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이스라엘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한미 양국에서 국채금리가 오르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작아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금리 인하 시점이 늦춰지면 채권 가격이 오를(금리는 하락) 것으로 기대해 국채를 매수했던 투자자들이 채권을 내다 팔면서 국채 가격이 한동안 약세를 나타낼 수 있다.

◇ 한·미 국채금리 일제히 상승… 작년 말 이후 최고치

18일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17일 미국 2년물 국채금리는 전날보다 4bp(1bp=0.01%포인트) 내린 4.93%에 마감했다. 2년물 금리는 지난 10일(4.97%)부터 4.9%대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작년 11월 15일(4.90%, 종가 기준)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10년물 국채금리는 17일 4.59%에 마감하면서 최근 3거래일(15일 4.63%, 16일 4,67%, 17일 4.59%)간 4.6%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 또한 작년 11월 6일(4.67%) 이후 가장 높다.

그래픽=손민균
그래픽=손민균

미국 국채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작년 12월 13일 이후 강세(금리는 하락)를 나타냈다. 현 금리가 고점(가격은 저점)이라는 인식이 생기면서 낮은 가격에 채권을 매수하려는 심리가 강해진 영향이다. 2년물 금리는 올해 1월 12일 4.14%까지 떨어졌고, 10년물 금리도 2월 1일 3.87%까지 내렸다.

그러나 이란과 이스라엘의 갈등이 격화된 지난달 말부터 국채금리는 상승 전환됐다. 확전 우려에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서자 비용상승 인플레이션(원자잿값 등 생산비용이 올라 물가가 상승하는 것) 발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물가가 오르면 연준의 금리인하 시점도 늦춰질 수 있다. 국채금리는 이런 가능성을 반영해 상승세를 보였다.

이란이 이스라엘을 공습한 직후인 지난 15일에는 금리 상승 폭이 대폭 확대됐다. 2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5bp 오른 4.93%에 마감했고, 10년물 금리는 무려 13bp 오른 4.63%에 장을 마쳤다. 10년물 금리 상 폭이 10bp를 넘어선 것은 4월 들어 세 번째(1일, 10일, 15일)다. 통상 만기가 긴 국채일수록 채권 보유에 따른 위험이 커 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는 가격이 더 크게 변동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한동안 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국 국채 금리도 오르는 모습이다. 연준의 금리 인하가 늦어지면 한국은행도 선뜻 금리를 낮추기가 어려워지고, 국채 투자 매력은 떨어져 시중 금리가 오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7일 한국 2년물 국채금리는 전날보다 1.4bp 오른 3.504%에 마감했다. 10년물 국채금리도 1.4bp 상승한 3.632%에 장을 마쳤다. 2년물과 10년물 금리 기준금리 모두 작년 12월 13일(2년물 3.546%, 10년물 3.525%)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 파월 ‘매파’ 발언에 더 멀어진 피벗… “국채금리 상승세 지속”

국채금리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제롬 파월 연준의장이 최근 매파적(긴축 선호)인 발언을 내놓으면서 금리 인하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었기 때문이다. 파월 의장은 16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캐나다 경제 관련 워싱턴 포럼 행사에서 “최근 데이터들은 우리에게 분명히 (금리 인하를 위한) 더 큰 확신을 주지 못했다”고 했다. 지난달 연방상원 청문회에서 “(금리 인하에 대한)확신을 갖기까지 멀지 않았다”고 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1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기록했다는 정보가 나오고 있다. /뉴스1
1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기록했다는 정보가 나오고 있다. /뉴스1

연준의 지적대로 미국 경제 지표는 탄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15일(현지 시각)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미국의 3월 소매판매는 전월대비 0.7% 오른 7096억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다우존스가 취합한 전문가 전망치(전월대비 0.3% 증가)를 크게 웃돈 것이다. 소매판매 지표는 전체 소비 중 상품 판매 실적을 집계하는 속보치 통계다. 이 지표가 시장 기대를 웃돌았다는 것은 미국의 물가 상승 압력이 여전하다는 의미다.

치솟는 국제유가와 환율이 물가를 더욱 자극할 우려도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두바이유와 브렌트유는 각각 이달 5일(90.89달러)과 4일(90.65달러)부터 16일까지 90달러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16일 장중 1400원까지 오르면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1997~1998년), 글로벌 금융위기(2008~2009년), 2022년 하반기 회사채 부실 사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유가와 환율은 원자잿값 상승을 유발해 물가를 더욱 끌어올릴 수 있다.

김상훈 하나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파월 의장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입장을 기존보다 보수적으로 표명한 가운데 다음달 주요 경제지표(고용·물가) 발표 전까지 롱(강세) 재료가 부재한 상황”이라면서 “미국의 인하 시점에 대한 기대 조정 과정이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고 했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한국은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소비자물가지수(CPI) 전망 불확실성이 커졌고, 올해 두 번 정도로 예상했던 인하 기대감도 많이 위축됐다”면서 “금리 인하 시점이 밀릴 수록 국채금리는 상승 압력을 받는다. 유가와 환율의 상승세가 진정될때까지 금리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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