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걸친 봄철 산불이 때마침 내린 단비 덕분에 잦아들었지만, 기후변화라는 근본 원인은 그대로 남아 있다. 산불 건수도 늘어나고 규모도 대형화하는 등 피해가 커지는 모습이다.

지난 2일 소방당국과 산림청에 따르면 서울과 대전, 충남 등 전국 35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산불 발생했다. 건조한 날씨 속 초속 10m 넘는 강한 바람이 불면서 산불이 커졌다.

서울 종로구 인왕산에서 발생한 산불은 완진됐다. 이 산불로 인해 축구장(7140㎡) 21개 면적에 해당하는 임야 15㏊(헥타르)가량이 소실됐다.

‘산불 3단계’가 발령된 충남 홍성의 경우 산불이 이틀째 이어졌다. 2일 홍성군 서부면 중리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은 3일 오전께 불길이 잡히는 듯했지만 최고 초속 10미터의 강한 바람을 타고 다시 번졌다. 산불 영향 구역은 984㏊로 추정된다. 이 밖에도 같은 날 대전 서구· 충남 금산, 충남 당진, 충북 옥천, 전남 고흥 등 다른 지역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산불이 발생했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의 최근 10년간 산불통계에 따르면 3~5월에 연중 57%의 산불이 발생한다. 봄철 사람들의 활동이 늘고, 농번기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10년 평균(3~5월) 산불 발생 건수는 303.4건, 피해 면적은 약 3233㏊에 달한다.

산불 원인은 대부분 인재다. 산림청의 ’10년간(2013~2022년) 원인별 산불발생 현황’에 따르면 입산자실화(177.4건), 쓰레기소각(68.2건), 담뱃불실화(30.4건), 주택화재비화(30.2건) 순이다.

문제는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봄철 산불 발생이 더 빈번해지고, 그 규모도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강수량이 줄고 건조한 날이 늘면서 산불이 나기 쉬운 조건이 형성됐는데,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봄철 기간(2월~5월) 산불발생 건수 및 면적은 2021년 발생 238건, 면적 707.3㏊, 2022년은 발생 508건, 면적은 약 2만4704㏊다. 2021년 대비 2022년 발생 건수는 2배, 피해면적은 34배 늘어난 것이다.

실제 올해 봄이 시작되면서 전국에서는 건조한 날씨가 이어졌다. 기상청의 전국 월별 강수일수분석을 보면 2021년 3월(강수일수 8.1일, 강수합 110.7㎜)과 2022년 3월(강수일수 9.0일, 강수합 89.4㎜)에 비교할 때 올해 3월(강수일수 3.6일, 강수합 28.7㎜)은 강수량이 현저히 적었다.

봄철 산림 내 연료수분함량 감소도 산불 확산에 영향을 끼쳤다. 연료수분함량은 산불의 발생과 강도·확산범위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인자로, 보통 수분 함량이 낮으면 산불 발생 확률이 높아진다.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구에 따르면 2013~2018년 봄철 동시다발적으로 산불이 발생한 날에 산림연료습도 분포를 적용한 결과, 산불이 발생한 453곳의 산림연료습도는 7.2~17.2% 범위였다. 특히 이 중 315곳 산불 발생은 산림연료습도 10.5% 이하 조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동시다발적으로 산불이 발생한 2일 인왕산 산불이 발생한 서울 종로구는 4.7%, 홍성 5.6%, 대전 서구 6.1%, 충남 금산 6.6%으로 산림 내 연료수분함량이 매우 낮은 상태였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2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한민국 산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진 대형 산불로 신음을 하고 있다”며 “빈번해지고 대형화하는 산불은 기후변화와 떼어놓고 말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 기후가 산불에 취약한 환경임을 각인해 정부와 각 지자체, 관계 기관도 산불 예방 및 진화 대책 전반을 점검하고 더욱 촘촘한 대처 방안을 마련해주기 바란다”며 “인력 및 시설 등에 필요한 예산과 법안은 국회에서 최대한 지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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