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이란 보복 가능성 알고도

주시리아 이란대사관에 폭격 감행

‘과한 보복’ 삼간 이란 전례와

‘국내적 목적’ 반영됐을 가능성

시리아 다마스쿠스에서 구조대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건물 잔해를 수색하고 있다(자료사진). ⓒAP/뉴시스 시리아 다마스쿠스에서 구조대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건물 잔해를 수색하고 있다(자료사진). ⓒAP/뉴시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본격화된 중동 분쟁이 출구를 찾지 못하는 가운데, 관련 ‘불똥’이 이스라엘-이란 분쟁으로 번져 전 세계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스라엘과 이란이 ‘관리된 군사행동’을 주고받으며 확전을 피하고 있지만, 양국이 군사적으로 충돌하게 된 배경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하마스 완전 제거 요원한 이스라엘
친이란 민병대 세력에 골머리
주시리아 이란대사관 건물 폭격해
이란 혁명수비대 장교 8명 암살

하마스 완전 제거 목표에 좀처럼 다가서지 못하는 이스라엘은 국경을 맞댄 인접국 민병대와 교전을 벌이는 등 ‘전선 확대’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스라엘은 관련 배후에 이란이 있다고 보고 ‘예방 및 경고’ 차원에서 주시리아 이란대사관 건물을 폭격했다.

이란 혁명 수비대 소속 쿠드스군 장교들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내 이슬람 무장세력 간 회합 사실을 사전에 포착해 ‘지도부 제거 작전’을 벌인 셈이다.

이스라엘 폭격에 따라 장교 8명을 잃은 이란은 ‘절제되고 계산된’ 이스라엘 본토 공격으로 보복에 나섰다. 이에 이스라엘은 이란을 겨냥한 ‘적정 수준’의 군사행동으로 맞대응했다.

이스라엘 남부, 가자지구 국경 근처 주둔지에서 이스라엘 군인들이 가자지구 진입을 기다리고 있다(자료사진). ⓒAP/뉴시스 이스라엘 남부, 가자지구 국경 근처 주둔지에서 이스라엘 군인들이 가자지구 진입을 기다리고 있다(자료사진). ⓒAP/뉴시스

“대사관 폭격 이스라엘, ‘합리적 오판’
전례 따라 그렇게 생각했을 것
국내 정치적 압박 영향도”

확전을 피하려는 상황 관리 노력과 별개로, 양국 군사충돌을 촉발한 이스라엘의 ‘합리적 오판’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조동준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최근 한반도평화연구원 특별 세미나 발제에서 폭격을 결심한 이스라엘의 판단은 “어쩌면 오판일 수 있다”면서도 “합리성이 있는 오판이었다. 전례에 기반해 그렇게 생각할 가능성이 컸고, 국내 정치적인 압박이 너무 컸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폭격 전 이스라엘이 검토했던 내부 보고서 내용을 언급하며 “이스라엘은 (주시리아 이란대사관 폭격이) 작은 사건으로 끝날 것이라 생각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20년 쿠드스군 최고 사령관이었던 가셈 솔레이마니가 미국 드론에 의해 암살당한 이후, 이란이 ‘고강도 보복’을 삼간 전례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설명이다. 실제로 당시 이란의 보복은 미국 드론이 배치됐던 공군기지에 15발의 탄도미사일을 쏘는 수준에 그쳤다.

같은 맥락에서 이스라엘은 쿠드스군 장교들을 암살해도 이란이 대규모 군사 보복은 삼갈 것이라 판단했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이란이 취할 보복 카드로 친이란계 민병대를 활용한 대리전, 탄도미사일 12발가량을 염두에 뒀다고 한다.

결국 이스라엘 입장에선 ‘보복을 당하더라도 감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에 폭격을 감행했을 거란 평가다.


조 교수는 이스라엘이 ‘국내 정치적 압박’을 돌파할 목적으로 폭격에 나섰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에 들어간 이후, 남부 쪽으로 못 가고 멈춰 있다”며 “국제사회에서 이렇게 많은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하는 전쟁을 계속 용인할 수 없다는 압박이 있다. (이스라엘 총리인) 네타냐후가 꾸린 연립정부가 이스라엘 안에서도 고립돼 있다”고 말했다.

전선이 정체된 가운데 국내외적 전쟁 피로감이 날로 고조됐던 만큼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국내적 고려’가 있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스라엘군이 철수한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에서 한 팔레스타인 주민이 이스라엘의 공습과 지상공격으로 폐허가 된 거리를 마차와 함께 지나고 있다(자료사진). ⓒAP/뉴시스 이스라엘군이 철수한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에서 한 팔레스타인 주민이 이스라엘의 공습과 지상공격으로 폐허가 된 거리를 마차와 함께 지나고 있다(자료사진). ⓒAP/뉴시스

확전 우려하면서도 ‘평판’ 관리 위해
‘절제된 보복’ 거듭하는 이스라엘·이란

이렇듯 군사적 분쟁은 합리적 오판에 따라 얼마든 불거질 수 있는 만큼, ‘평판 관리’에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밀면 밀린다’는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상호주의(팃포탯) 원칙에 따라 ‘적절한 수준’의 군사적 행동은 주저치 말아야 한다는 평가다.

일례로 장교 8명을 잃은 이란은 드론 185대, 순항미사일 36기, 탄도미사일 110기 등 대규모 전력을 동원해 이스라엘 본토 공격을 감행했다. 다만 공격 사실을 사전에 공지하는 등 ‘확전 의도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 이스라엘의 과도한 추가 보복을 ‘예방’했다는 평가다.

같은 맥락에서 이스라엘 역시, 이란의 본토 공격에 맞대응해 F-35를 활용한 레이더 기지 정밀 타격 등으로 ‘제한된 보복’을 감행했다.

이와 관련해 조 교수는 “흥미로운 부분은 이란 정부가 F-35 언급 없이 드론 몇 개를 잡았다고 했다”며 “이란 정부가 거짓말을 하거나 (이스라엘이 감행한) 두 개의 보복이 있었을 수 있다. 하나는 이스라엘 공군이 (스텔스기인) F-35의 공대지 미사일을 통해 특정 지점을 타격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란 내에 있는 친이스라엘 비밀조직이 드론을 띄웠을 수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이란 내 친이스라엘 비밀조직의 드론 공격은 명확히 확인되지 않은 부분이라면서도 “‘그림자 전쟁’과 동시에 (F-35로) 직접 타격을 수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압도적 공중전력으로 이란 방공시스템을 무력화하는 한편, 이란 내부의 ‘그림자 조직’을 동원해 무력시위를 벌였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피해 최소화 과정을 거쳤기에 ‘확전을 원치 않는다’는 형태의 메시지도 보낸 것”이라는 평가다.

조 교수는 이스라엘이 절제된 보복에 나선 배경은 결국 평판 때문이라며 “미래에 또 도발하면 반드시 보복할 것이라는 ‘신뢰’를 지금 쌓아 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맥락에서 이란 역시 다양한 형식으로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을 거듭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조 교수는 “이란은 여전히 대리전을 할 것”이라며 “우리가 보기에 이란이 (이스라엘의) 공격을 감내하고 끝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란은 친이란 민병대를 통해 대리전의 형태를 어느 정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친이란 무장단체인 이슬라믹 레지스턴스(Islamic Resistance)는 지난 2일(현지시각)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 등을 겨냥해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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