공백에 따른 비상 진료 체계 현황과 함께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을 향한 요구사항, 의료개혁 필요성 등을 발표해 온 바 있다. 

거의 매일 브리핑을 열고 적극적으로 의료개혁 추진 의지를 드러내던 이전과는 상반되는 모습이다. 여당이 총선에 참패한 데 이어 한덕수 국무총리까지 사의 의사를 표명하자, 향후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과 관련된 방향성이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의·정 갈등의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사이 의료계는 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 내부 갈등 봉합 절차를 이어왔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김택우 비대위원장은 지난 14일 브리핑에서 “그간 비상대책위원회와 의협 임현택 회장 당선인 간의 소통이 부족했다”며 “앞으로 의협과 당선인,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개원가 등이 한마음으로 똘똘 뭉치겠다”는 다짐을 내놨다. 임 당선인도 “의사들 모두가 하나의 목표를 향해 힘을 합쳐 가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개최된 정책피해 전공의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방해 혐의 집단고소 기자회견에서 참여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의사협회]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개최된 정책피해 전공의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방해 혐의 집단고소 기자회견에서 참여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의사협회]

이에 더해 사직 전공의 1300여명이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소하면서 정부를 향한 의료계의 공세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 의협 회관 지하 1층 대강당에서 열린 ‘정책피해 전공의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집단고소 기자회견’에서 분당차병원 정근영 전 전공의 대표는 “박민수 차관은 이번 의대정원 증원과 필수의료패키지 정책을 주도하면서 초법적이고 자의적인 명령을 남발해 왔다”며 “근거가 부족하고 현장에서 불가능하다고 하는 정책을 강행하기 위해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오롯하게 존중받아야 할 젊은 의사들의 인권을 유린하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차관과 보건복지부는 ‘공익을 위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젊은 의사들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말했고 법적인 검토도 마쳤다고 자신했다”고 꼬집었다.

박 차관을 경질해 달라고도 요청했다. 그는 “박 차관은 잘못된 정책을 주도했고 그 과정에서 시민의 권리를 무시하고, 헌정질서를 어지럽혔다. 가시 돋친 언어로 의사들에게 끊임없는 모멸감을 주었고 젊은 의사들의 미래를 저주했다”며 “박 차관이 경질되기 전까지는 절대 병원에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이들은 이번 고소는 대전협과는 무관하며, 박 차관을 고소할 뜻이 있었던 전공의들이 개별적으로 뜻을 모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씨는 고소에 참여하는 사직 전공의들을 대표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소장을 제출할 예정이다. 피고소인으로 박 차관 외에도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도 포함됐다.

현재 병원을 떠난 전공의는 전체의 90% 이상인 1만여명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지난 2월부터 단체행동에 돌입한 전공의들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데 이어 정당한 사유 없이 수련계약을 갱신하지 않거나 계약을 포기한 전공의들을 향해서도 ‘진료 유지 명령’을 발령했다.

이후 정부는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들에게 면허정지 행정처분 사전통지를 보낸 뒤 의견 제출 기한이 지난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면허정지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다. 다만 지난달 말 윤석열 대통령이 미복귀한 전공의들의 면허정지 처분을 유연하게 대응하라고 주문함에 따라 정부는 행정처분을 잠시 미룬 상황이다. 

사직 전공의들은 대전협의 정부를 향한 7대 요구사항을 지지하며 최종 복귀 여부를 전체 투표로 결정하겠다는 대전협 박단 비상대책위원장의 발표에 따르겠다고 입을 모았다.

대전협은 △필수의료 패키지와 의대 2000명 증원 전면 백지화 △의사수급 추계 기구 설치 △수련병원 전문의 인력 채용 확대 △불가항력 의료사고 부담 완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부당한 명령 전면 철회 및 사과 △업무개시명령 폐지 등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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